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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후 설안산 근처에 있는 한 콘도에 모여 있는 중등교장회 소속 교장들.
 13일 오후 설안산 근처에 있는 한 콘도에 모여 있는 중등교장회 소속 교장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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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교장들은 그곳에 갔을까?  평일 학교를 비운 채, 그것도 학교 돈으로 강원도 설악산까지….

왜 서울시교육청은 이 나들이를 허락했을까? 평일 교장 나들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은 출장비를 환수하는 등 철퇴를 내린 바 있는데, 어떤 다급한 사정이 있었기에.

지난 13일부터 1박 2일간 설악산 일대 강원도 고성군 한 콘도에서 열린 서울시국공립중학교장회(중등교장회) 연수 현장에 직접 가봤다. 위 두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중등교장회 평일 여행현장 직접 가봤더니...

이날 오후 5시 30분쯤. 관광차 4대가 설악산 코 앞에 있는 전망 좋은 ㅇ콘도에 도착했다. 서울교총 산하조직인 중등교장회 소속 교장들 130여 명이 탄 관광버스였다. 이들이 이 버스에 타기 위해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앞에 모인 시각은 이 날 오후 1시 30분쯤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기자의 가방엔 교장회가 각 학교로 보낸 공문이 들어있었다. "FAX로 접수된 본 공문을 즉시 학교장님께 제출하라"는 글귀가 적힌 것이었다.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비밀공문이었던 셈이다.

이 공문엔 "15만원을 학교에서 출장연수비로 납부하라"는 글귀와 함께 통장번호가 적혀 있었다. 교육활동에 써야 할 학교운영비를 빼내 출장비로 쓰라는 지시였다. 13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만 모두 2000만원 가량의 나랏돈이 쓰인 셈이다.

공식 출장비까지 지급되는 연수인만큼 연수일정표가 궁금했다. 1박2일 전체 일정 가운데 잠자는 시간 8시간을 빼면 모두 20여 시간. 이 가운데 연수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첫날 오후 6시부터 90분간 진행되는 특강 뿐이었다. 전체 일정을 100%로 잡았을 때 7.5%를 차지하는 시간이었다. 그나마 초청 연사도 공정택 서울시교육감과 목아무개 교육정책국장 단 두 명의 이름만 적혀 있었다.

나머지 90% 이상의 일정은 모두 온천사우나·주변관광·산행·만찬 등 나들이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 일정표를 확인한 익명의 서울시교육청 한 관리는 "오는 7월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공정택 교육감의 접대성 관광행위"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리는 이렇게 본 근거로 ▲평일 중등교장회의 1박2일 연수는 올해 처음 진행됐다는 것과 ▲이 행사 일주일 뒤인 오는 20일에는 서울 고등교장회 연수가 비슷한 장소인 설악산 일대에서 또 진행된다는 사실을 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중등교장회 연수가 진행된 때는 여름방학 기간인 8월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교육감 선거 전으로 일정을 앞당겨 평일 행사를 강행한 것이다.

교장회와 교육청, 공 교육감 선거 관련성 부인

 중등교장회가 서울지역 중학교에 보낸 공문.
 중등교장회가 서울지역 중학교에 보낸 공문.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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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아무개 중등교장회 회장(서울 ㄷ중 교장)은 16일 전화통화에서 "평일로 일정을 잡은 것은 지난해 방학 중 연수가 참여율이 너무 저조했기 때문에 5월 이사회를 열어 결정한 것"이라고 선거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13일 오후 6시쯤. ㅇ콘도 신관 1층 세미나실에는 중등교장회 소속 교장 130여 명이 10여 명씩 원탁 의자 주위에 앉아 있었다. 목아무개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입장했다. 당초 참석 예정이던 공정택 교육감은 이날 행사 전 불참을 통보했다고 한다.

중등교장회 박 회장이 대회사를 시작했다. 그는 최근 촛불문화제와 관련 "선량한 학생을 선동해서 촛불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세력들로 인해 학생인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배후론을 펼쳤다.

이어 그는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도 다음처럼 말했다.

"학부모가 선거에 적극 참여토록 독려해서 진정한 수도 교육을 이끌 적임자가 선출될 수 있도록 학교장인 우리가 적극 노력하고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곧바로 서울시교육청 목 국장의 강연이 7시 40분까지 이어졌다. 강연 주제는 '학교운영과 회계제도'(공문에 강연 제목은 '학교 경영 내실화를 위한 학교장의 역할'). 그는 "학교회계운영에서 교장에겐 청렴성과 도덕성이 무엇보다 크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행사 뒤 목 국장과 대화를 나눴다.

- 특정교원단체 소속 교장회가 학교 돈을 빼서 행사비로 쓴 것은 문제 아닌가.
"평일 행사를 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출장비까지 학교예산에서 나온 것인지는 몰랐다."

- 원래 연수일정을 보면 공 교육감과 목 국장 강연이 연수내용의 전부다. 선거용이란 의혹이 생길 수 있다.
"교육감님은 벌써 이전부터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일정표에 적혀 있었던 것 같다. 내 강연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선거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다. 투명한 학교회계 운용을 위해 강의를 했을 뿐이다."

지난해엔 '경고', 올해는 권장한 교육청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은 5월과 6월, 9월, 10월 등 네 차례에 걸쳐 '교장, 교감회의 평일행사 자제' 공문 등을 보낸 바 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이 지역 교감회 소속 교감들이 학교 출장비 1만원을 받아 평일 자체행사에 참석하자 일부 임원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2006년 말 강원도 춘천지역 교장회와 지난해 초 경기도 양평 교장회가 학교 돈으로 '연수'를 갔다가 주의 조처를 받는 한편, 참가비를 모두 환수 당한 적도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어쩐 일인지 올해 들어 태도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교육청의 허락에 따라 오는 20일부터 1박2일 동안은 고등교장회, 그 다음 주부터는 초등교장회의 나들이 일정이 더 잡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등교장회 일정표에는 유아무개 남서울대 교수의 강연도 예정되어 있다. 공 교육감은 남서울대 총장 출신이다.

교육감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기에 벌어지고 있는 석연찮은 교장들의 평일 줄 나들이. 교육계 안팎에서는 그 배경에 관심과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교장회#공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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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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