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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해바라기 꽃 15송이
모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해바라기 꽃 15송이 ⓒ 이승철

"어머! 세상에, 여보! 여보! 이리 좀 와 봐요? 이건 완전히 해바라기 꽃 덩어리네."
"우와! 정말 대단하다. 이게 도대체 몇 송이야? 한 줄기에 이렇게 많은 꽃이 필 수가 있다니, 이거 혹시, 꽃송이 꺾어다가 함께 묶어놓은 것 아냐?"

인근 신선봉에 올랐다가 내려온 등산객 부부가 감탄사를 터뜨립니다. 그런데 놀라는 사람은 이들 부부만이 아니었지요. 보는 사람들마다 입을 다물지 못하네요. 한줄기에 15송이의 커다란 꽃을 피운 해바라기 앞에서였지요. 지난 8월 26일 충북 단양군 청풍면 학현마을에서 만난 해바라기는 정말 보기 드문 대단한 모습이었지요.

문제의 해바라기는 마을마당에서 위쪽으로 조금 올라간 길가의 콩밭 옆에 서있었지요. 그런데 이 해바라기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모습이었습니다. 줄기가 제법 굵기는 했지만 머리에 얹혀 있는 15개의 커다란 꽃송이들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아슬아슬한 모습이었으니까요.

 줄기 하나에서 피어난 15송이 해바라기꽃
줄기 하나에서 피어난 15송이 해바라기꽃 ⓒ 이승철

길가 콩밭 옆에는 다른 꽃이나 과일나무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이 해바라기 한그루만 달랑 서있어서 금방 눈에 들어왔지요. 외줄기 해바라기는 맨 위에 무거워 보이는 꽃송이들이 피어있고, 그 밑으로는 잎이 무성한 모습이었습니다.

이 해바라기를 본 사람들은 너도나도 그 앞에서 사진을 몇 컷씩 찍었습니다. 그럴  만도 하지요. 이런 특이한 해바라기를 보고 그냥 지나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감탄사를 터뜨린 부부도 멋진 표정과 몸짓으로 몇 번씩 자세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더군요.

그런데 한 그루의 해바라기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네요. 나무도 아니고 1년 살이 한 그루의 꽃나무 앞에서 사람이 작아 보인다는 것이 어쩐지 좀 이상하잖습니까? 사실 2미터 남짓한 해바라기 줄기야 어디 사람의 몸통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 머리 부분에 달려있는 커다란 꽃송이들 때문입니다.

 해바라기 앞에서 사진 찍는 부부, 사람이 상대적으로 작아보입니다.
해바라기 앞에서 사진 찍는 부부, 사람이 상대적으로 작아보입니다. ⓒ 이승철

15송이의 해바라기 꽃들은 다투어 얼굴을 내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마치 '여기 좀 봐주세요? 누가 더 예쁜지. 제가 제일 예쁘지요?'하고 생긋 윙크라도 하고 있는 표정이에요. 정말 예쁜 꽃 15자매가 서로 자신이 예쁘다고 경쟁을 한다면 얼마나 볼 만한 모습이겠어요?

밝고 화사한 대청마루에 모여 앉아 곱고 예쁜 얼굴로 재잘거리고 있는 것 같은 해바라기 꽃들을 바라보다가 조금 떨어진 옆집 축대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축대 위에는 작은 정자가 세워져 있었지요. 그리고 그 아래쪽에는 많은 꽃들이 피어 있더군요. 그런데 이곳에도 몇 그루의 해바라기가 꽃을 피우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 해바라기들은 한 그루에 한 송이씩 꽃을 피운 가벼운 모습이었지요. 옛날부터 흔히 보아왔던 해바라기 모습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저쪽 한 줄기에서 15송이나 꽃을 피운 해바라기는 새로 품종을 개발한 개량종 해바라기인 것 같습니다.

 해바라기 꽃보다도 더 큰 부용화
해바라기 꽃보다도 더 큰 부용화 ⓒ 이승철

본래 해바라기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지요. 해를 향해 피어난다는 뜻을 가진 향일화나 조일화, 또는 산자연이라는 다른 이름도 갖고 있는 꽃이랍니다. 옛 모습은 줄기 하나에 커다란 한 개의 꽃을 피운 모습이었지요. 콜럼부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이후 유럽에 처음 알려졌을 때는 해바라기와 같은 뜻으로 태양의 꽃, 또는 황금꽃이라고 불렀지요. 이 꽃은 이름처럼 해를 따라 방향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다시 학현마을에 핀 꽃 이야기를 더해야 할 것 같네요. 정자 아래 피어있는 해바라기 뒤쪽에는 역시 붉고 커다란 두 송이의 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모양은 부용화 같은데 꽃의 크기가 대단했지요. 일반 부용화는 꽃의 지름이 11~13cm 정도거든요. 그런데 이 꽃은 20cm가 넘는 것 같았어요. 손바닥 두 개를 합친 것보다 더 컸으니까요.

꽃의 빛깔도 달랐습니다. 부용화는 하얀색과 분홍색이 대부분이지요. 모양도 작고 귀여운 모습으로 각시부용이나 애기부용으로 불리는 중국이 원산지인 부용은 우리나라 꽃인 무궁화와 비슷한 모습이지요. 

 해바라기와 전봇대를 사이에 두고 뒤쪽에 핀 부용화, 뒤쪽이어서 사진에는 작아 보이지만 실제론 해바라기꽃보다 더 큽니다.
해바라기와 전봇대를 사이에 두고 뒤쪽에 핀 부용화, 뒤쪽이어서 사진에는 작아 보이지만 실제론 해바라기꽃보다 더 큽니다. ⓒ 이승철

그러나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미국부용, 그리고 미국 동남부가 원산지인 단풍잎부용과 흰색 꽃이 피는 백화부용은 크고 탐스러운 모습이 각시부용과 구별됩니다. 그러나 하나같이 아름다운 모습이어서 양귀비와 더불어 아름다운 여인에 비유되는 꽃이기도 합니다.

꽃의 빛깔이 변하는 모습도 특이합니다. 흰색에서 점점 담홍색으로 서서히 물드는 모습은 마치 하얀 얼굴이 술에 취하여 붉어지는 모습 같다하여 취부용이라고도 불리지요. 꽃의 빛깔은 대체로 하얀색이거나 담홍색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요. 그런데 이 마을에 피어 있는 엄청나게 커다란 부용은 빛깔도 거의 검붉은 색에 가까운 진분홍이었습니다.

등산객 아주머니 한 사람은 자신의 얼굴을 꽃 가까이 대고 비교해 보는 모습이었는데 꽃이 얼굴보다 훨씬 크더군요. 참 대단한 꽃이었습니다. 마을 앞쪽과 뒤가 높은 산으로 막혀 있는 이 깊은 산골마을엔 보기 드문 해바라기와 부용꽃이 이채로운 모습으로 길손들을 놀라게 하고 있었습니다.

 작고 낮은 나무울타리와 빨간우체통. 고즈넉한 풍경이 정답습니다.
작고 낮은 나무울타리와 빨간우체통. 고즈넉한 풍경이 정답습니다. ⓒ 이승철

아주 특별한 꽃들을 보며 놀라고 취한 마음으로 내려오다가 작은 집 앞에서 발길을 멈췄습니다. 아득히 먼 곳에서 정겨운 노래 소리가 들려 올 것 같은 풍경 때문이었지요. 처마 밑에 놓여있는 몇 개의 예쁜 화분들, 그리고 어린아이들도 건들 넘어설 수 있는 작고 낮은 나무 울타리. 그 울타리 옆에 서있는 빨간 우체통. 정말 그림 같은 풍경이었지요.

상상을 초월하는 꽃 덩어리 해바라기와 사람의 큰 얼굴보다도 더 크고 탐스러운 진홍색 부용화, 그리고 상대적으로 너무 작고 낮은 울타리와 빨간 우체통, 얼마나 절묘한 어울림인가요? 깊은 산골의 이색적인 모습과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맛본 참 정겨운 시간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승철#산골마을#해바라기#부용화#15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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