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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옷 입고 벌이는 촛불집회 비가 와도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비옷 입고 벌이는 촛불집회비가 와도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 이종찬

"7일 집회부터 자유실천위원회나 젊은작가포럼 깃발이 아닌 한국작가회의 깃발을 촛불집회에 세우기로 했습니다. 깃발을 제작하시는 이원우씨가 '깃발값 외상으로 맞춰간다'는 문구를 읽고 제작비를 안 받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자가 아닌 듯해서 깃발 값 일부라도 드릴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날부터 몸자보를 입기로 했습니다" -한국작가회의

 

시인 김남주(1946.10.16~1994.2.13) 선생의 산문집 제목 <불씨 하나가 광야를 태우리라>처럼, 서울 청계광장 등지에서 시작된 촛불집회가 유월항쟁을 맞아 전국 곳곳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취임 100일(3일)을 갓 넘긴 이명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강력한 구호까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원흉은 미국산 쇠고기.

 

야 3당에 이어 6일에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문가 자문위원회'까지 나서 "정부가 제시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출입업체 자율규제'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으며 재협상을 통해 협정문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자율 규제를 뒷받침하는 문서 교환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의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가 들어도 웃을'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가소로운 것은 자국에서도 먹지 않는다는 30개월 이상 소를 우리나라에 팔려는 미국의 똥고집이다. 미국 무역대표부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한국에만 국제적인 기준을 수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는 유럽연합과 전 세계에 수출되고 있다"는 공수표를 날리고 있다. 이거야 원. 장사치가 왕인 고객을 협박하는 꼬락서니라니.

 

더욱 얄미운 것은 숀 스파이서 대변인이 "한국인 방문객이 백만 명을 넘고 유학생도 수만 명이 살고 있다. 그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매일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내뱉은 말이다. 이 무슨 괴변인가.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만 먹고 있다는 그 말인가. 아니면 한국인은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어도 아무 탈이 없는 민족이란 말인가.

 

"웅덩이에 돌 던지는 것도 아니고,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가 미국의 한 주도 아니고... 이 무슨 망국적인 짓거린지 모르겠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상식적인 말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이 이러하니 시민, 학생은 물론 시인 작가, 문화예술인 전체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시인 이주형 

  

미국산 미친 소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로 열리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구태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정부와 미국에 대해 문화예술인들까지 꼭지가 획 돌았다. 지난 3일(화) 시인 작가들의 첫 촛불집회에 이어 오는 7일(토)부터 10일(화)까지는 13개 문화예술단체가 거리에 나서 미친 소 수입 반대 살풀이 한마당을 펼친다.  

 

촛불문화제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문화제에 여중, 고생들이 수없이 나와 있다
촛불문화제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문화제에 여중, 고생들이 수없이 나와 있다 ⓒ 이종찬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최일남, 이하 작가회의)는 6일, 회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5일(목) 촛불집회와 관련, 두 번의 회의를 통해 7일(토)부터 오는 10일(화)까지 각계 문화예술분야 13개 단체와 함께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했다"며 "명칭은 '100만 촛불을 지키는 문화예술행동'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작가회의 이재웅 사무처장은 "이번 촛불문화제에서는 싯귀, 소설 한 구절이 적힌 손 쪽지(일명 종이 찌라시)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면서 거리행진을 하기로 했다. 이는 젊은작가포럼 위원장 윤석정 시인의 아이디어"라며 "젊은작가포럼이 싯귀와 소설 구절 뽑는 일, 배포하는 일을 담당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작가회의는 '100만 촛불을 지키는 문화예술행동'(이하 문화예술행동)과 함께 7일(토) 저녁 7시, 동아일보 일민미술관 앞에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주도하는 '72시간 릴레이 집회'에 참여한다. 이어 9일(월) 저녁 7시에는 시청광장에서 '100만인 촛불집회 전야제'를, 10일(화) 오후 5시에는 '100만인 촛불집회'에 동참한다.

 

특히 9일(월) 열리는 '100만인 촛불집회 전야제'에서 작가회의와 문화예술행동은 밤 9시쯤 시민들이 거리행진에 나선 직후 시청 앞에 문화예술인들의 베이스캠프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오후 3시에는 13개 문화예술단체 소속 풍물패, 노래패 등이 미국산 미친 소 수입 , 대운하 반대를 주제로 한 거리공연을 펼치며 거리행진을 한다.

 

작가회의와 문화예술행동은 또 유월항쟁 기념일인 10일(화)에는 '100만인 촛불집회'에 참여한다. 이날 작가회의와 문화예술행동은 시청광장과 청계광장 등지에서 대규모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작가회의 이재웅 사무처장은 "정확한 장소는 당일이 되어봐야 확정될 것 같다. 혹 장소가 바뀌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작가회의 소속 김창규 시인은 "거리문화제라는 것을 딱히 정해진 장소에서 규모 있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 어차피 게릴라성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10일에는 공연 행사 허가를 받으려는 단체들이 워낙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작가회의는 연대를 맺고 있는 문화예술행동과 보조를 맞추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의 촛불집회  작가회의 소속 문인 100여 명이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의 촛불집회 작가회의 소속 문인 100여 명이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이종찬

 

10일(화) 열리는 거리문화제에서 작가회의는 김지하 시인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를 젊은 회원들이 집단으로 낭송한다. 이번에 열리는 낭송회는 윤석정, 김근, 송기역 시인 등이 문화예술단체 소속 풍물패와 함께 보조를 맞춘다.

 

한편, 지난 3일(화) 첫 촛불집회에서 토론된 작가회의 소속 회원들의 미국산 미친 소 수입 반대에 따른 언론사 릴레이기고는 <오마이뉴스> <경향신문> <프레시안> 3개 언론사에 10회분을 연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학생, 시인, 작가에 이어 13개 문화예술단체 소속 회원들까지 나선 미국산 미친 소 수입 반대 촛불집회. 날이 갈수록 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의 수가 부쩍부쩍 늘어나고 있는 이 순간, 이명박 정부는 '자율규제', '청와대 수석비서관 일괄 사의 표명' 등이 해법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일까. 아니, 그건 아니다. 뾰쪽한 해법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뿐이다.


#작가회의#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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