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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앞에서 열린 한우 시식회에서 시민들이 한우를 먹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앞에서 열린 한우 시식회에서 시민들이 한우를 먹고 있다. ⓒ 유성호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보수 성향의 단체들이 연달아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하며 '대국민 홍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19일 청계광장에서는 대학생들이 준비한 한우 시식회가 개최됐다.

 

'아고라대학생연합'(이하 아대련)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국의 대학생들은 "(정부여당이) 미국 소 홍보에 혈안이 돼 한우는 안중에도 없는 말도 안 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고의 대안은 우리 한우를 애용하고 홍보하는 것"이라며 이날 3시부터 대전충남한우협동조합·하눌소직영쇼핑몰과 함께 한우 시식회를 열었다.

 

아대련측은 이날 오전부터 폭우가 쏟아져 우려했지만 한우 시식 행사 소식을 듣고 온 많은 누리꾼들과 근처를 지나던 시민들이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어 행사는 갈수록 활기를 띠고 있다. 또한, 이날 저녁 청계광장에는 집중 촛불 문화제가 예정돼 있어 현장을 찾는 시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대학생들 "정부가 안 하면 우리가 알린다!"

 

아대련 소속 대학생 40여명은 이날 시식행사를 위해 오전 9시부터 현장에 나왔다. 그리고 청계광장 앞에다 행사 천막을 치고, '아고라대학생연합과 함께 하는 한우 시식회'라고 적은 현수막을 천막 위쪽에 내걸었다. 시식행사를 위한 테이블 등도 준비했다.

 

또한 일부 대학생들은 종각역과 시청역 일대에서 시식회 홍보 전단을 시민들에게 배포하며 이날 오전부터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준비해 온 전단은 무려 4000장이다.

 

대학생들은 시식회를 개최하기 전 충남 홍성의 한우 농장과 공장을 직접 방문하여 한우의 사육과 도축과정, 그리고 가공 중의 위생 상태와 포장·배송 과정 등을 꼼꼼히 살펴보기도 했다. 견학 장면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 등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대련 카페에 올려놓고 회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상명대 재학생 이종주(27)씨는 "우리가 직접 한우 농장을 방문해 동영상 사진 취재 등을 통해 한우가 안정성이 있고,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고 왔다"며 "우리 대학생들이라도 나서서 국민들에게 한우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시식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미 쇠고기 수입 후 한우의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되레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하며 '맛이 좋다'고 외치고 있다"며 "도대체 그들은 어느 나라 국민인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청계광장을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시식행사 참여를 독려하고 있던 단국대 학생 박아람(26)씨도 "정부가 진짜 피해자인 농민을 위한 정책은 전혀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대학생들이 먼저 나서 한우를 챙기자는 차원에서 이렇게 나왔다"며 "비가 많이 오긴 하지만 촛불 문화제도 있는 만큼 준비해 온 한우는 모두 동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를 비롯한 서너 명의 대학생들은 청계광장 한복판에 우비를 입고 서서 시민들을 향해 "미친 소 드시지 마시고 한우 드시고 가세요"라고 외치고 있다.

 

농민들 "한우는 안심하고 드세요!"

 

이날 대학생들의 초청에 의해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은 충남 홍성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일차 가공하여 판매를 하고 있는 한우 농가 농민들과 협동조합원들이다. 농민들은 이날 새벽 4시부터 일어나 홍성에서 키운 한우 암소 소 불고기 5000인분을 직접 요리해 오전 9시께부터 기차를 이용해 서울로 올라왔다.

 

한우 농민 박순자(51)씨는 "현재 우리 한우 농가가 너무 어려운 상황인데, 우리 국민이 한우의 맛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서울로 올라왔다"며 "옛날에는 소 팔아서 대학을 보낸다고 했는데 지금은 대학은커녕 먹고살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미 쇠고기 시식회'를 열고 있는 정부여당에 대해 "우리 농민들을 지켜줘야 할 분들이 앞장서서 미국 소 홍보에 나서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성토한 뒤, "이날 시식행사를 통해 한우가 미국 소에 비할 것이 아니고, (미 쇠고기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충남한우협동조합 이관규 조합원도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한우 농가도 엄청 많은 타격을 입고 있다. 전에는 그냥 고기를 사가시던 분들도 요즘은 직매장임에도 믿고 사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매출도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한우는 100% 식물성 사료만을 사용하며 작업과정도 안전한 만큼 다시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 "우리 소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날 시식행사에 참여해 국내산 한우 맛을 본 시민들은 연방 "맛이 좋다"며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근처 미술관에 왔다가 우연히 한우 시식회가 열리는 것을 보고 청계광장을 들렸다는 고등학생 한민지(17)양은 "그동안 돼지고기만 먹다가 쇠고기는 정말 오랜만에 먹는 것인데 맛이 매우 좋다"며 "우리 소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양과 함께 온 김보라(17)양도 "양념이 잘 돼 맛이 좋다"며 "미국산 쇠고기를 맛있다고 먹는 정치인들을 보면 한심하게 느껴진다. 광우병이 없다는 것이 확실하지도 않은데 시민들을 속이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 청량리에서 온 정갑수(48)씨는 "믿을 만하니까 먹는 것이지 맛에 대한 구별은 사실 잘 모르겠다"며 "그래도 한우는 위험도 적고 믿을 만하기 때문에 이런 홍보 행사가 좀 더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5시 현재 청계광장 앞은 비가 그친 상태고 한우 시식회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시민들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우#시식회#미국산 쇠고기#광우병#아고라대학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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