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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현실적 삶

 

.. 무릇 예술가는 자기 현실적 삶이 아무리 비참하더라도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부분의 예술가들을 많이 매혹당하고 있는 자화자찬과 당국의 찬양 같은 따위의 방해물까지도 극복하고, 자기에게 부여된 최상의 영광인 천품을 쉬지 않고 개발하는 데 전심전력을 다 해야 되는 것이다 ..  《조태일-고여있는 시와 움직이는 시》(전예원,1979) 204쪽

 

‘비참(悲慘)하더라도’는 ‘끔찍하더라도’로 다듬고, ‘극복(克服)하고’는 ‘이기고’나 ‘딛고 일어서며’로 다듬습니다. “일부분(一部分)의 예술가”는 “몇몇 예술가”로 손보고, ‘매혹당(魅惑當)하고’는 ‘사로잡히고’나 ‘끄달리고’로 손보며, “자기에게 부여(附與)된 최상(最上)의 영광(榮光)”은 “자기한테 주어진 가장 큰 빛줄기”나 “자기한테 내려진 가장 좋은 선물”로 손봅니다. “자화자찬(自畵自讚)과 당국(當局)의 찬양(讚揚) 따위의 방해물(妨害物)까지도”는 “용두질과 달콤한 말로 꾀려는 정부 눈가림까지도”로 손질해 주고, ‘개발(開發)하는’은 ‘북돋우는’이나 ‘가다듬는’으로 손질합니다. ‘전심전력(全心全力)’은 ‘온마음’이나 ‘온힘’으로 고치고, “되는 것이다”는 “된다”로 고쳐 봅니다.

 

 ┌ 현실적(現實的) : 현재 실제로 존재하거나 실현될 수 있는

 │  - 현실적 문제 / 현실적 이익 / 현실적인 방안 / 현실적으로 느껴지다

 ├ 현실(現實) :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상태

 │  - 분단 현실 / 어려운 농촌 현실 / 현실을 직시하다 / 그는 현실에 만족한다 /

 │    현실을 부정하고 살 수는 없다 /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 자기 현실적 삶이

 │→ 자기 현실이

 │→ 자기 삶이

 │→ 자기 삶터가

 │→ 자기가 디딘 땅이

 └ …

 

 한자말 ‘현실’은 한자말이 아니라고 느끼면서 두루 쓰곤 합니다. 이 낱말은 이대로 쓰는 일도 나쁘지 않다고 느낍니다. 다만, 안 써도 될 자리는 안 쓰면 됩니다.

 

 ┌ 어려운 농촌 현실 → 어려운 농촌 삶

 ├ 현실을 직시하다 → 지금 삶을 똑바로 보다

 ├ 그는 현실에 만족한다 → 그는 지금 삶이면 넉넉하다

 ├ 현실을 부정하고 → 이 세상을 저버리고

 └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 꿈이 눈앞에 다가오고

 

‘-적’붙이 말투가 자꾸 쓰이는 까닭은, ‘-적’을 붙일 만한 낱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적’을 붙일 만한 낱말이 없다면, 이 말투는 퍼지지 않습니다. 아니, 쓰일 일부터 없습니다.

 

 ┌ 현실적 문제 → 지금 문제 / 코앞에 닥친 문제

 ├ 현실적 이익 → 눈에 보이는 이익

 ├ 현실적인 방안 → 뚜렷한 풀이법

 └ 현실적으로 느끼다 → 살갗으로 느끼다

 

‘-적’을 붙여서 새로운 느낌이 나도록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만, 우리 나름대로 우리 말투와 말씨를 가꾸려고 애쓰거나 힘쓴다면, ‘-적’ 없이도 얼마든지 넉넉하고 흐뭇하고 알차고 아름답게 우리 말투와 말씨를 북돋울 수 있습니다. 아니, ‘-적’이 없을 때, ‘-적’을 떨쳐낼 때 우리 말투와 말씨는 한껏 살아납니다. 빛이 나고 새로워지고 거듭납니다.

 

 ┌ 자기 현실적 삶이 아무리 비참하더라도

 │

 │→ 지금 자기 삶이 아무리 끔찍하더라도

 │→ 자기가 살아가는 이 땅이 아무리 모질더라도

 │→ 자기가 발디딘 세상이 아무리 괴롭더라도

 │→ 자기가 부대끼는 삶이 아무리 고단하더라도

 └ …

 

‘찾는 사람한테 길이 열린다’는 옛말은 괜한 소리가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길이 트일 자리를 찾는다면, 얼마든지 살갑고 알뜰하고 알맞춤하게 쓸 말과 글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문이 열릴 곳을 헤아린다면, 얼마든지 곱고 맑고 싱그럽게 펼쳐 나갈 말과 글을 엮어낼 수 있습니다.

 

 

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 우리는 그것들을 모두 갖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안드레아 브라운/배인섭 옮김-소비에 중독된 아이들》(미래의창,2002) 72쪽

 

“불가능(不可能)하다는 것을”은 “이룰 수 없음을”이나 “안 되는 일임을”으로 손질합니다.

 

 ┌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다

 │→ 이 자리에서는 안 된다

 │→ 지금으로는 어렵다

 │→ 지금 형편으로는 어렵다

 │→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다

 └ …

 

보기글에서는 ‘-적’만 덜어 ‘현실’로 적어 보는데, 썩 어울리지 않습니다. 뜻이나 느낌이 두루뭉술합니다. 왜 이룰 수 없는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룰 수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이 좁아서 물건을 둘 수 없기 때문에 ‘물건을 가질 수 없는’지, 주머니가 텅 비어서 ‘물건을 가질 수 없는’지를 밝혀야겠습니다. 아니면, “갖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다”처럼 적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태그:#-적, #적的, #우리말, #우리 말,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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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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