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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게 치솟은 유가와 원자재가 상승이 중소기업의 목을 죄고 있다. 곳곳에서 문 닫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쳐 수입 물가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다  환율상승으로 인해 발생한 수출 중소기업의 환헤지 손실액은 그나마 견실한 중소기업마저 집어 삼키고 있다.

 

전체 중소제조업의 43%(중소기업중앙회 조사)가 적자 운영에 처해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의 현실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와 공공기관 조달 단가에 반영시켜달라는 요구는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고 있다.

 

반면 이른바 수출대기업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2008년 1분기 매출액 상승은 20%내외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눈부실 정도다. 삼성전자의 경우 82.1%, 현대자동차는 81.6%, 현대중공업은 58.9%나 늘었다.

 

유가상승과 환율상승은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나 똑 같은 조건인데, 한 쪽은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고, 한쪽은 눈이 부실만큼 놀라운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른바 수출 대기업은 환율이 올라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 생산단가에서 수입물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스란히 해당 납품업체의 몫이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달 1000원주고 구입 할 수 있었던 원자재를 지금은 1100원을 주고 사야한다더라도 대기업이 이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사들이는 것이기에 그렇다.

 

올 3월 기준으로 수입물가는 지난해 보다 무려 28% 상승했지만,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는 몇 년째 5%내외거나 제자리 수준이다. 비단 이뿐이 아니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환차손으로 발생한 손실분, 임금상승분 등을 고스란히 납품 중소기업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거래 중단을 우려해 말도 못 꺼내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경제의 주소다.

 

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이른바 97년 체제라 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된바나 다름없다.  

 

흔히 우리 경제를 수출 주도형 국가경제라 부른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 수출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커서다. 지난 10년 우리경제는 매 분기, 매년 전례에 없는 고도의 수출 성장을 기록했다. 과연 수출 성장률만큼이나 국민소득, 국내 경기는 살아났는가?

 

같은 기간 동안 소득 불평등은 오히려 심해졌으며, 중산층이라 불리던 계층이 붕괴되기 시작했고, 기업에 있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는 양극화가 심해졌다. 이는 전처럼 수출로 발생한 무역수지 흑자가 내수경제로 유입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은 내수경제의 핵심이다. 국내 전체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전체 고용의 88%를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중소제조업 중 63%가 이른바 대기업의 수탁기업이다.

 

그래서다. 이들 수탁기업인 중소기업한테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전가시키게 되면 당장은 대기업의 생산성이 올라갈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중소제조업이 무너지게 되면 국민경제가 무너지게 된다.

 

중소기업의 재정난은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의 확대와 불안정한 고용상태를 야기하게 되고 이는 다시 중소기업으로의 고급 인력 유입을 곤란케 하고, 이는 다시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능력 약화와 저생산성, 이는 다시 중소기업의 저 수익성과 저임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케 한다. 

 

이 처럼 국민경제의 근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오늘날 현실이 이 처럼 참담한 것은 어디에 기인하고 있는 것일까?

 

그중 하나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납품업체이거나, 조립업체인 국내 산업구조상 이들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와 비용전가는 오히려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수익성 저하를 야기했다.

 

보다 근본적인 지점은 다른데 있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대기업은 중소기업에게 납품단가를 인하를 강제하고 비용을 전가시키는 것일까? 97년 전에도 그러했을까? 물론 전에도 비용을 전가하는 측면이 없잖아 있었겠지만 지금 만큼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내수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설비투자가 단행 돼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도 마찬가지) 회사 운영을 통해 발생한 이익의 일정 부분을 다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쓰이도록 해야 중소기업도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대나 삼성 등이 운영하는 경제연구소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수치는 미비하게 차이는 있지만 하나같이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 성장률 크게 우려 된다는 것이다. 이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시기 국가경제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수출을 통해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었지만 예전처럼 다시 투자되지 않고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잠재 성장 동력은 위험해 처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벌어들인 돈은 어디에 쓰이고 있다는 것인가?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많은 일을 겪게 된다. 노동시장유연화(정리해고, 구조조정), 시장개방, 공기업민영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중 시장개방 관련해서는 자본시장 개방이 가장 대표적이다.

 

전에도 외국자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97년을 계기로 사모펀드 등 외국자본이 거침없이 들어오게된다. 국내에 들어온 이들 외국자본은 그린필드형 투자가 아니라 투기자본 이었다. 가장 대표적인예가 바로 진로를 인수해간 골드만삭스다. 이 뿐만 아니라 이들은 국내 은행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과 민영화된 공기업의 주식을 매입함으로서 무혈 입성하게 된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간단했다. 이른바 영미식의 주주자본주의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하기 시작한 것. 주주자본주의 경영 풍토는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있어 장애가 되는 요소들은 거침없이 없애라는 것을 경영진에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인수합병, 구조조정, 생산비용 절감을 이유로 한 납품단가 인하 등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다.

 

주주자본주의는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영풍토를 확산하기 위해 회사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스톡옵션을 제시해 이들로 하여금 주주자본주의의 첨병이 되도록 했다.

 

민영화된 공기업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나아가 제조업 분야 대기업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회사 영업이익을 자사주 매입에 써야만 했다. 자사주를 매입하게 되면 당연히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 금액이 줄게 되지만, 그 효과는 주식이 오르게 돼 주주입장에서는 반겨할 일이 되는 것이다.

 

금융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금융은 산업에 있어 사람으로 치면 핏줄과 같은 존재다. 기업들은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회사 운영자금 등을 대출해 기업 활동을 전개한다. 은행이 주된 자금처로써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대기업들은 이미 보유한 현금만으로도 충분하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주주자본주의 도입 후 은행역시 공공기관으써 성격보다는 사적 기업의 성격이 강화되다 보니 말 그대로 돈 되는 사업에만 치중하게 된다.

 

그 결과 중소기업에 있어서도 과거 제일은행이나 산업은행이 많이 했던 신용대출은 사라지고 온전히 담보 대출만 자리하게 된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템과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을 지라도 확실한 담보 물건이 없다면 대출은 요원한 셈이다. 그러니 중소기업은 항상 자금에 목이 마르다.

 

오늘날 중소기업이 처한 문제는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 경제가 한 발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역시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높아 져야 한다. 생계형 도소매업, 임대업, 음식업 서비스가 아닌 정보통신, 연구개발, 전문디자인 등 사업서비스 분야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한다. 이들이 성장해야 제조업 분야 종소기업을 견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전체 사업체의 99% 전체 고용의 88%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살아야 우리 경제가 산다. 43%가 적자 운영에 시달리는 중소제조업이 생산성을 높혀 부품소재 중심의 중소기업으로 거듭 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제조업의 발달을 견인할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서비스 분야와 사회서비스 분야 중소기업의 창업과 발전을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97년 외환위기 10년 체제는 노동자와 자영업자, 농민만을 못 살게 굴지 않았다. 어쩌면 신자유주의라 할 수 있는 주주자본주의 도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집단은 중소기업일 수도 있다. 우리경제의 선순환 경제를 복원하기 위한 길, 국민경제의 원할 한 흐름을 복원 하는 길에 대한 해법을 중소기업에서 찾을 때다.

 

그리고 그 해법을 찾기 위해 패러다임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처럼 감옥과 고문으로 괴롭히지 않지만, 주주자본주의는 노동시장유연화, 글로벌스탠다드 등 세련된 이데올로기를 통해 정리해고와 납품단가 인하를 우리에게 당연한 이치인 것처럼 이식 시켜 놓고 있다. 그것이 마치 우리를 구해줄 메시아인 것처럼 말이다.

 

신자유주의의 다른 이름이 글로벌스탠다드요, 의료 민영화요, 수도·전기·가스의 민영화, 감원과 신용대출 불가일 뿐 결코 그 이상이 아니다. 97년 체제 10년, 신자유주의는 결코 중소기업을 비켜가지 않았다.   

 


#중소기업#새로운사회를여는희망의조건#신자유주의#97년 체제#주주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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