메뉴 건너뛰기

close

 

'오체투지 순례단'이 4일부터 시작되는 순례에 앞서 2일 낮 구로동 기륭전자 천막농성장에 들렀다. 오체투지 순례단 순례자는 천주교 정의 구현 사제단 문규현 신부와 불교 환경연대 수경스님이다.

 

순례단과 동행한 천주교 정의 구현 사제단 전종훈 대표는 투쟁중인 노동자들에게 "1000일이 넘는 외침과 목숨 건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곳을 오늘에야 잠간 들렀다"며 "여러분 가슴에 묻힌 한 함께 묻고 가겠다"고 말했다.

 

문규현 신부는 단식투쟁 84일째인 김소연(38)기륭전자 분회장을 면담, "여러분들의 소망이 곧 우리의 기도"라며 연대의지를 밝혔다. 이에, 김 분회장은 힘겹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힘드셔서 어떻게 해요. 저희가 더 힘내서 열심히 싸울게요"라며 도리어 고행 길을 떠나는 문 신부와 수경스님을 걱정했다.

 

 

문 신부는 노동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도 강한 연대 의지를 피력했다. 분회원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동안 문 신부는 "여러분 소원이 곧 우리의 기도입니다, 가진 놈들이 연대 하니까 이제 저희는 여러분들과 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투쟁중인 노동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만 챙기고 노동자들은 등한시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노동자는 "차라리 이럴 바에는 정부가 없는 편이 낫다"고 말했고 또 다른 노동자는 "우린 10원 주면 10원 받고 일하는데 이젠 그것마저도 못하게 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오체투지 순례단은 노동자들에게 '오체투지(五體投地)법'으로 인사를 했고 노동자들은 맞절을 올렸다. 오체투지법 인사는 몸의 다섯 부분을 땅에 닿게 하는 인사법이다. 한없이 자신을 낮춤으로써 상대방에게 최대한 존경을 표하는 예법이다.

 

오체투지 순례단에는 김형근 교사도 끼어 있었다. 김형근 교사는 통일등반행사와 관련, 국가보안법 상 고무찬양, 이적표현물 소지 반포 혐의로 지난 1월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다. 김형근 교사는 문규현 신부가 있는 성당 신자라는 인연으로 이번 오체투지 순례에 함께 하게 됐다.

 

단식 84일차 기륭 김소연 분회장 "힘드셔서 어떻게 해요"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고용안정과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1100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고 김소연 분회장은 84일째 단식하고 있다. 김 분회장 체중은 현재 약 34kg. 보편적인 여성들 체중을 기준으로 할 때 초등학교 6학년 정도의 몸무게다. 단식하기 전에는 약 48kg이었다고 한다. 김 분회장은 현재 천막에서 링겔 바늘을 팔뚝에 꽂고 누워 있다. 

 

죽음을 불사하고 단식하고 있는 김 분회장의 어려움은 짐작 할 수 조차 없다. 하지만 어려운 것은 김 분회장 뿐만이 아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노동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 노동자는 간담회 자리에서 김 분회장을 지켜 볼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요즘 잠도 오지 않아요. 촛불 춤 출 때는 그래도 힘이 났는데 요즘은 통 힘이 나지를 않아요. 분회장님 단식 그만두라고 하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어요. 인간으로서 보낼 수 없는 시간이잖아요. 지금 멈추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단식하는 분회장이나 지켜보는 노동자들, 힘들기는 마찬가지

 

 

오체투지 순례단은 오는 9월4일부터 '지리산 노고단 고개'에서 본격적인 순례를 시작한다. 2008년에는 약 2개월간 지리산과 계룡산을 순례할 예정이며 2009년에는 임진각을 거쳐 북한에 있는 묘향산으로 향할 예정이다.

 

"북한 가는 것 미리 당국과 협의가 진행됐느냐?"는 한 노동자 질문에 문 신부는 "휴전선 넘을 때 내가 언제 당국과 협의하는 것 본 적 있느냐?"고 반문했다. 문 신부는 지난 89년 임수경씨 방북 때 동행, 그 해 8월15일 판문점을 거쳐 임수경양과 함께 돌아와 국가 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한 적이 있다.

 

기륭전자 방문은 순례를 시작하기 전 사전 행사로 계획된 것이다. 2일 오전 10시에 서울 조계사에 집결해서 10시 10분경에 촛불 농성단을 방문했고 10시 50분경에 KTX 농성단을 방문했다. 기륭전자 방문을 마친 순례단은 오후 1시 27분경에 평택 대추리를 향해 출발했다. 9월3일에는 전북 부안 해창 갯벌과 계화도를 돌아 볼 예정이다.

 

 

종교계를 대표하는 진보 인사들이 순례를 떠나는 것은 평화를 위한 기도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오체투지 순례를 하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사람과 자연과 평화의 길에서 찾고 자연과 인간의 상생, 남과 북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진행할 예정이다.

 

순례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맹비난 하며 회개와 반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사회가 현재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희망을 잃어가며 생명과 평화의 기운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 모든 상황을 만든 원인은 이명박 대통령 독선과 오만"이라고 규정하며 회개와 반성을 촉구했다. 

 

아울러 "조상들이 국난이 닥쳤을 때 몸과 마음을 다해 하늘에 제를 지내 안녕과 평화 기원했듯이 선인들 가르침에 따라 하늘에 국민과 국토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며 순례에 나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오체투지 순례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