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한민국의 육군 장교로 태어나기 위해 3사관학교를 입교한 지도 벌써 한달 여가 지났다. 그동안 장교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과 개인화기 사격, 수류탄, 화생방 훈련 등 소대장으로서 임무 수행하는데 필요한 자질을 함양하기 위한 힘든 여정을 걸어왔다.

 

전술전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독도법 전술전기가 아무리 잘 되어 있다하더라도 소대장이 길을 잘못 들어 적진으로 소대원들을 이끌고 간다면? 그만큼 독도법은 중요하고 소대장이 반드시 익혀야 할 기본 능력이다.
전술전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독도법전술전기가 아무리 잘 되어 있다하더라도 소대장이 길을 잘못 들어 적진으로 소대원들을 이끌고 간다면? 그만큼 독도법은 중요하고 소대장이 반드시 익혀야 할 기본 능력이다. ⓒ 3사관학교

이제부터는 소대장이 되기 위해 지금까지 받아왔던 그 어느 훈련보다 중요한 훈련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독도법. 사전에는 지도를 보고 표시되어 있는 내용을 해독하는 법을 독도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독도법을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전쟁에서 생사고락을 같이 해야 하는 소대원들의 소중한 목숨을 잃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을 집중해서 훈련을 받아야만 한다.

 

독도법하면 생각나는 예전의 한 CF가 있다. 나폴레옹으로 분한 한 연기자가 말을 타고 부하들을 이끌며 자신 있게 산을 올라갔지만 길을 잘못 들어 옆 산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 때 나폴레옹이 부하들에게 하는 말.

 

“이 산이 아닌가벼.”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고 유행어까지 되었던 이 말이 실제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위험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은 안 봐도 뻔하다. 아무리 전술전기가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지형을 몰라 적진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그만큼 제대로 된 위치를 찾아가는 훈련인 독도법은 중요했다.

 

산속에 웬 할머니가? 할머니의 정체는?

 

드디어 야간훈련까지 계획되어 있는 독도법 훈련이 시작되었다. 오전에는 독도법 훈련장에 마련돼 있는 교정안에서 이론교육을 받았고, 오후와 야간에는 오전에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지도 한 장 딸랑 들고 목표물을 찾기 위해 이산 저산을 헤매기 시작했다.

 

주간 독도법 시험을 치르고 있던 나와 조원들은 지도상에 표기되어 있는 주변의 지형지물을 세심하게 살펴보며 하얀 말뚝으로 되어 있는 목표물을 찾기 위해 열심히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때 앞쪽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들렸다.

 

“다른 조원들은 아닐테고 이 험난한 산속에 누구지? 주민인가?”

“할머니인데. 저 할머니가 혹시?”

“그래 맞는 거 같은데? 그 전설속의 할머니.”

“아하! 뽀빠이 할머니. 저 할머니 광주리에는 없는 게 없다던데.”

 

처음에는 산속을 헤매고 있는 할머니를 보고 무섭기도 했지만 할머니의 정체가 선배들에게서 들은 뽀빠이 할머니라고 생각을 하니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반가웠다. 특히 뽀빠이 할머니는 이곳 지형을 잘 알아 가끔 독도법 정답도 알려준다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험난한 숲속을 돌아다니며 가끔 부딪치는 할머니가 섬뜩하기도 하지만 갈증을 풀기 위해서는 할머니의 도움이 절실했다. 초코파이 하나에 오백원, 물 한병에 천원씩이나 했지만 할머니가 머리에 이고 온 수고를 생각하자면 수고비로 더 드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우리도 적은 월급만 받던 처지라 그러지도 못해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광주리 안에는 뭐가 있어요?”

“여기? 없는 것 빼고 다 있지. 뭐 줄까?”

“초코파이 있어요? 초코파이가 먹고 싶네요”

“당연하지. 내 별명이 초코파이 할머니인데.”

“예? 뽀빠이 할머니라고 그러던데요?”

“누가 그래?”

“선배들로부터 전해내려오는 할머니 별명이에요. 모르셨어요?”

“몰랐지. 아까도 총각들이 초코파이 할머니라고 그러던데?”

 

뽀빠이 할머니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약간의 휴식과 함께 기력을 보충한 조원들은 다시 목표물을 향해서 출발했다. 그때 뒤에서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얀 기둥 찾는 거지?”

“예. 그게 저희들이 찾는 거거든요.”

“고 옆쪽에 봐봐. 거기에 하얀 기둥 하나 있어.”

 

할머니가 일러준 대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옆쪽을 살펴보니 우리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목표물이 있는 게 아닌가! 그 목표물로 다가가 목표물 위에 그려져 있는 비행기를 정답란에 표기하고 난 뒤 다시 할머니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다가갔다.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여기서 하루 이틀 일한 줄 알어? 척하면 척이지.”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목표물을 찾은 조원들은 다시 한 번 할머니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다음 목표물을 찾기 위해 이동했다.

 

그런데 왜 뽀빠이 할머니일까? 힘든 산을 온갖 물건이 다 들어있는(초코파이, 물, 음료수, 담배 등이 담긴) 무거운 광주리를 들고 산속을 헤매며 물건을 팔아서인지, 할머니의 생김새가 뽀빠이를 닮아서인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미스테리로 남아 있지만 그 옛날 선배들로부터 뽀빠이 할머니라고 불려 우리도 그냥 아무 이유없이 뽀빠이 할머니라고 불렀다.

 

전 병력 비상! 산속에서 잃어버린 총을 찾아라

 

5개 목표물을 찾아야 하는 독도법 평가는 목표물을 찾기 위해 여러 산을 오르락 내리락해야 했기 때문에 매우 힘든 훈련이자 평가였다.

 

이로 인해 조원들은 목표물을 하나하나 찾을 때마다 더욱 힘이 나는 게 아니라 ‘이번에는 또 어느 산을 올라가야 하나?’하는 걱정에 점점 더 지쳐갔다. 특히나 5개의 목표물을 찾는데 시간제한도 있어 정해진 시간 안에 집결지로 돌아가야만 했기 때문에 잠시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조원들은 다음 목표물 발견을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동간에 우연히 부딪친 다른 조원들과도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지만 문제가 너무도 달라 소용없는 일이었다.

 

뽀빠이 할머니의 도움(?)과 조원들의 노력으로 가까스로 마지막 목표물까지 찾은 우리는 보무도 당당하게 집결지로 향했다. 가장 빨리 도착했을 거라는 확신으로 집결지로 도착했는데 이미 우리보다 먼저 문제를 해결한 조가 두 팀이나 도착해 있었다.

 

“고생들했다. 아직 30분이나 더 남았는데 문제 푸느라 고생했다.”

“힘들긴하더라. 혹 너네도 뽀빠이 할머니 만났니?”

“그럼, 할머니가 한 문제 답 알려줬다.”

“우리도. 혹시 그 할머니 교관이 시켜서 거기 있는 거 아녀? 한 문제 정도는 알려주라고?”

 

먼저 도착한 동기들은 뽀빠이 할머니 이야기와 도중에 수통에 물이 떨어져 민가로 내려가 물을 얻어 마신 사연 등 승리자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다른 조원들이 속속 집결지로 도착하고 있었다. 드디어 제한시간이 지나고 뿔뿔이 흩어졌던 조원들도 모두 집결지로 들어왔다. 집결지로 모든 인원이 도착하자 훈육장교가 개인장구 확인에 들어갔다.

 

“수통, 방독면, 탄창... 다 있나? 확인해라.”

“다 있습니다.”

“소총. 설마 이거 빠뜨린 놈은 없겠지?”

“네. 있습니다.”

“어 어 없...습..니다.”

“뭐야? 누구야?”

 

누구에게 혼을 빼앗긴 것처럼 멍한 얼굴을 한 동기 한명이 뒤쪽에서 손을 들고 있었다. 군인의 생명인 총을 잃어버리다니. 그것도 어깨에 맨 채로 돌아다녔는데 총을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지금까지 산속을 헤맸단 말인가! 그렇다면 어디에서 잃어버린 줄도 모른다는 이야기인데 이 많은 산을 돌아다니며 총을 찾는다는 건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더군다나 얼마 안 있으면 해도 떨어질 테니 말이다.

 

“저런 정신나간 놈! 분신을 잃어버리다니.”

 

연신 훈육장교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빨리 병력을 풀어서 잃어버린 소총을 찾아야만 했다.

 

“비상! 비상이다. 총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오늘 총 못 찾으면 전부다 저녁 못 먹을 줄 알아라. 지금부터 온 산을 다 뒤져서라도 총을 찾는다. 실시!”

 

훈육장교의 명령이 떨어지자 각 조장들은 총을 잃어버린 조원이 있는 조장에게 다가가 이동경로를 묻기에 바빴다. 경로를 파악한 동기들은 흩어져 총을 찾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무전기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소총 찾았습니다. 각 조원들은 다시 집결지로 집합하기 바랍니다.”

 

해가 저물기 전에 총을 찾아서 천만 다행이었다. 만약 해가 지기 전에 찾지 못했다면 손전등을 들고 온 산을 뒤져야 했다. 그렇게 되었다면 그 날 과연 총을 찾을 수 있었을까?

 

아무튼 총을 잃어버려 독도법 교육에 크나큰 사건으로 기록될 뻔했던 그날의 사건은 동기들의 협심으로 작은 소동으로 마무리 되었다.


#독도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