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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바다에서 즐기는 후리질.. 서해의 검푸른 바다에서 즐기는 후리질(그물끌기)를 통해 한 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를 잊고, 선후배간, 가족간 정을 돈독하게 하는 즐거운 피서법을 소개합니다.
ⓒ 김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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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연일 이어지던 날 옆집 선배가 집 단장을 한다고 도움을 요청해왔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마을 후배들과 같이 지붕을 수리하고 외벽을 페인트칠 하며 마무리 지었다.

새롭게 단장된 집을 바라보던 선배가 시원한 맥주 한 잔 하자고 한다. 갈증이 나던 참이라 시원한 바람이 찾아드는 골목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시원하게 맥주를 마셨다. 선배가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치레를 하며 내일 바다로 후리질을 나가자고 했다.

"그물도 새로 사왔고, 날도 더운데 바다에 나가서 시원한 물속에서 더위나 식히고, 물고기 잡아 싱싱한 회에 소주나 한 잔 하자고…."

선배의 제안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자 즐거움 그 자체여서 한 사람도 거부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음날 오전 11시! 바로 출발 시간을 정해버렸다. 약속 시간이 조금 넘은 시간, 시끄러운 엔진 소리와 함께 경운기 시동이 걸렸고 경운기 짐칸에 그물과 초장, 소주를 싣고 들뜬 마음으로 물이 빠진 갯벌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머리 위로는 뜨거운 태양이 비추고 있었지만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비릿한 갯내음에 사로잡혀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물 가득 잡힐 물고기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흥이 나있어 태양빛에 타는 피부나 더위는 신경쓰지 않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달리는 경운기 뒤로 선재도가 아득히 멀어지고 있고,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끌이 보이지 않았다. 드넓은 갯벌 위를 고기 찾아 헤매고 다니다가 이곳 지리와 경험이 풍부한 선배가 경운기를 세운 후 그물을 메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다.

놀고 있는 물고기를 찾고 있는 모습
▲ 잔잔한 바다 놀고 있는 물고기를 찾고 있는 모습
ⓒ 김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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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고요한 바다. 해무가 짙고 너울 하나 없는 물결 그리고 깨끗한 바다, 정적만 흐르고 있다. 마치 우리가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듯한 야릇한 느낌마저 든다.

놀고 있는 숭어 떼를 발견, 숭어가 놀라 도망가기 전에 그물을 친다
▲ 그물을 쳐라 놀고 있는 숭어 떼를 발견, 숭어가 놀라 도망가기 전에 그물을 친다
ⓒ 김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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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선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숭어가 뛰었다고 그물을 치자고 했다. 우리는 1대에 50m 정도되는 그물 2대를 이어 100m 정도 길이로 물 속에서 끌었다. 신속하게 이동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서로 호흡을 맞춰 그물을 펴나갔다.

그물이 다 쳐지고 이젠 물고기가 그물 안쪽으로 오기만 기다리면 된다. 숨 죽이고 숭어 떼가 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 태양빛이 따가우면 물 속으로 잠수했다 나왔다 반복하거나 헤엄을 치고 물속을 첨벙거리며 돌아다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선배로부터 신호가 온다.

"숭어가 도망가기 전에 갯벌로 그물을 끌어야해! 서둘러!"

그물 양쪽을 1명씩 잡고 원을 그리며 갯벌 쪽으로 끌었고 필자와 선배는 중간 지점에서 첨벙거리며 숭어를 몰았다. 놀란 숭어들이 그물을 뛰어넘었고 그 모습에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신나게 그물을 끌었다. 어느 정도 그물이 드러났을 때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양쪽에서 그물을 잡고 있던 후배들은 그물 안에 고기가 없다고 했다. 필자와 선배는 양쪽으로 갈라지며 그물을 살폈다. 그물 끝에 가까워지도록 그물 안에 고기가 한 마리도 없는 것이 아닌가. 어찌된 일이지? 그물을 추린 후 그물 안에 고기가 왜 없는지를 논의했다. 문제의 결론은 선배가 내렸다.

"물이 너무 맑아. 숭어들이 그물이 보이니까 그물을 뛰어넘어 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망둥이 한 마리 못 잡아서야…."
"후리질은 물이 흐린 곳에서 해야지 그물이 보이지 않아 숭어나 잡어가 잡히는데, 이곳은 물이 너무 맑아 눈이 밝은 고기들이 그물을 보고 다 피해 도망간다. 아무래도 갯벌 물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두세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치기도 했고 오늘은 '허탕'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자리를 옮겨서 한 번만 더해보고 철수하기로 했다. 자리를 옮긴 곳은 밀물이 되면서 갯벌 물이 일어 흐린 곳이었다. 허리 깊이 들어가서 그물을 치고 잠시 기다렸다가 숭어가 뛰는 것을 확인하고 그물을 끌기 시작했다.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숭어! 반갑다 숭어야~
▲ 숭어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숭어! 반갑다 숭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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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이 드러나면서 그물에서 물고기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그 녀석은 그물을 보고 뛰어넘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그물에 걸려서 바동거리는 모습이었다. 비로소 우리는 물고기를 잡은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숭어가 잡혔다", "이건 뭐야! 벤뎅이도 잡혔네!"하며 흥겨워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걸린 물고기들을 놓칠세라 자루를 잡은 후배는 열심히 뛰어다니며 고기를 담았고 그물에서 고기를 떼어내는 손길은 바빠졌다.

"한 번 더하자! 요번에 제대로 고기를 잡아보자고~"

모두 흥이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물을 메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서 그물을 치고 물속을 뛰어다니며, 고기들을 놀라게 해 그물 안으로 몰았다. 다시 그물을 끌어 그물에 걸려 있는 숭어와 밴댕이를 잡은 후 싱싱한 회 맛을 보기 위해 경운기를 타고 해안가 갯바위 밑에 자리를 잡았다.

선재도 에서 태어나고 자라 누구보다도 섬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섬을 아낀다는 자부심에 살아가고 있다
▲ 김주홍 선재도 에서 태어나고 자라 누구보다도 섬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섬을 아낀다는 자부심에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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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어제 집 단장 하느라 고생했고 오늘은 후리질하느라 고생했다며 후배들을 위해 직접 회를 떠주었다. 선배의 배려에 필자와 후배들은 싱싱하고 맛있는 숭어회와 밴댕이회를 소주에 곁들여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바닷물에 바로 씻어 손질해 먹는 숭어회 맛 끝내 줍니다
▲ 숭어 바닷물에 바로 씻어 손질해 먹는 숭어회 맛 끝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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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더불어 바닷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특별한 혜택 후리질(그물 끌기)은 재미도 있지만 바닷물 속에서 그물을 끌어야 하는 고생도 동반한다. 하지만 떠놓은 회와 소주 앞에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게 하며, 오가는 잔을 통해 선후배 간의 돈독한 정을 쌓는다.

소주에 얼굴이 빨갛게 변해버린 후배, 숭어회 한 점과 소주 한 잔에  만족한 웃음을 짓는다
▲ 그래 이 맛이야 소주에 얼굴이 빨갛게 변해버린 후배, 숭어회 한 점과 소주 한 잔에 만족한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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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떠놓기가 무섭게 도마 위가 깨끗해진다. 점심도 거른 터라 고픈 배를 회로 채우고 있는 중이니 그 회 맛이 어찌나 맛있었는지…. 회를 뜨는 사람은 먹을 시간도 없이 "야~ 더 떠야해!"하면서 쉼 없이 회칼을 움직였다.

잘 먹는 후배들의 모습이 좋았던지 투정을 하면서도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그렇게 우리는 갯바위 밑을 흐르는 시원한 물에 앉아 얼큰해질 때까지 즐기다 집으로 돌아왔고, 그날 즐겼던 후리질을 즐거운 추억으로 가슴에 간직하게 되었다.

답답한 일상으로부터, 짜증 나는 찜통 더위로부터 탈출, 시원한 바닷물, 바닷바람, 그리고 갯벌에서 즐기는 고기잡이 그리고 싱싱한 자연산 회 맛을 느껴보는 후리질(그물끌기)은 찌는 듯한 찜통더위를 잊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놀이이자 피서법이라 생각해 소개해본다.

덧붙이는 글 | 2008 '이 여름을 시원하게'에 응모하는 글입니다.



태그:#지킴이, #후리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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