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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 피살 사건 발생지점 부근에 북측 군당국이 운영 중인 것으로 보이는 폐쇄회로(CC) TV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13일 현대아산이 공개한 금강산 해수욕장 사진을 확대해 보면 박씨가 넘어갔다는 군사경계선 부근 북측 영내에 CCTV로 보이는 구조물이 세워져 있는 점이 육안으로 파악된다.(빨간 동그라미)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 피살 사건 발생지점 부근에 북측 군당국이 운영 중인 것으로 보이는 폐쇄회로(CC) TV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13일 현대아산이 공개한 금강산 해수욕장 사진을 확대해 보면 박씨가 넘어갔다는 군사경계선 부근 북측 영내에 CCTV로 보이는 구조물이 세워져 있는 점이 육안으로 파악된다.(빨간 동그라미) ⓒ 연합뉴스

지난 11일 박왕자씨가 금강산 해수욕장에서 피살당한 것이 우발적인 사건인지 아니면 북한 군부의 의도적인 도발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 당국의 거부로 우리 정부의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이 문제는 상당히 중요하다. 의도적이냐 우발적이냐에 따라 이번 사건의 성격은 물론 앞으로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의 해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북한군 초병이 우발적으로 과잉 대응했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북한 군부가 남북관계를 더 긴장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으켰다는 의견도 있다.

 

3.3㎞의 산책, 두발의 총성, 부실한 펜스

 

사건 직후 북한이 현대아산에 통보한 바에 따르면, 박씨는 11일 새벽 경계울타리를 넘어 군사통제구역 안 1.2㎞ 지점까지 들어왔다가 초병의 정지 요구와 공포탄 사격에도 도망가다 4시 50분께 경계울타리 안쪽 200m 지점에서 총을 맞았다.

 

그러나 13일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 설명이 맞지 않다고 정식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우선, 박씨가 호텔을 나선 시간은 새벽 4시 30분이고, 북쪽이 주장하는 피격 시간은 4시 50분으로 그 차이가 20분에 불과하다.

 

북쪽 설명대로라면 이 짧은 시간에 박씨는 호텔 입구에서 해수욕장 입구까지 706m, 해수욕장 입구에서 군사통제구역 울타리까지 428m, 울타리에서 북한 초병에게 발견된 지점까지 1200m를 걸었다. 또한 북한 초병에게 발견된 뒤 1000m 정도를 달아나다가 울타리로부터 200m 떨어진 지점에서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총 이동거리는 3.3㎞. 치마를 입은 50대 여성인 박씨가 20분만에 3.3㎞를 움직인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또한 당시 사건을 목격한 이인복씨는 2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밝혔다. 북쪽이 주장하는 공포탄 발사 없이 바로 실탄 사격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대아산이 13일 오후 공개한 사진에서 드러나듯이 군사통제구역과 관광지를 가르는 녹색 펜스는 바닷물에서 32m나 떨어져 있다. 펜스가 없는 부분은 높이 1.5m 정도의 완만한 모래 언덕만 있고 출입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도 없다. 해안을 따라 산책하다보면 무심결에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북쪽 설명과는 달리 박씨가 무심결에 군사통제구역 안으로 200m 정도 들어갔는데 북한군 초병에게 갑자기 제지를 당했고, 군대 경험이 없는 박씨가 겁이 나 바로 돌아나오려다가 피격됐을 가능성이 있다.

 

[우발적 사고설] "핵시설 선제타격 발언으로 근무태세 강화"

 

일부에서는 북한군 초병이 새벽에 박씨가 군사통제 구역 안으로 상당히 진입한 것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발견한 뒤, 상부 문책이 두려워 박씨를 붙잡아 검문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사격하는 과잉대응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진상조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몇개의 우발적인 사건이 겹쳐서 일어난 것 같다"며 "우발적 사건이라고 해도 그 사건의 강도나 수습 과정은 전체적인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도발설'과 관련해 그는 "북한이 아무리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경색시키고 했어도 관광지에서 남쪽 민간인을 사살하는 식은 상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도 "이번 사건은 우발적으로 보인다"며 "지난 3월 김태영 합참의장 북한 핵시설 선제 타격 발언 이후 북한군이 경계지역 근무태세를 강화했을 것이고, 이 와중에 총격사건까지 나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이번 사건의 경위도 상부에 정확히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박씨 피살 시간이 새벽 4시 50분인데 현대아산에 통보한 것은 오전 9시 20분께다, 현장의 북한군 내부에서 알리바이를 맞추는 데 시간이 꽤 걸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정황으로 보면 박씨가 군사통제구역 안 1200m 지점까지가 아닌 200m 안쪽 정도까지만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정도면 북한군 초병이 직접 박씨를 붙잡아 심문해도 되는데 총까지 쏜 것은 문제임이 분명하다.

 

남쪽 관광객이 사망한 것에 당황한 현장 북한군들이 사건 경위를 박씨의 일방적 잘못으로 짜맞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결국 현대아산에 대한 통보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금강산을 찾았던 김홍술 목사도 같은 곳에서 통제선을 넘었으나 북한군으로부터 검문을 받고 다시 돌아서 나올 수 있었다. 김 목사의 경우와 이번 박씨의 경우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크게 난다.

 

[의도적 도발설] "남쪽 관광객이 통제선 넘어오는 경우 많았다"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북한군 초병의 근무태도도 긴장됐고 이 와중에 이번 사건이 우발적으로 벌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꾸로 이게 이번 사건의 의도성을 보여준다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북한은 금강산 해수욕장 지역에서 남쪽 관광객이 통제선을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며 "그래서 이번에 남쪽 관광객이 넘어오자 의도적으로 총격을 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이번 사건으로 이명박 정부를 더욱 더 코너에 몰아넣고, 대북 정책을 전환하지 않을 수 없도록 압박을 가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계속 대북 강경책을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후퇴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개인적 판단으로는 의도적인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새벽 5시 무렵이면 남쪽 관광객임을 알 수 있었고 체포·억류할 수 있는데 총을 쏜 것은 단순히 과잉 대응 차원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가 난 지역은 군사적 핵심 시설이 있는 곳은 아니다"라면서 "그 지역은 1차 금강산 관광 시작 직전에 남쪽 바지선이 드나들던 곳"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나 판문점에서 긴장을 조성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백 연구원은 "그 곳은 군과 군이 직접 부딪쳐 부담이 크다"며 "이번 사건으로 북한의 금강산 관광 수입이 줄겠지만, 북미 관계 개선과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의 방북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서해 NLL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것은 오는 8월 8일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금강산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강산 피격#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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