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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에 새겨진 꽃 이슬이 햇살에 빛나고 있습니다. 영롱하고 맑은 것들이 햇살에 빛나는 법입니다.
이슬에 새겨진 꽃이슬이 햇살에 빛나고 있습니다. 영롱하고 맑은 것들이 햇살에 빛나는 법입니다. ⓒ 김민수

절기상으로 입추가 지났으니 가을, 그러나 아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후텁지근한 날씨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겨울엔 봄을 기다리고, 봄에는 여름을, 여름에는 가을을, 가을이 갈 무렵이면 첫 눈을 기다리는 것이 사람들이지만 무더위의 기승에 아침저녘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다운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무릇 세상을 품는다거나 사람을 품으려면 마음이 맑아야 합니다. 맑은 마음, 그것은 텅 빈 충만과 같은 것이겠지요. 맑게 비어 있어 무엇이라도 담아낼 수 있는 품이 있어 충만한 마음,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세상은 살맛이 나는 법입니다.

이슬 무엇을 담는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이슬
이슬무엇을 담는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이슬 ⓒ 김민수

사람은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라, 그 속내에 무엇을 품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면에 들어있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법이니 겉모습도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면 껍데기를 벗은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좌절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지위와 명예, 권력과 영화 등 겉으로 드러나는 소유를 모두 내려놓는 그 순간에 맞닥뜨렸을 때 '나는 누구인가?' 돌아보면서 자족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은 진정 속내에 아름다운 것을 품고 존재하는 삶을 살았던 사람일 것입니다.

이슬 붉은 꽃 위에서는 붉게 물드는 이슬
이슬붉은 꽃 위에서는 붉게 물드는 이슬 ⓒ 김민수

이슬의 삶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렇게 아름답게 빛나다가도 이내 사라집니다. 이슬의 삶이 그렇게 짧은 것처럼 우리네 사람들의 삶도 우주적인 차원에서 보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찰나, 그렇습니다. 영원할 것 같고, 죽음은 나와는 상관없는 것 같지만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않은 시간에 뗄레야 뗄 수 없는 친구로 맞이해야 하는 것입니다.

짧은 삶이라 의미없는 것이 아니라, 짧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여기고 살아가는 것이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삶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허튼 일, 허망한 일에 신경쓸 겨를이 없는 것이죠. 사랑하며 살아가기에도 바쁜 사람들, 그런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아름다워지는 것입니다.

이슬 햇살이 비치면 이내 사라지는 이슬, 사라지는 순간까지 아름답다.
이슬햇살이 비치면 이내 사라지는 이슬, 사라지는 순간까지 아름답다. ⓒ 김민수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깨닫게 되는 한 가지,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안다고 했을 때, 우리는 대부분 그의 존재를 보지 못하고 소유하고 있는 외면을 본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사랑할수록 더 많은 상처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살아간다는 점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받는 상처들, 그것은 우리와 무관했던 사람들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했던 사람들이기에 더 큰 상처로 남습니다. 사랑이 상처로 남는 것은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슬 이슬방울 하나마다에 새겨진 꽃들이 광야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축복의 꽃으로 새겨지기를
이슬이슬방울 하나마다에 새겨진 꽃들이 광야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축복의 꽃으로 새겨지기를 ⓒ 김민수

맑은 이슬방울에 마음을 빼앗긴 시간, 그 시간만큼 내 마음의 창이 닦여진 것 같습니다.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내가 맑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맑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는 소망은 '맑아지고 싶다'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삶이 소모전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내 삶의 시간을 소모하는 만큼이 돈이나 명예로 환산되고 그로 인해 내면보다는 겉모습만 더욱 더 강화되는 삶을 살아갑니다. 참 불행한 일입니다. 저 맑고 영롱한 작은 이슬방울들을 하나 둘 모아 내 마음을 씻으면 내 마음이 맑아질까요? 그러면 내가 만나고 싶은 그 사람이 나일 수도 있을까요?

가을, 꽃 피웠던 것들이 하나 둘 열매를 맺는 계절입니다. 이른 봄부터 뜨거운 여름까지 애썼던 일들이 하나 둘 우리 삶에서 좋은 열매로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그 열매 중 하나, 이전보다 더 맑고, 넓은 마음이라는 열매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슬#이슬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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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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