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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국사시간에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춰주는 거울'. 솔직히 역사 공부를 깊게 해보지 않은 나는 이 말이 정말 맞는지 알 수 없었다. 시험에 나온다니깐 그냥 외웠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 이 말을 조금이나마 실감하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6월 10일 촛불집회. 6·10 항쟁을 생각나게 했던, 그날의 촛불집회. 6·10 항쟁이 일어났던 때에도, 그리고 지금도 사안은 다를지 몰라도 분명히 국민이 들고 일어나야 했을 만큼 정부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는 건 확실한 듯싶다. 그리고 그 촛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것도.

 

<각개약진 공화국>, 노 전 대통령 정권에 대한 따가운 시선

 

사실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가 그가 썼던 칼럼들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펴낸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구체적인 주제를 잡기 힘들기도 하다. 그저 '한국인은 각개약진 중'이라는 것과 '각개약진 때문에 많은 부딪힘이 있다' 이런 정도로만 요약될 수 있을 뿐이다.

 

사실 이 책이 지금 나온 것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현 정권이 아닌 이전 정권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그 시기에 썼던 칼럼들을 모아서 만든 책이니깐 이 사실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너무 빨리 나오기도 했다. 현 정권에 대한 얘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2008년 3월에 쓴 '이명박 정부의 37번째 쇼'라는 제목의 칼럼이 전부이다.

 

조금만 책이 더 늦게 나왔으면 의료보험 민영화나 쇠고기 협상, 대운하 등의 현 정부가 안고 가려 하는 굵직한 문제들도 다루었을 텐데.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각개약진 공화국>, 이전 정권을 통해 현 시대를 비판하게 하다

 

하지만 앞에서 책과 전혀 관련없는 '역사는 현재를 비춰주는 거울'이란 말을 끌어다 쓴 데는 이유가 있다. 너무 늦게, 혹은 너무 빨리 나온 이 책에서 우리는 분명 우리 사회 단편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이 책에서 예를 들자면, 자신이 속한 회사를 내부 고발한 것 때문에 오히려 살기 어려워졌던, 그러나 진실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것에 더 마음 아파하던 현준희씨에 대해 쓴 '현준희 : 내부 고발을 억압하는 사회'와 비슷한 내용이 '내가 꿈꾸는 세상'에서 나온다.

 

또 지역발전에 대한 문제를 '지역발전 전략? 지역황폐화 전략!'과 '지역균형발전, 말로만?' 등에서 다루고 있다.

 

이런 예로부터 책에 실린 칼럼이 최근에 쓰인 것부터 시간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우리 사회 속에 나타난 문제들 중 분명히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아직 남아있는 것이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 책에 있는 내용들이 현 시대를 넘어 계속해서 우리 사회에 나타날 수 있으리란 생각도 할 수 있다.

 

물론 특정 지식인이 보는 사회는 모두가 인식하는 사회의 일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헌법 제1조에 나온 것처럼 "대한민국이 민주 공화국"이라면, 비록 그가 주장한 것이 사회의 일부만 반영하더라도,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한 번씩은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책에 있는 내용 중 KBS 감사와 MBC 민영화 등으로 언론사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에 알맞는 말이 있어 옮겨본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방송의 민영화 부분을 언급하면서 '방송의회'를 제안한다.

 

행여 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방송의회를 구성하는 방송의원은 교통비조차 받지 않는 완전 무보수 명예직이다. 방송의원들은 방송위원회 위원 및 방송사 사장 등을 선출하는 투표권만 행사하면 된다. 선출 후 중대사안에 국한하여 결정을 내리는 추가 투표도 있을 수 있겠다. 방송의원 규모는 사회 각계를 대표하고 외부 압력과 로비를 거의 무의미한 수주으로 만들 수 있게끔 수천 명으로 하자. 선출도 완전 자유경쟁 공모제로 하자. 후보자들도 수천 명의 방송의원 앞에서 자신의 비전과 소견을 역설해 본격적인 검증을 받도록 하자. 공정성 안전장치도 그런 검증 과정을 통해 마련하도록 하자. 방송계를 눈만 뜨면 싸움질하기에 바쁜 정치권의 대리전쟁터로 만들거나 볼모로 잡아두는 건 우리 모두의 자학이다.

- 책 29~30p. '언제까지 방송을 전리품 삼을 건가?'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YES24 블로그 'Review I Enjoyed(http://blog.yes24.com/existsea)'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각개약진 공화국> -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1만3000원

* '각개약진'이란 적진을 향해 병사 각 개인이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개별적으로 돌진하는 것을 뜻하는 군사용어다.


각개약진 공화국 - 대한민국, 그 치열하고 전투적인 생존경쟁의 비밀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2008)


태그:#각개약진공화국, #강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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