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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환의 그림 속에 보이는 동양적인 기법

 Fantasy-Square
 Fantasy-Square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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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환(裵成桓), 그는 누구인가? 사실 그의 이름 세 자에서 화가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일터가 건국대학교 디자인대학이고, 그의 직책이 회화과 교수라는 사실을 알면 화가려니 생각할 것이다. 그는 회화과의 한국화 전공 교수이다.

그럼으로 그의 그림에서는 동양적인 냄새가 난다. 공부 바탕은 서양의 미술이지만 표현하는 기법과 사고방식은 동양적이다. 전시회에 나온 작품들도 동양과 서양의 공존이다. 가장 많이 보이는 'Fantasy-Square'는 프레스코 기법에 혼합재료를 써서인지 서양적이다. 그러나 그림의 바탕을 이루는 화판이나 섬유가 동양적이고 또 색깔도 오방색을 사용한 점은 동양적이다.

 6점으로 되어 있는 Fantasy-Square
 6점으로 되어 있는 Fantasy-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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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Fantasy-Square'는 장지에 푸른색 물감을 칠하고 그 위에 검은색으로 긴 직사각형을 표현했다. 이것은 완전한 추상으로 여섯 작품이 함께 걸려 있다. 그리고 푸르름 속에 어렴풋이 사각형이 숨어 있다. 이 그림은 재료나 분위기가 동양적이다. 여기서 바탕 재료로 쓰인 장지란 한지를 붙여 두껍게 만든 것이다.

이 그림들을 본 관람객에게 느낌을 물으니 '편안하다'고 답한다. 편안하다는 것은 구상에서 나올 수도 있고 색깔에서도 나올 수 있는데, 배성환의 그림에서는 색깔에서 그런 느낌이 나오는 것 같다. 청황흑녹적으로 표현되는 오방색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그로테스크

 화조도
 화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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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그림, 즉 화조도와 원숭이 그림에서는 그로테스크를 느낄 수 있다. 엽기 또는 괴기로 표현되는 그로테스크는 부조화와 불안에서 나온다. 먼저 화조도의 주된 오브제는 새와 바위와 식물이다. 줄기에 꽃이 핀 식물, 눈물이 보이는 새, 뭔가 심상치 않다. 그리고 대상 밖의 공간에 표현된 곡옥(曲玉)도 아름다운 부조화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일까 궁금하다.

원숭이 그림은 두 작품이 걸려 있다. 이들 원숭이가 한 편에서는 나무 위에 앉아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나무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이들 그림에서는 우선 나무가 특이하다. 뾰족한 가지에 잎은 적거나 없고 꽃은 빨갛다.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리고 이들 원숭이는 모두 긴 꼬리를 가지고 있다.

 원숭이 연작
 원숭이 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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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그림에서는 나무 아래 꽃을 피운 식물이 있다. 나무 위 두 마리 원숭이는 가지 쪽으로 천천히 옮겨가고 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또 어떤 목적이 있는 걸까? 관람객들에게 많은 숙제를 던져 준다. 배성환의 그림은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오른쪽 그림에서는 나무에 오르던 두 마리 원숭이가 잠시 쉬면서 무언가를 쳐다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눈에 불안과 의아함이 가득하다. 불안은 실존과 관련이 있다. 의아함은 호기심의 다른 표현이다. 그렇다면 이들 원숭이가 뭔가 새로운 존재를 발견했음에 틀림없다. 그것이 무엇일까? 작가가 맞닥뜨리고 있는 죽음일까? 그래서인지 이들 그림에서는 그로테스크가 강하게 느껴진다. 

포트폴리오를 통해 알게 된 배성환의 미학   

그림에 대해 권은주 큐레이터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번에 배성환의 그림을 전시하게 된 경위며, 그림에 대한 그의 견해며, 배성환 선생에 대한 얘기 등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필자에게 배성환 화백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었다. 두 권으로 된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그의 화가로서의 역정과 변화과정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논개
 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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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5년 겨울 전립선암이라는 판정을 받고 현재까지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포트폴리오를 통해 그의 그림이 투병생활을 하면서 추상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의 그림에서는 여행을 통해서 얻은 소재도 있고, 역사와 현실에서 얻은 소재도 많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과거의 그림 중 특히 인상적인 것은 '논개'와 '수주팔봉'이다. 논개는 물 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인데 백의홍상(白衣紅裳)이다. 머리는 흐트러져 있고 몸은 물 속에 빠지기 직전이다. 그런데 옆으로 수선화가 보인다. 유미주의적이다. 이 그림에서 논개의 고뇌가 부족하다고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림은 전체적으로 아름답다.

 수주팔봉
 수주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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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팔봉은 충주 달천강 변에 있는 아름다운 바위산이다. 그 바위 위에 정자가 하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부각시켜 표현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떨어지는 폭포도 상당히 과장되게 표현했다. 동양화가 서세옥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이 그림에서 우리는 해방 이후 표현된 전형적인 동양화 기법을 발견하게 된다. 수주팔봉은 최근에 경부운하의 충주 리프트가 설치된다고 해서 더 유명해졌다.
   
배성환 화백은 또 신문에 '미술과 골동의 미'라는 이름으로 연재를 한 바 있다. 이 연재물은 동양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보여주고 그것이 가지는 미학적 철학적 아름다움을 해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사잠도(女士箴圖)는 서진(西晉)인 장화가 당시 궁녀들의 문란한 행동을 교화하기 위하여 특별히 여사잠이란 소문장(小文章) 한 편을 황후에게 올렸는데 고개지가 그 내용을 다시 그림으로 옮겨놓은 것"이라는 식이다.

 여사잠도(女士箴圖)
 여사잠도(女士箴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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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고개지의 화론(畵論)을 이야기한다. 그림을 그림에 있어서는 인물이 가장 어렵고 그 다음이 산수이며 그 다음이 개와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여사잠도' 한쪽에 보이는 글귀 '출기언선 천리응지(出其言善 千里應之)'가 더 눈에 띈다. '말을 착하게 하면 그 말이 천리까지 간다'는 뜻이다.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알리고 싶은 이야기들

 OS Gallery와 전시회 알림판
 OS Gallery와 전시회 알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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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환 전시회는 6월4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열린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전시되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이곳에서는 또한 전립선암 발병 후 2년간 화가가 쓴 투병일기를 모은 책 <화실일기>가 판매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도 그 책 이름을 따라 '배성환의 화실일기'라고 붙여졌다.

OS Gallery(충주시 금릉동 724번지, Tel: 043-846-3782)는 2007년 12월28일 충주에 문을 연 새로운 미술 전시관이다. 여기서 OS는 Optimum Space로 최적의 공간이라는 뜻이다. 2008년 1월24일부터 2월29일까지 개관기념 '중견작가 6인전'을 개최하였으며, 그 후 매달 1회씩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1회 초대전 안내장: 왼쪽 위 화조도가 배성환의 그림이다.
 1회 초대전 안내장: 왼쪽 위 화조도가 배성환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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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이번 '배성환의 화실일기'전은 다섯 번째 전시회가 된다. OS Gallery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비교적 알찬 전시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미술을 애호하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것은 또 예술을 사랑하는 이경영 관장의 노력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OS Gallery는 충주 시청 근방에 있다. 그러나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임광 사거리와 두진 사거리 사이 대로변 서쪽에 위치한다. 그러나 주차장이 넓지 않아 차를 가지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갤러리 뒤편에 있는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게 좋다. 또 상공회의소 주변의 주차장을 이용할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충주 지역에서 열리는 미술전시회 그림이 수준이 있어 소개한다. 건국대 회화과 교수인 '배성환의 화실일기'이다. 동양화적인 기법과 서양화적인 기법이 혼합되어 깊은 인상을 준다. 또 그로테스크를 통해 신선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역사와 자연을 표현한 그림에서는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을 보여주는 것이 또 배성환이다.



#배성환#화실일기#OS GALLERY#동양적인 기법#그로테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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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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