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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카메라의 기계적인 조작과 자동적인 생산과정을 거치면서 현실을 사실적이고 지시적으로 재현한 결과물이기는 하지만, 작가의 표현의지에 따라서 언어나 문자로는 표현하기 애매모호한 현실과 미묘한 심리적인 흐름을 시각화하는데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한 장의 사진 속에 재현된 여러 이미지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지만 명료하게 의미를 정의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다른 의사소통수단으로 번역할 수는 없지만, 영상언어 그 자체로서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reverie, somewhere
reverie, somewhere ⓒ 정경자

 reverie, somewhere
reverie, somewhere ⓒ 정경자

 

이번에 인사동 룩스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는 정경자는 현실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과 사물을 카메라로 기록한 것을 전시장에서 작품을 디스플레이 하는 과정에서 재구성하여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카메라 앵글에 담은 여러 이미지들은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특정한 기억들 중에서 어떠한 아픔이나 정신적인 상처와 관련된 것들이다.

 

전시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진 한 장 한 장은 별다른 의미를 발생시키지 못하지만, 작가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서 재구성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전시되고 있는 전체작품이 특정한 의미로 환원되어 보는 이들에게 명료하게 주제가 전달된다.

 

 reverie, somewhere
reverie, somewhere ⓒ 정경자

 reverie, somewhere
reverie, somewhere ⓒ 정경자

 

그런데 작품 한 장 한 장도 작가가 세련된 카메라워크를 바탕으로 앵글과 프레임을 선택하여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느낌이 매우 감각적이다. 컬러도 강렬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정서적으로 느껴지고, 작가의 심리적인 상태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절제하면서도 정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감성적인 코드와 일치하는 특정한 장면과 사물을 카메라를 이용하여 수집하여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창조하였다. 하늘, 나무, 바다, 박물관 내부풍경 등이 본래의 의미와는 관계없이 새로운 의미로 작용하여 작가의 의식체계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표현매체와 차별화되는 사진의 매력 중에 하나가 현실을 재료로 하여 그것과 무관한 새로운 의미로 작용하여 창조적인 조형질서와 조형언어를 발생시키는 것인데, 이번 전시회에서 그것이 잘 반영되고 있다. 그리고 사진적인 표현방식과 작품편집이 중요한 역할을 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데 성공하였다. 작가의 미묘한 심리적인 흐름이 느껴지는 전시회이다.

덧붙이는 글 | 기간: 2008-08-06~2008-08-12 장소: 갤러리 룩스  


#정경자 #사진#갤러리 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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