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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독일로 해외취재를 갈 기회가 있었다. 주변에 많은 이들은 아시아 국가들을 추천하면서 내게 '새로운 세계에 눈 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조언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 가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느낄 수 있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난 독일을 취재지로 정하고 어설픈 취재를 다녀오고 말았다.

 

군대를 다녀오고 우연한 기회에 필리핀으로 사진 출사를 다녀올 기회를 잡았다. 한국인이 많이 가보지 않고 현지인들도 많지 않은 외곽 지역을 5일 정도 다니게 된 이번 여행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서구식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피조물의 형태로만 생각했던 잘살고 못살고의 개념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잠시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다.

 

'잘 산다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 안의 아시아, 우리가 꿈꾸는 아시아>는 우리에게 에둘린 아시아에 대한 편견,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를 바로 보기, 그리고 앞으로 아시아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는 무엇보다 아시아가 연대하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에게 내재된 몹쓸 편견을 내던지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 사람들은 일본, 싱가폴, 대만 등 이른바 아시아의 경제 선진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우리나라보다 못살고 낙후된 지역이라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특히 이주노동자와 국제결혼, 독재정권에 경제적 투자를 하는 우리나라로선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접근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편견이 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저변에 만연되어 있고, 후대로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는 데 있다. 특히 우리 사회의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을 책임지는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는 과연 우리 사회가 민주사회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독일의 경우, 이주노동자는 독일 사회를 책임지는 잠재적 국민이라 판단하고 일부 주부터 그들의 발언권과 정치권을 인정하는 외국인 의회를 구성하게 하여 그들의 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독일인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하며 독일 사회를 구성하는 이들을 인정하는 시도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바라보자. 이주노동자는 저임금의 노동력 착취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쫓아다니고 있다. 오죽하면 코미디언이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며 이주노동자를 패러디 할 정도이겠는가?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모든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을 담당하며 한국 경제의 한 축을 책임지는 것은 다름아닌 괄시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제대로 된 인격체로 대우 받는 일이 한국 사회에선 그리 녹록치 않은 것만 같다.

 

서구권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고도사회를 이루는 지금, 아시아는 끊임없는 잠재력을 내포한 곳이라고 세계인이 주목한다. 우리 역시 이런 아시아에 살아가면서 상호 연대하여 함께 발맞추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안에 잠재된 몹쓸 편견을 깨버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사회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이주노동자 문제를 표면화시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등 우리 주변에 있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편견은 그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람을 우둔하게 만든다고 한다. 우리가 몹쓸 편견에 사로잡혀 아시아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아시아에서 고립된 채 고고함을 뽐내며 살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casto와 푸타파타의 세상바라보기(http://blog.daum.net/cast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의 아시아 우리가 꿈꾸는 아시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엮음, 해피스토리(2008)


태그:#아시아, #편견, #우리안의 아시아, #꿈꾸는 아시아, #라온아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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