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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하면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거대한 옛 대국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그 나라들이 옛날의 식민지 국가들을 지금까지 양으로 음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다. 영연방(英聯邦)이나 프랑코폰(francophone)의 예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영국이나 프랑스 국가들 내부의 우파는 '언제가 다시 저 나라를 침략하겠다'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고, 좌파는 옛 식민지 국가들에게 대한 경제 원조와 인권의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 있다. 그것이 어찌 보면 한데 어우러지는 관리인 셈이다.

 

더욱이 그들은 옛 식민지 국가에 대한 언어와 국가 체제까지도 철저하게 연구하고 있고,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로서는 그런 인류학이라는 학문조차도 한두 개만 존재할 뿐이요, 국가적인 지원도 전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는 88만원 세대로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우석훈의 <촌놈들의 제국주의>에 잘 나타나 있다.

 

"평화라는 데에 시선을 맞추어 읽으면 일종의 평화경제학에 대한 입문서가 될 것이고, 한·중·일의 경제통합에 시선을 맞추면 역내 경제통합에 대한 1차적 정책대안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국내 문제에 시선을 맞추면 한국경제의 산업적 구조조정에 대한 지침서가 될 수 있고, 북한 문제에 눈을 맞춰보면 남북경협과 통일 과정에 대한 또 다른 철학적 해석에 관한 책이 될 것이다."(책머리에)

 

이 책을 통해 우석훈 교수가 우리나라를 '촌놈들의 제국주의'라 명명한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기존의 제국주의를 펼쳐왔던 영국이나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는 그런 식민지도 없었을 뿐더러, 그런 학문 연구나 토대도 없이 지금에 들어와서 무조건적인 제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까닭에서다.

 

우리나라가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표방한 그 첫 번째 단추는 '제국주의형 자원전쟁'에 끼어든 '2004년의 이라크 파병'에 있다. 예전의 박정희 정권 때의 베트남 파병은 미국의 경제지원에 의한 용병형 파병이었지만, 이라크 파병은 한국정부가 참전비용을 지불하고 훗날 석유개발 및 전후 재건에 대한 한국건설업체의 참가를 바라는 경제형 파병이었다는 것.

 

이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들도 경제가 대외적으로 원활하게 돌아가고, 국내제품과 기술이 수출의 활로를 찾고, 많은 원유를 끌어올 수만 있다면, 다시 말해 경제대국의 발판을 삼을 수만 있다면, 이라크에 파병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며 파병 반대보다 찬성 쪽에 더 많은 손을 들어 주지 않았던가.

 

더욱이 한미FTA에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열광했다. 그런데 우석훈 교수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미FTA를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미연방에 가입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미FTA는 세계로 통하는 허브 FTA로서, 무한대의 경제영토를 주창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그것을 통해 그 어디에도 식민지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모판이 없으니 그것이야말로 미국을 등에 업은 제국주의요, 곧 촌놈들의 경제제국주의 처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자본주의 내부에 누적된 다양한 불균형들이 이제는 감당할 수 없이 커져서 외부의 식민지 혹은 식민지에 준하는 '경제영토' 없이는 문제를 원활하게 풀기 어렵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우석훈 교수는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또 다른 면에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중심국가 개념'에서 찾기도 한다. 사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보다 더 좋은 평화체제는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 역시 남북경제협력의 기조를 내세우는 것이기에, 한국경제를 그곳에 이식하여 더 큰 제국주의를 꿈꾸는 내부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그런 촌놈들의 제국주의가 30년 내에 평화체제를 깨트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석훈 교수는 지적한다. 설령 한국이 북한과 경제통합을 한다 할지라도, 그래서 국방비를 현격하게 줄인다 할지라도,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의 국경도 지켜야 하고, 석유 등 자원 수송로까지 방어해야 하므로 국방비 지출이 몇 배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일 테니 그것이 머잖아 평화체제를 깨트릴 위기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촌놈들의 제국주의보다 더 지혜로운 길이 무엇일까? 우석훈 교수는 평화적인 경제체제가 그 대안임을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안으로는 중고등학교나 대학교가 살인적인 등록금 체제로 몸살을 앓고 있고, 비정규직 제체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국부적인 파업이 아니라 전면적인 국민 총파업을 통한 국민들의 진정한 살 길을 획득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 총파업에 내걸어야 할 과제 중 첫 번째는 당연히 십대들 문제이다. 한국의 모든 경제 영역에서, 예컨대 등록금 연간 50만원이 가능한 대학 운용방안을 요구하고 총파업을 하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중학교 4시간, 고등학교 6시간 수업을 제안하고, 그 대신 대학서열제의 금지 같은 것을 내걸고 사회 전 부문에서 총파업을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그 일이 현실이 된다.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다."(272족)

 

한편 우리나라 밖으로는 유럽연합처럼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등이 경제적 평화연합체제를 이루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유럽의 에라스무스와 같은 프로그램처럼 상호교환학생의 길을 터가는 데 있으며, 세 나라 간에 평화에 종사할 수 있는 직업들이 많이 생겨나도록 하는 데 있다고 밝힌다. 그 때에만 멀지 않는 미래에 동북아에 평화가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통해 우리나라가 과연 제국주의나 바로 알고나 추진하는 것인지, 이토록 무모하게 추구하고 있는 무조건적인 제국주의가 얼마나 무모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인지, 국민 모두가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우석훈 지음, 개마고원(2008)


태그:#우석훈의 촌놈들의 제국주의, #제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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