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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뻥튀기 기계가 뜨거운 불기를 받아 돌아가고 있다~
뻥튀기~뻥튀기 기계가 뜨거운 불기를 받아 돌아가고 있다~ ⓒ 이명화

내 어린 시절을 거쳐왔던 60~70년대 그때 그 시절, 먹거리가 흔치 않았던 그 시절 아이들은 늘 배가 고팠다. 시골에서 아이들 주전부리라고 할 만한 것이라고는 삶은 고구마나 감자, 옥수수 뿐, 마을엔 구멍가게도 흔치 않아 요즘처럼 다양한 먹거리가 없었다. 그때 그 시절에 가끔 마을을 찾는 뻥튀기 아저씨는 뱃속이 허전하기만 한 아이들에겐 아주 반가운 손님이었다.

마을에 뻥튀기 아저씨가 왔다고 하면 동네 아이들은 쏜살같이 달려 나가 마을 공터에 모여들곤 했다. 뻥튀기 아저씨가 오면 엄마는 내게 심부름을 시켰다. 쌀 한 되, 옥수수 한 되, 하여튼 식구가 많아서 그런지 엄마는 항상 무엇이든지 넉넉하게 했다. 나는 엄마가 주는 쌀과 옥수수를 들고 마을 공터로 향했다. 먼저 온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아이들이 심부름을 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뻥튀기 아저씨는 공터 한쪽에 자리를 잡고 나무땔감을 때며 뻥튀기 기계를 돌리고 있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뻥튀기 아저씨 얼굴은 항상 검게 그을려 있었던 것 같다. 뻥튀기 기계를 한참을 돌리다가 이따금 '뻥' 하는 소리가 날 때면 아이들은  뻥튀기 기계에서 한걸음씩 물러나 양쪽 귀를 막고 눈을 찔끔 감았다. 그러면 아저씨는 불통을 들어 내놓은 뒤 기계를 살짝 수그리고 긴 원통자루를 기계에 연결한 뒤에 쇠꼬챙이를 비틀었다.

뻥튀기~ 뻥튀기 기계와 긴 원통 자루~
생각나시나요?! 추억 속의 뻥튀기~
뻥튀기~뻥튀기 기계와 긴 원통 자루~ 생각나시나요?! 추억 속의 뻥튀기~ ⓒ 이명화

순간, 쉬익~하고 소리가 나는 동시에 뻥! 하고 폭발음이 터졌고 고소한 냄새와 함께 하얀 수증기가 눈앞을 가렸다. 뻥튀기 아저씨도 보이지 않았고 동네꼬마 아이들의 모습도 순간 보이지 않았다. 서서히 하얀 수증기가 바람에 날려 흩어지면서 다시 사물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쌀 박상, 강냉이박상이 원통 자루 가득 담겨져 있었다. 뻥 하고 터지면서 밖으로 튀어나온 하얀 뻥튀기를 아이들은 주워 먹기도 하였다.

그때 그 시절, 뻥튀기에 대한 추억은 마음 따뜻해오는 정겨운 풍경이고 추억의 맛이다. 그런데 추억 속에만 있었던 풍경을 요즘은 자주 보게 된다. 현대인의 식생활이 서구화되어 가고 또 너무 잘 먹다보니 다이어트 식품, 혹은 웰빙 음식으로 뻥튀기가 인기 있는 식품이 된 것은 오래 된 일이다. 하지만 사라진 줄만 알았던 뻥튀기, 그 추억의 맛, 추억의 정겨운 기억을 추억 속에서만 아니라 현실에서 다시 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

양산에는 매월 5일장이 선다. 5일장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아직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양산 남부시장 5일장이 돌아오면 시외버스 구 터미널 앞에는 추억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뻥튀기 아저씨와 뻥튀기 기계를 볼 수 있다. 몇 년 전에 KBS <6시 내 고향>에 방영되었고 MBC부산 방송 등 TV에 자주 나왔다고 한다. 매달 1일과 6일은 양산장에, 2일과 7일엔 노포동장에, 3일과 8일은 남창장에, 또 4일, 9일은 서창장에 선다고 한다.

뻥튀기 ...
뻥튀기... ⓒ 이명화

양산장에선 매월 1일과 6일에 볼 수 있는 셈이다. 뻥튀기는 나무땔감이나 연탄으로 하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가스나 석유를 쓴다고 한다. 추억 속에서 마치 걸어 나온 듯한 뻥튀기 기계를 보고 반가워서 사진을 찍자 뻥튀기 아저씨는 명함을 건네며 친절하게 말을 걸어왔다. 15년째 뻥튀기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씨는 14년간 근무했던 회사에서 퇴사 한 이후 1년간 야채장사도 해보았지만 일만 고될 뿐 밥 먹기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바로 옆에서 뻥튀기 장사를 하던 할아버지를 만난 것은 또 다른 전환점이 되었다. 나이가 많아 더 이상 일 하기가 어렵게 된 할아버지를 통해 튀밥 기술을 전수받고 기계는 물론 자신이 다진 5일장 노점자리를 넘겨주어서 지금까지 양산장, 노포장, 서창장 등을 돌아다니며 뻥튀기 장사를 해 온 것이 어느덧 15년째라고 했다.

나는 추억의 맛, 추억의 따뜻한 기억이 그리워 가끔, 아니 자주 5일장에 간다. 바로 지척에서 어린 시절의 그 까마득한 추억 속의 뻥튀기 장수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뻥튀기 기계가 뜨거운 열을 받아 돌아가고 이따금 뻥! 하고 뻥튀기가 되어 터질 때마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뿌연 수증기 가득 피어오르던 추억 속의 뻥튀기가 바로 가까이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마을 공터에서 내 차례가 오기를 끈질기게 기다렸다가 드디어 차례가 돌아오고, 뻥튀기를 해서 자루 가득 담아 집으로 뛰어가면 엄마는 커다란 박바가지 가득 쌀뻥튀기, 옥수수뻥튀기를 내 놓아 우린 그 고소한 냄새와 함께 뻥튀기를 먹었던 시절이 절로 떠오른다.

엄마가 자루채로 다락에 올려놓으면 방 안 가득 고소한 뻥튀기 냄새가 가득했고 마음은 부자가 된 듯 했던 그때 그 시절이 바로 엊그제만 같다.

추억의 맛, 추억여행을 하고 싶다면 양산 5일장에 와 보시라. 뻥튀기 아저씨가 구수한 추억의 맛을 돌려 줄 것이다.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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