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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4일 "사태해결 때까지 금광산 관광을 계속 중단할 방침"이라고 거듭 밝혔다. 지난 11일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총격사망 직후, 정부는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시킨 바 있다.

 

정부와 주요 언론뿐만 아니라 정당과 시민단체들도 북한당국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주기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또 금강산 관광의 잠정중단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다. 금강산 관광 사업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 당국은 12일 '명승지 종합개발지도국'의 담화를 통해, 관광객 사망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책임은 남한 당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당국은 남쪽의 일방적 금강산 관광 중단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정부와 북한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정작 금강산 관광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아산'과 통일부 등 관련 정부기관의 책임은 간데없다. 

 

보수언론·보수단체 눈치 보느라 강경 기조 유지한 정부

 

지금까지 발표된 사건정황을 보면 관광객 박씨가 군사통제구역으로 넘어갔고, 이후 총격사망이 있었다. 관광객 박씨의 과실도 있지만, 박씨의 사망 앞에 북한 초병의 과잉대응이 크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은 알다시피 경직된 사회다. 군은 더 심하다. 군사지역으로 넘어 온 사람에 대해서, 멈출 것을 요구받고도 내달리는 상황 앞에서 북한 초병은 쉽게 근무수칙에 따른 대응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아니 먼저 초병인 그가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그냥 방치했다면 그가 군의 처벌을 받을 것이 명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측 초병이 이런 상황에 직면했다하더라도 그 초병에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그는 군인이기 때문에. 초병의 임무가 그 것이기 때문에.

 

또 군이나 북한당국이 이번 총격사건에 계획적으로, 조직적으로 관여한 징후는 지금까지 없다. 이번 총격사망사건에도 한국정부가 차분히 대응해야 할 첫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간 대화가 끊기고, 지난 10년간 북한과의 긴장완화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수준까지 왔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미국마저도 북한과 관계개선노력을 하고, 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극우보수단체들과 보수언론의 눈치를 보며 북한정책에 있어 미국과도 엇박자 행보를 계속해 왔다.

 

오히려 미국 부시정부에도 부담이 되어버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난 11일 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오랜만에 제대로 번지수를 찾아가는 듯했다. 같은 날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총격사망사건에도, "대북정책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받아들여졌다.

 

현대아산과 통일부 관리소홀 책임 물어야

 

그러나 국민의 총격사망에 대처하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에 언론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금강산관광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키고, 북한 당국을 향한 비난에만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리쪽의 문제를 먼저 살펴야 한다. 먼저 금강산관광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아산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현대아산측의 안이한 관광운영 관행이 낳은 참극이다.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객이 노출되어 있었다.

 

또 대북관광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통일부 당국자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정부당국의 관리소홀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금처럼 우리쪽에서 일방적으로 금강산관광을 중단한다고 해서는 안된다. 금강산관광사업은 북측의 요구로 선뜻 시혜를 베풀듯 추진된 것이 아니다. 멀리 남북통일을 바라보며, 남북의 긴장완화를 위해 상징적으로 남북의 합의하에 이룬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과 같이 북한당국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먼저 요구하면서, 그 압박수단으로 '금강산관광을 계속 중단하겠다'는 것은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오히려 금강산관광은 국민의 안전차원에서 금강산 관광객의 안전보장 등의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옳았다. 지금처럼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 돈(금강산 관광)은 없다'식으로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쪽이 대화 돌파구 마련해야

 

금강산관광사업은 북한만 이익 보는, 우리는 손해만 보는 장사가 아니다. 통일을 대비하고, 남북간 긴장완화를 위한 비용인 측면도 크다.

 

때는 늦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의 취지도 살려 북한과 협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상, 이번 금강산관광객 사태를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슬기롭게 또한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금강산관광 중단은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훨씬 많은 선택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현대아산의 책임과 통일부의 책임 등 우리 내부의 책임부터 꼼꼼히 따지고, 이후 금강산관광시 두번다시 지난 11일과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조치도 확실히 해 두어야 할 때이다.

 

정부는 지금처럼 북한을 비난하면서 총격사망진상조사를 위한 남북대화만을 고집하는 태도를 버리고, 금강산관광사업 안전조치를 위한 남북대화를 북측에 먼저 요청하기 바란다. 또 조건없이 금강산관광 재개를 선언해야한다. 그것이 순서다. 그리고 만나서 따질 것은 그때 따져도 늦지 않다. 우선 서로 남북의 만남이 중요하다. 남북당국이 서로 자존심 싸움으로 시간을 허송하면 결국 피해는 남북한 국민의 몫이다.

 

금강산관광의 재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세계가 지금 한반도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남북한 대화단절이 지속되는 것을 세계가 원치 않는다. 우리쪽에서 먼저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결단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남경국 기자는 독일 쾰른대학교 국가철학 및 법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


#금강산관광#총격사망#남북대화#금강산 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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