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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다리약수터 입구. 한국의 명수(名水) 방아다리약수라는 표지석이 있다.
방아다리약수터 입구.한국의 명수(名水) 방아다리약수라는 표지석이 있다. ⓒ 전갑남

'Happy 700!'

 

강원도 평창군의 브랜드다. 'Happy 700'이란 말을 처음 대하는 사람은 뭘 의미할지 궁금할 것이다. 평창 땅은 전체 면적의 65%가 해발 700m 이상 고지대다. 해발 700 고지는 인간과 동식물이 살아가기에 알맞은 곳이라고 한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인 평창에 오면 행복해진다 하여 'Happy 700!'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양이다. 사실,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곳이면 행복한 곳이 아닐까? 강원도 평창이 그런 고장이 아닌가 싶다.


평창은 태백산맥을 동쪽에 두고, 서남쪽으로 뻗은 차령산맥 사이에 위치한다. 북쪽으로는 국립공원 오대산이 있고, 개방산, 두루봉, 가리왕산이 솟아 있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태기산, 백덕산이 가로막고 있다.

 

산이 깊으면 물도 맑은 법. 오대산 남쪽 기슭에 자리잡은 방아다리약수터에서 약수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지나칠 수 있는가! 전날 유서 깊은 월정사와 상원사를 거친 우리 일행은 평창군 진부면 적천리에 있는 방아다리약수터로 향했다.


호젓한 숲길, 몸도 마음도 씻어낸다


방아다리약수터 가는 길. 쭉쭉 뻗은 전나무 숲길이 호젓하였다.
방아다리약수터 가는 길.쭉쭉 뻗은 전나무 숲길이 호젓하였다. ⓒ 전갑남

약수터로 들어가는 숲길이 호젓하다.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전나무 숲이 장관이다. 보기에도 시원시원하다. 숲에서 뿜어 나오는 맑은 신선함이 상쾌하다. 산림욕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계곡의 물. 물이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계곡의 물.물이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 전갑남

흙길의 부드러움이 발길을 편안하게 한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듣기 좋다. 하얀 물보라를 치며 흐르는 물 속에 발을 담그면 얼마나 시원할까? 숲의 신선함과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잘 어울린다.


"맴맴! 매앰맴!"


매미가 목소리를 뽐낸다. 물소리에 뒤지지 않으려는 듯 목청껏 울어댄다. 매미 소리까지 더해지니 적막할 것 같은 숲이 살아 있다. 서두를 것도 없는 느릿느릿 발길로 숲길을 걷는다. 뒷짐을 지고 걷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한결 여유가 느껴진다.


일행 중 한 분이 숲을 껴안듯 팔을 벌린다. 긴 호흡을 하며 말을 잇는다.


"세상에, 이렇게 신선할 수가! 세상 근심 다 잊고 이런 곳에서 며칠 쉬면 몸도 마음도 정갈해지겠어. 숲 속에 들어오면 난 너무 좋아!"


한참을 올라가자 '흡연금지, 위반시 과태료 부과'라는 팻말이 보인다. 산불을 조심하라는 의미겠지만 담배 연기로 맑은 공기를 오염시키지는 말라는 당부도 들어있으리라. 맑은 숲 속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호젓한 숲길을 걸으니 몸도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다. 이제 시원한 약수 한 모금이 기대된다.


물에도 맛이 있다


방아다리약수터에서 물 받는 사람들. 물도 먹고, 물을 받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방아다리약수터에서 물 받는 사람들.물도 먹고, 물을 받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 전갑남

약수터 입구에서 10여 분 걸었을까? 눈앞에 방아다리약수터가 보인다. 그러고 보니 숲길이 짧다. 좀 더 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약수로 목을 축이려는 일행들이 줄을 늘어섰다. 방아다리약수는 어떤 맛이 날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약수터라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 


방아다리약수터. 방아다리약수는 철분이 많이 함유된 탄산수이다. 물맛이 색달랐다.
방아다리약수터.방아다리약수는 철분이 많이 함유된 탄산수이다. 물맛이 색달랐다. ⓒ 전갑남

물이 샘솟는다. 부글부글 끓어오는 듯한 물이 철철 넘친다. 철분 때문인지 고인 그릇 가장자리가 쇠가 녹슨 것처럼 빨갛다. 약수를 맛본 사람들이 서로 다른 말을 나눈다.


"톡 쏘는 맛이 영락없는 사이다야 사이다!"

"녹 냄새가 비릿해서 난 별로인데!"


나도 바가지에 물을 떴다. 맛을 보니 물맛이 여느 약수와는 다르다. 벌컥벌컥 들이키기에는 벅차다. 탄산수이기 때문이다. 철분이 다량 함유하여 쇳내도 조금 난다. 몇 모금 마시자 뱃속까지 시원함이 전해진다. 물에도 맛이 있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방아다리약수터를 발견한 설화는 두 가지로 전해진다. 하나는 여자와 관련됐고, 또 하나는 남자와 관련됐다.


여자와 관련된 설화는 이렇다. 화전을 일구며 살던 가난한 아낙네 집에 절구가 없었다. 하루는 움푹 파인 절구통처럼 돌에다 곡식을 찧는데, 바위가 갈라지며 물이 솟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방아를 찧다 물이 솟아났다 하여 방아다리약수라고 전해진다는 것이다.


남자와 관련된 설화는 약수터를 안내하는 글에서 나타난다. 옛날 한 노인이 신병으로 갖은 고생했다. 명의를 찾아 각처를 돌아다니며 병에 좋다는 약은 여러 가지를 써보았지만 별 효험을 보지 못했다. 결국, 삶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러 이곳에서 기거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산신령이 나타났다. 산신령은 "네가 누워 있는 자리를 파보아라!"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노인은 자기가 누웠던 자리를 파보자 맑은 물이 솟았다는 것이다. 노인이 몇 날 며칠 물을 마시자 정신이 맑아지면서 원기를 회복하고,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 전해진다.


방아다리약수는 철분, 라듐, 유산, 구론산 등의 성분이 많아 위장병, 신경통, 빈혈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이 물로 밥을 지으면 푸르스름한 색깔이 난다고 한다. 물맛이 좋다는 게 뭘까?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많은 약수를 마셔보았지만 딱히 어떤 물이 맛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 하기야 물맛은 맛이 없어야 진짜가 아닌가!


방아다리약수는 자연수에서 톡 쏘는 탄산수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특이하다. 설탕물이 빠진 시원한 사이다 맛이다. 그러고 보면 물에도 맛이 있는 셈이다.


산신과 용신이 지켜주는 약수


약수터 위쪽에 건물이 두 채가 보인다. 약수터 위로 용신당(龍神堂)이 있고, 조금 오르면 산신당(山神堂)이 있다.


용신당. 약수터 위쪽에 용신당이 있다.
용신당.약수터 위쪽에 용신당이 있다. ⓒ 전갑남

산신당. 좀 더 위쪽에는 산신당이 있다. 지붕이 내려앉은 곳이 있어 보수가 필요했다.
산신당.좀 더 위쪽에는 산신당이 있다. 지붕이 내려앉은 곳이 있어 보수가 필요했다. ⓒ 전갑남

두 곳 모두 문이 잠겨 있다. 건물 안이 궁금하다. 맑은 약수를 샘솟게 하는 신령스런 신이 모셔 있지 않을까 싶다.


일행이 용신당 건물을 보며 의아해 한다.


"산신당은 그렇다 치고 용신당이 산 속에 있다는 게 특이하네요!"

"용신은 산에 있으면 안 되나요?"

"용왕하면 바다 아녜요?"

"그러니까 산신과 용신이 함께 지켜주는 약수이니 더 효험이 있겠네요!"


산신과 용신이 샘을 지켜준다? 물 한 바가지를 다시 들이켰다. 마음 속에 있는 온갖 시름이 다 떨쳐나가는 것 같다. 정말 행복해지는 느낌이 든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 아닌가!

덧붙이는 글 | 방아다리약수터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진부 교차로에서 빠져나와 6번 국도를 타고 월정사 방면으로 1.5km정도 가다보면 가우동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에서 좌회전하여 8번 군도를 따라 10.5km 가면 왼쪽에 방아다리 안내판이 보인다.


#방아다리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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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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