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여름 방학 끝 무렵, 여름의 끝자락에 ‘더아모의집’ 아이들은 화끈한 물놀이와 물싸움 한 판을 벌였다.
거의 몇 달 만에 조그만 시골집인 ‘더아모의집’에 안성 일죽에서 사는 청소년들이 뭉쳤다. 사실은 ‘더아모의집’ 맏형인 선만이(21세, 공익근무 중)가 휴가를 나와서 한 번 모이자고 바람을 잡은 탓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바람 잡은 선만은 약속 때문에 집으로 갔는데, 괜히 엄한 동생들이 일죽에서 ‘더아모의집’으로 오게 된 것이다.
이렇게 왕년 ‘더아모의집’ 물놀이 싸움 전사들이 모였다. 지난해만 해도 여름이면 거의 물놀이와 물싸움으로 여름을 장식했던 ‘더아모의집’ 아이들이 올해도 과연 녹슬지 않은 물놀이 실력을 보여줄지 의문이었다.
지난 18일 비가 오락가락. 물놀이를 갈까 말까 아이들도 조금은 간을 보았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당장 ‘석남사 계곡’으로 출동이었다. 이렇게 모였을 때 여름 물놀이를 해주지 않는 것은 무슨 불경(?)죄라도 되는 양 아이들은 결연한 각오로 계곡으로 향했다.
석남사 계곡으로 도착했다. 비오는 날이라 피서객은 아무도 놀러 오지 않았다. 비오는 날 우리의 엽기 행각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은 석남사 계곡을 ‘더아모의집’ 아이들이 전적으로 접수한 것이다.
예상대로 계곡물은 차가웠다.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아이들이 아니었다. 하나 둘 물속으로 풍덩풍덩. 조금의 어색함은 잠시. 드디어 시작되었다. ‘더아모의 집’의 전통적이고 전설적인 물놀이가.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물싸움이. 물 튀기기를 한 녀석이 시작하니 이내 조그만 계곡 수영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이들의 기량을 보니 전혀 녹슬지 않았다. 이제 오히려 원숙함도 있었다. 전에는 대놓고 물대포를 쏘고, 방향 없이 쏘아대더니 이젠 방향을 제대로 조준해서 상대방에게 쏘아대는 것이었다.
막내들은 조금 물놀이 하다가 입이 시퍼래졌다. 막내들은 자동으로 밖으로 나갔다. 바깥에서 형과 누나들이 노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자기들이 노는 것보다 형들이 노는 것이 더 재미있다 할 정도였다.
물놀이 하면 배고프지 않았던가. 가져간 수박을 나누어 먹었다. 물속에서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시장이 반찬이라 수박 맛은 배가의 배가. 가져간 비닐에다 수박 껍질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은 기본.
이렇게 허기진 배를 달래고 2차 대전 또 시작. 이젠 물싸움에서 ‘물 속 오래 숨쉬기’로 넘어 갔다. 세 명이서 시작했는데, 한 여자 아이가 반칙을 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세 명이서 동시에 입수하기로 했지만, 한 여자 아이가 하는 척 고개를 숙이다가 두 아이가 입수한 걸 보고 고개를 바깥으로 내밀었던 것.
그러다가 그 아이들이 숨이 차서 올라오면 그때서야 물속으로 입수하여 마치 자신이 제일 오래 물속에서 숨 쉬고 버틴 것처럼 하는 것이었다.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렇게 물놀이를 제대로 못했던 여름의 한을 푸는 것처럼 후회 없이 물놀이를 즐겼다. 그들은 가는 여름을 보내기가 아쉬운 물놀이의 전사들이었던 것이다. 여름이면 그렇게 많이 찾아오던 피서객도 아무도 오지 않은 석남사 계곡에서 오로지 ‘더아모의집’ 아이들이 벌이는 야무지고 화끈한 물놀이는 무르 익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가슴에 진한 추억 하나 가득 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오락가락 하는 비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은 지 오래였던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며, 본인은 이곳의 목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