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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통합법(이하 자통법)이 2007년 12월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2009년 2월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금융시장의 빅뱅으로도 불리는 자통법, 이 글에서는 자통법이 가져올 한국 금융시장의 변화와 최근 국제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자본시장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거론하고자 한다.

 

분산된 금융시장을 하나로 통합하는 자본시장통합법

 

자통법은 증권업, 자산운용업, 선물투자자문업 등의 금융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으로써 흔히 '한국금융시장의 빅뱅'으로 불린다.

 

다만 2009년 시행될 자통법에는 금융시장 통합에서 일반은행과 같이 단기성 자금을 입금하고 출금하는 업무가 아니라 수천만원과 수억원에 달하는 개인의 투자자금을 증권, 선물시장 등의 여러 자본시장에 투자를 진행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업무가 주된 내용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통법에는 전통적인 금융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던 은행업과 보험업은 직접 적용을 받지 않는다. 자산투자, 증권투자 등 중장기적 전망 속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투자은행과 같은 종목이 주목을 받게 되고 그래서 한국사회에도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이 들어설 수 있는 기본 토양을 제공한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이러한 자통법은 국내 경제현안만 놓고 본다면 금융자본 순환의 효율성을 높여주어 금융시장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장점이 가능하다. 현행 자본시장 법률에서는 한 가지 금융회사가 여러 금융상품을 동시에 다루는 겸영을 막고 있다. 예를 들면 증권회사는 철저히 증권업만 관여할 수가 있고 선물투자라든가 채권시장, 나아가 기업인수합병과 같은 사업에는 뛰어들 수 없다.

 

그러나 자통법이 시행되면 하나의 금융회사가 이러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동시에 다룰 수 있다는 논리가 적용된다. 이를테면 하나의 증권회사에서 증권뿐만 아니라 해외펀드, 카드결제, 선물투자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동시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금융상품의 다양화로 직결될 수 있어 금융시장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일정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영역에서 난립하고 있는 국내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자본시장이 통합됨에 따라 상호간 무한경쟁에 놓이게 되고 회사간 치열한 경쟁 끝에 인수-합병 과정을 거치면서 4-5개의 건실한 투자은행으로 재편된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정부의 주장처럼만 일이 진행된다면 더할 나위없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하였던 동북아 금융허브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변화하는 세계 금융시장의 현실이 고려되어야

 

노무현 정부의 모든 것을 반대하던 이명박 정부가 자통법을 준비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역시 한국금융시장의 개방화가 대세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자본시장의 전망이 정부 측에서 내다보는 것처럼 항상 장밋빛인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질서가 파급되면서 세계경제는 개방화가 대세를 맞이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대미의존도가 특히 높은 한국경제도 지금의 경제체질에서는 개방화의 대세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개방화란 무엇인가. 한 마디로 해외 금융세력들이 한국금융시장에 난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건 스탠리, 골드만삭스와 같은 금융투자회사들이 한국금융시장으로 진출하게 되면 한국금융시장은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빠져들 소지가 다분하다. 골드만삭스의 시가총액만 보더라도 2003년 수치로 34조 6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 회사는 증권사고 팔기를 통한 시세차익, 기업의 적대적 M&A를 통한 인수합병 등을 통해 수익을 늘려나가는 회사라는 점이다.

 

국내 난립한 62개 증권사 가운데 최대 증권사라고 하는 삼성증권의 현재 시가총액도 4조 6000억원에 불과한데 최대 증권사의 10배가 되는 투자은행들이 쏟아져 들어온다면 국내의 중소금융사들은 차례로 합병될 것이 자명하다. 이 경우 자통법 시행으로 인한 금융이익의 극대화는 온전히 해외투자자본의 몫으로 될 것이 자명하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버는 격이다.

 

현재 미국자본은 안정적 투자처를 갈망하는 상태

 

게다가 현재 세계금융자본을 좌우하는 미국경제의 현황을 볼 때 금융시장의 개방은 더더욱 위험하다. 지금 미국금융자본의 처지가 안정적인 이윤공급지를 절실히 요구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미국경제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8월이 다가오도록 해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베어스턴스가 사실상 부도로 인해 매각된 데 이어 인디맥뱅크라는 미 금융기관이 영업정지 되었다. 이를 이어 미 최대 저축·대부(S&L)조합인 워싱턴뮤추얼이 대규모 손실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국영금융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 역시 부시행정부의 구제금융에 힘입어 간신히 파산사태를 모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금융시장이 이처럼 급변하게 된 것은 미국금융시장의 위기가 단지 자본순환 경색에서 오는 일시적 위기가 아니라 수익구조의 문제, 다시 말해 미국금융시장의 수익성이 갈수록 하락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한 마디로 미국 금융시장의 부동산 부실대출 사건이 긍정적으로 마무리 지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국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황에서 미국소비경제가 다시금 살아나길 바라는 것은 무리인 듯 하다.

 

이미 미국 투기자본의 대부라 불리는 조지 소로스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현재 신용 위기가 매우 심각한 금융 위기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위기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월가 투자회사인 비리니의 라즐로 비리니 회장은 "금융시장은 지금 여기저기서 불이 났는데 어떻게 끌지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하였다. 미국 최대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은 보유한 1조 1000억달러 상당의 불투명 자산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미국금융자본은 새로운 이윤을 창출할 시장에 목이 말라 있는 상태이다. 이들은 할 수만 있다면 세계 어느 시장으로도 진출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이윤을 창출하려 들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금융권의 경색위기가 금융자본 전반을 덮칠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자본의 준동을 방지할 대비책이 있어야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맹목적으로 미국경제에 편승하던 한나라당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여 한국자본시장을 해외시장에 버젓이 내놓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한국금융시장은 해외투기자본의 처참한 사냥터로 전락할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 새로운 투자처에 목이 마른 해외금융자본들이 단기성 투자자본의 형태로 한국금융시장에 여과없이 침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 금융분야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3억 68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금융투자회사의 설립 자기자본 비중을 하향조정하여 중소규모의 금융사들이 난립할 조건을 만들어 금융시장의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양국의 국회비준 절차만 남겨두고 있는 한-미 FTA가 비준이라도 되는 상황이면 금융시장까지 전면 개방화가 진행될 것인데 이렇게 되면 해외금융자본은 한국시장으로 물밀듯이 들어와 훨씬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한국시장을 선점하며 한국금융의 지배구조 자체를 바꿔버릴 소지가 다분하다.

 

마치도 먹이감을 요구하는 굶주린 하이에나가 들판에 가득한 상황에서 아무런 주위적 조치도 없이 무턱대로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은 바보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펼 수 없는 위험한 정책이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일례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발의하였던 바와 같이 해외투기자본의 준동을 규제하는 대응장치가 개방에 앞서 선행해야 한다.

 

변화된 정세를 반영하는 입법활동이 되어야

 

세계경제는 바야흐로 다극화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미국경제가 세계경제를 이끌던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최근의 미국경기 침체 현상과 그 장기화는 말로 추락하는 미국경제의 위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의 입법활동은 변화하는 정세를 긴밀히 반영해야 한다. 나라경제가 제2의 IMF와 같은 파국으로 치닫는 지금, 진지한 검토없이 진행하는 자본시장 통합은 자칫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통합과 개방과 같은 커다란 변화는 경제변화 흐름에 밀접히 조응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였던 동북아 금융허브도 현 정부 관계부처의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한 것이다. 지금처럼 개방일변도로 나아가서는 제2의 IMF란 소리만 듣기 십상이다.

덧붙이는 글 | 곽동기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태그:#이명박, #자본시장통합법,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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