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폭주를 위한 출발선에 선 수구권력

 

집권 초기 이명박 대통령이 직면했던 위기는 '정권 교체를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이뤘다'고 착각한 데서 연유한 듯하다. 쇠고기 수입 파문으로 촛불 민심이 불타 오르고, 그 현장에 박사모 회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지지자가 상당수 동참하는가 하면, 조·중·동 등 수구 언론조차도 이명박 정권의 일방통행을 성토할 만큼 대통령 주변에는 우군이 없는 듯이 보였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숙였다.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반성하고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최근 국민과 입법부를 무시하는 정권의 일방통행을 보건데 그 날 대통령이 고개를 숙였던 대상이 국민이 아니었다는 것이 확연해졌다.

 

대통령이 머리를 조아리고 소통하겠다고 했던 대상은 다름아닌 이명박정권 창출에 십시일반했던 부동산 투기세력과 친박세력을 포함한 기득권 세력들이었으니, 이것은 대통령의 권력독점을 비난하고 견제하며 '보수의 대동단결'을 주장해 온 조·중·동의 요구에 굴복한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보수 세력간에 이명박의 독점 권력이 아닌 수구 세력의 분점형태로 권력을 나누어 갖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촛불 민심을 존중하겠다'던 반성을 실천하는 대신 집회 관련자에 대해 체포령을 내리고,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시위 및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가 하면, 시위 기동대 창설처럼 시대에 역행하는 반민주적 정국운영 방침을 강행하는 것은, 대통령을 정점으로한 수구 기득권세력의 전열 정비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어, 비로소 그들이 폭주를 위한 출발선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무기력한 중도개혁정당

 

정권의 폭주에 반발해서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은 이제 보다 강력하며 조직적 면모를 갖춘 수구대연합의 폭주를 우려하고 걱정해야 할 입장이니, 잠재력에 있어서나 세에 있어서나 조족지혈에 불과한 민주개혁진영의 입장에서는 보다 큰 위기가 찾아들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정권이 폭주하고 있는 시점에서 효율적인 견제 수단이나 힘을 갖추지 못한 야당이나 지지세력은 어떻게 그들과 맞서 싸워야 할까?

 

우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은 강력한 투쟁이다. 정권이 잘못할 때마다 목소리를 높여 비난하고 강도 높은 대여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한편, 그럴듯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아주 쉽다. 특히,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각할 때는 비판의 강도에 비례해서 야당은 지지율 상승 같은 반사이익을 누리기 마련이다.

 

작년 대선에서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각한 민심이반이 한나라당 승리의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나라당은 이른바 '노무현정권 때리기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노무현 정권을 상대로 "아마추어 정권"이란 비판을 공공연히 가해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가중시켰고, 대중은 이 비판을 이유있다고 여겼으며 수용했다. 이 결과 17대 총선 이후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고, 그 여세를 몰아 정권 교체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입장이 뒤바뀌었다. 집권 3개월 만에 그다지 높지 않았던 지지율조차 절반 이상을 까먹은 이명박정권의 실정은 일일히 거론하기조차 힘겨울 정도로 국정 전반에 걸쳐서 난맥상을 보이고 있으니,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야당이 된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겉으로는 정권의 실정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손 치더라라도, 속으로는 오히려 쾌재를 불러야 할 판이다. 앞으로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지금 만큼만 해 준다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급반등할 것이며, 자신들의 집권 기간에 그러했듯이 이후로 치러질 각급 선거에서 싹쓸이 승리하고 여세를 몰아 정권 탈환까지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만 해도 뿌듯하고 행복한 상상이다. 그런데 이 달콤한 꿈이 한낱 몽상에 불과하다면 참으로 애석한 일일 것인데, 오늘날 민주당이 처한 현실이 바로 그렇다. '실용주의자'를 자처하던 이명박정권의 실정으로 빚어진 소란으로 단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민주당의 장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전망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민주당은 심각한 무기력증을 앓고 있다. 정권의 폭주를 예상할 수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위시한 야권이 여권의 폭주를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가 하면 지난 대선과정에서 강력한 대안세력의 한 축으로 떠 올랐던 문국현 대표의 창조한국당 역시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외형적으로 창조한국당의 정체성의 혼란으로 비쳐지고있는 자유선진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창조한국당이 표방하는 정치가 중도개혁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지 않는 까닭에 이번 담론에 문국현 대표를 위시한 창조한국당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문제점을 점검해 보고, 중도개혁정당으로서의 대안 가능성을 함께 모색해 보고자 했다.

 

바야흐로 현 정국은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의 위기임과 동시에 민주화의 주역이었던 중도개혁세력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정권 지지율은 연일 곤두박질하고 있는데 왜 야당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만 정권을 등지고 돌아선 민심을 지지층으로 흡수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한 답을 구하는 일이야 말로 민주당에 몸 담고 있는 정치인 뿐 아니라, 중도개혁세력을 지지하는 모든 지지자들이 함께 고민해야만 할 화두(話頭)가 돼야 할 것이다.

 

민주당을 중심으로한 중도개혁정당이 지지자와 대중의 불신을 극복하고 수권정당으로서 면모를 갖춰나가고자 한다면 이러한 담론을 이어갈 가치는 충분하다 할 수 있으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현 시점이야 말로 논의의 물고를 틀 가장 적절한 시기라 할 것이다.

 

기사 예고

토론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논의가 주제에서 일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이 주제를 정해놓고 주제에 충실한 토론을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1. 민주당의 가능성과 한계-민주당에 없는 세 가지

2. 대안으로서의 창조한국당의 가치와 문제점

3. 설득력 있는 대안세력 구축을 위한 모색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와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창조한국당#중도개혁세력#이명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