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무들이 도대체 얼마나 오래 된거야?"
카페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동네, 그렇고 그런 주택들이 들어 찬 동네에 있는 작은 카페 '프렐류드'에 들어서면 누구나 한마디씩 한다. 나이 먹은 나무들이 말해주듯 이 조그마한 카페는 곱게 늙는 노부부와 따님이 함께 꾸리고 있다.
구리쪽으로 망우리 고개를 넘자마자 왼쪽 딸기원으로 2백미터쯤 올라가면 작은 숲이 나타나고 '프렐류드'란 작은 간판이 보인다. 그 흔한 대문도 없는 입구를 들어서면 꼬맹이가 이불을 덮어쓰고 앉아 자신만의 아늑한 세계를 만든 것처럼, 죽죽 뻗은 목튜립과 미국단풍 잎으로 지붕이 되어버린 숲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남에게 맡겨 상업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 그러나 주인의 손길이 곳곳 구석구석 닿은 정원은 마치 약수터로 가는 길 같다.
나무가 우거진 카페는 해질 무렵과 비오는 날 오면 제격일 것 같다. 돌이 깔린 오솔길을 오르면, 잠시 앉아 숨을 돌리고 정원을 둘러보고픈 손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초입에 지붕이 있는 테라스가 있다. 숲 사이로는 산들바람이 흘러 들어오고 앞으로는 죽죽 뻗은 목튜립이 석양에 나뭇잎을 물들인다. 오른쪽엔 커다란 단풍이 있어 은근히 가을을 기다리게 하는데 이 정원은 실내의 커다란 통유리창을 통해 흐름이 이어지니 이 카페는 안팎이 온통 푸른 그림이 되어 버린다.
밖으로 스며 나오는 백열등 불빛이 따사로운 유리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 흔한 카운터도 보이지 않고 가정집 따스한 거실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유리장에는 식기류와 오래 된 커피분쇄기가 진열돼 있고 한쪽에는 His Master's Voice의 개가 연상되는 낡은 나팔축음기가 놓여 있어 한쪽 구석 탄노이 스피커에서 잔잔히 흘러나오는 음악과 잘 조화된다.
카펫이 깔린 창가의 자리에는 유리잔 속에 들어간 촛불이 촛농에 자기 몸을 비추며 하늘거린다. 밖에는 비가 뿌리치니 나만의 공간은 더욱 아늑해지고 빗소리와 나뭇잎 사각이는 소리, 사랑하는 사람의 다정한 말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며 밤이 그렇게 소리없이 무르익어 간다.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진한 갈색 탁자에 다소곳이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 있구나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듯해온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맞다. 이 카페는 독특한 소스의 맛깔스러움을 가지고 있으나 음식만을 탐하는 집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가지고 싶고, 가족과 조촐히 내 집 정원에서처럼 저녁을 함께 하고 싶을 때 권하고 싶은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