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는 해바라기
나라고 꿈이 없었을까.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내던져진 삶이었지만,
나에게도 야무진 바람은 있었다.
그래서 안간힘을 써서 고개를 내밀었다.
지금 살고 있는 화원이 다라고 하기엔 뭔가가 부족했었다.
모가지가 길어 슬픈 기린처럼
항상 담장 밖이 궁금했었다.
지금 핀 화원에 그냥 눌러 앉기에는
만족할 수 없는 뭔가가 담장 밖에서 손짓했었다.
내 안에 숨죽이고 있던 강렬한 응어리가
나의 키를 이렇게 키웠나보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을 거다.
그동안 애태웠던 새까만 씨가 뭉치고 뭉쳐
이제야 배시시 웃으며 노란 마음을 피웠다는 것을.
지금은 해질녘.
이제 비록 해가 지나가려하고 있지만,
나는 그래도 담장 밖을 보고야 말았다.
그래 나는야 하루해가 아쉬운,
고개 숙여 철학하는 한 떨기 해바라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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