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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오는 6일 열릴 예정인 제3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최대 핵심과제로 추진했던 '한미동맹의 미래비전'을 발표하려고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청와대 측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행정부와의 '미래비전' 채택은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미 대선 이후 새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지난 4월 이명박 정부가 1차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미래비전'을 꺼내들었을 때부터 예상됐던 것이다.

 

이와 관련, 만남의 숫자만 늘리는 '형식적인 회담'으로 전락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번 정상회담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미외교가 나침반 없는 '즉흥 처방'이나 '성과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것.

 

특히 쇠고기 추가협상과 독도 영유권 표기 변경 등 미국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를 감안할 때,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등 한미 간 현안의 대폭 양보만 남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ABR'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한 '미래비전' 결국 무산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 브리핑에서 "5일 방한하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6일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이 발표될 예정"이라며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동맹의 발전방향에 대한 큰 틀을 제시하고 구체적 방향과 내용은 한미 간에 계속 협의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미래비전' 발표가 무산된 것과 관련 "미국 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검토할 사항이 남아, 공동성명만 발표하기로 했다"며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은 100% 협의가 안됐기 때문이지, 이견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세밀한 부분에서 좀 더 의견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두 정상은 지난 4월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서 양국관계를 '21세기 전략 동맹'으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한 뒤, 이의 연장선상에서 부시 대통령의 방한 때 '미래동맹 비전'을 발표하기 위한 후속 협의를 진행시켜 나가기로 한 바 있다.

 

특히 지난달 9일 도야코 G8(선진8개국) 확대 정상회의에서 열린 부시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 때에도 이번 3차 정상회담에서 '미래비전'을 발표하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졌고, 청와대도 이를 최대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1개월도 되지 않아 이같은 청와대의 대미외교 기조가 전면 수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미래비전은 앞으로 한번 해놓으면 10년 이상 갈 장기비전"이라며 "그런데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금년 말이면 끝나고, 내년이면 새 정부가 들어서는 반면, 우리는 4년을 더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 양측이 이 문제는 (미 대선 이후) 새 정부로 넘기는 것으로 하고, 부시 정부와는 현재까지 해 오던 방향에서 큰 틀에서만 논의하는 식으로 서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잔여 임기의 대부분을 미국의 다음 대통령과 보내야 하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부시 대통령과 함께 '미래비전'을 발표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청와대 측은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이나 공동성명서가 채택되지 못한 것에 대해 "2단계 전략으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한 바 있다. 당시 캠프 데이비드 회담은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신뢰 회복에 의미를 두었지만, 구체적인 양국 현안에 대한 합의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 때 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부시 대통령의 방한은 7~8월경으로 예상했다.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부시 대통령과 실효성 있는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그 때부터 이미 점쳐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대미외교에 있어 이른바 'ABR'(Anything But Roh, 노무현의 모든 것을 부정한다)에 기반해 한미동맹 '복원'만을 외쳤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1차 정상회담 때부터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미래동맹 비전' 계획이 무산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미외교가 좌표 없이 즉흥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여전히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으로 이 대통령 취임 후 5개월 만에 세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한 뒤, "양 정상간 돈독한 우의와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다시 보여줄 것"이라며 '장밋빛 미래구상'만 쏟아내고 있다.

 

3차 한미 정상회담... '제2의 촛불' 부를까

 

특히 이 대통령이 한미동맹 복원과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명분으로 캠프 데이비드에 들어가면서 선물했던 '쇠고기 검역주권'이 불러온 악몽을 되풀이 할 여지가 다분하다.

 

미국이 한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쇠고기 추가협상은 물론 독도 영유권 표기까지 원상회복시킨 배경에 한국 정부의 부담이 될 수 있는 모종의 '뒷거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주한미군 지위변경,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의 지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미사일방어망(MD) 참여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에게는 하나같이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주는 민감한 사안들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한미 간 논의한 여러 사안들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될 것으로 기대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마음과 대화가 잘 통하는 사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여러 의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만일 이 대통령이 또 다시 한미동맹 복원을 앞세우거나 독도 문제 등을 감안해 즉흥적인 판단에 따른 조치를 취한다면 '제 2의 촛불사태'를 불러올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오는 6일 세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주목되는 이유다.


#한미 정상회담#이명박 대통령#한미 미래동맹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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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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