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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돈없고 돈많고

.. 북과 남의 차이는 돈없는 나라와 돈많은 나라라는 점이다. 돈이 없는 나라에는 쌀이 나가고 돈이 많은 나라에는 로동력이 나간다. 로동력이 나가는 나라에 대한 수속은 언제나 까다롭다 ..  <리혜선-코리안드림>(료녕민족출판사,2001) 18쪽

돈이 있고 없음에 따라서 사람 삶을 나누기도 합니다. 아니, 돈이 있고 없음에 따라 우리 삶이 갈라져 버립니다. 사회가 가르고, 학교가 가르고, 우리 스스로도 가릅니다. 사회학 이론을 대지 않아도, 경제학 이론을 늘어놓지 않아도, 우리 둘레에서 어렵지 않게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 높은 울타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 부자(富者) :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
 ├ 부유층(富裕層) : 재산이 넉넉하여 물질적으로 풍부하게 사는 계층
 ├ 빈민(貧民) : 가난한 백성
 ├ 빈자(貧者) : 가난한 사람
 ├ 극빈자(極貧者) : 몹시 가난한 사람
 │
 ├ 가난뱅이 : 가난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 가난하다 :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고 쪼들리다
 ├ 가멸다 : 돈과 값나가는 물건이 많다
 └ 가멸차다 : 돈과 값나가는 물건이 매우 많고 살림이 넉넉하다

돈이 남보다 넉넉하게 있으면, 돈이 남보다 모자라거나 쪼들리는 사람한테 나누어 주거나 베풀어 주면 좋습니다. 지식이 남보다 넉넉하게 있으면, 지식이 없거나 모자란 사람한테 살뜰히 나누어 주거나 베풀어 주면 좋습니다. 힘이 남보다 넉넉하게 있으면, 힘이 없거나 여린 사람을 돕거나 지켜 주면 좋습니다.

 ┌ 돈있다 / 돈없다
 └ 돈많다 / 돈적다

그렇지만, 돈이나 지식이나 힘이 있는 사람은, 자기한테 있는 돈과 지식과 힘을 더 키우려고만 할 뿐, 기꺼이 이웃과 나누지 않습니다. 아니, 나누지 못합니다.

 ┌ 넉넉이 / 가난이
 ├ 푸짐이 / 쪼들림이
 ├ 있는이 / 없는이
 ├ 돈있는이 / 돈없는이
 └ 돈많은이 / 돈적은이

어쩌면, 나누며 살기는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할 수 있는 노릇인지 모릅니다. 우리들 여느 사람은 더 움켜쥐려고 하고, 더 가지려고 하면서, 그나마 조금 가지고 있는 사람 것까지 빼앗으며 살아가는지 모릅니다.

ㄴ. 만든이

영화를 끝까지 보면, “영화 하나 찍느라 함께한 사람들” 이름을 죽 적어 놓습니다. 도와준 곳도 밝혀 놓습니다. 요즈음은 으레 ‘staff’이라는 알파벳을 적고 있으나, 때때로 ‘만든이들’이나 ‘만든 사람’처럼 적어 주기도 합니다.

 ┌ 만들다
 │  (1) 힘을 들이고 마음을 쏟아서 물건이나 열매를 이루다
 │  (2) 책을 내거나 엮다
 │  (3) 새로운 모습을 이루다
 │  (4) 글, 그림, 노래 들을 새로 이루거나 짜다
 │  (5) 규칙, 법, 제도를 세우거나 새로 엮다
 │  (6) 모임이나 동아리를 이루다
 │  (7) 돈이나 일을 마련하다
 │  (8) 짬, 틈, 겨를, 시간이 모자라거나 없는데 애써 짜내다
 │  (9) 허물, 생채기, 자국이 생기게 하다
 │  (10) 말썽이나 일을 일으키거나 꾸미다
 │  (11) 영화를 찍어서 내놓다
 │  (12) …을 …으로 무엇이 되게 하다
 │  (13) …을 그렇게 되게 하다
 └ 제작(製作) : 재료를 가지고 기능과 내용을 가진 새로운 물건이나 예술 작품을 만듦
      - 음반 제작 / 영화 제작에 몰두하다

우리 말 ‘만들다’에는 모두 열세 가지 뜻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영화를 찍는” 뜻이 있고 “노래를 짓는” 뜻도 있습니다.

 ┌ 음반 제작 → 음반을 만들다
 └ 영화 제작에 몰두하다 → 영화 만들기에 온힘을 쏟다

말이란, 써야 늘고 써야 뿌리를 내립니다. 뜻이 아무리 좋다 한들, 느낌이 아무리 싱싱하다 한들, 우리 스스로 이곳저곳 쓰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죽은 말이 됩니다.

영어를 가르치는 이들은, ‘이 자리에서 배운 영어를 곧바로 밖에 나가서 써야 몸에 붙습니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 그대로입니다. 새로 배운 영어는 누군가와 주고받아야 차츰 입에 익고 혀로 굴릴 수 있고 머리에도 스며듭니다. 배우고 안 써먹는 영어는 지식나부랭이조차 안 돼요.

그러면 우리 말은 어떻겠습니까.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듣고 배운 우리 말도 제대로 제때 제곳에 써야 늡니다. 입에 익고 손에 붙습니다. 알맞고 올바른 말과 글을 부지런히 익혀서 부지런히 써야 차츰차츰 말솜씨가 늘고 말매무새가 반듯해집니다.

처음부터 말과 글을 잘하는 사람이란 없어요. 아직은 익숙하지 않으나, 하루에 한 가지씩 익히겠다는 마음으로 오래도록 애써야 비로소 잘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엉성궂고 어설프다고 하더라도, 오늘은 한 대목 배우고, 내일 다른 대목을 배운다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우리 말이 자꾸 버림을 받고 엉망이 되는 까닭을 한 가지 들라면, 우리 스스로 우리 말과 글을 올바르게 쓰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과 글을 알맞춤하게 쓰려고 하지 않아서입니다.

 ┌ 제작(製作者) : 물건이나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
 ├ 작자(作者) = 지은이
 │
 ├ 지은이 : 책을 지은 사람
 │→ 짓/다 + 은 + 이
 ├ 만든이
 └→ 만들/다 + ㄴ + 이

짓는 사람이니 ‘지은이’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쓴이’입니다. 그림을 그리면 ‘그린이’나 ‘그리는이’나 ‘그림그린이’입니다. 영화나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찍는이’라 할 수 있어요. ‘촬영(撮影)’이 무엇이겠습니까. ‘찍다’를 한자로 옮기니 ‘撮影’이 되었을 뿐입니다.

 ┌ 영화찍는이
 ├ 영화만듦이
 └ 영화만든이

자기가 하는 일을 이야기할 때에는 “저는 영화찍는이입니다” 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영화 끝에 붙이는 자리에는 “영화만듦이 아무개 저무개 이무개 …….”처럼 적거나 “영화만든이 그무개 고무개 구무개 …….”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 만든이 / 찍은이
 └ 만든사람 / 찍은사람

‘영화’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누구나 영화를 찍은 줄 알 터이니 ‘만든이’나 ‘찍은이’라고만 적어도 됩니다. 책을 펴내는 사람은 ‘책펴낸이’라고도 하지만 ‘펴낸이’라고만 말하기도 하고, ‘책엮은이’라고도 하지만, ‘엮은이’라고만 말하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살려쓰기#우리말#우리 말#토박이말#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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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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