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 쇠고기 수입을 밀어붙이던 정부가 지난 2일 관보게재 요청을 철회했다. 그동안 방송3사는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과 굴욕적인 협상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충실하게 제공해왔다.

 

물론 다양한 인터넷 언론에 비해 과잉진압의 생생한 현장을 담지 못했다는 등의 아쉬움도 있지만, 촛불문화제의 열기와 과잉진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이른바 ‘자율규제’ 조치를 제안한 6월 3일부터 방송3사 메인뉴스가 재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 국민의 절대 다수가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쇠고기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MBC 79.1%, KBS 79.6%, SBS 80.5%로 압도적이다.  그러나 방송3사는 ‘재협상’의 필요성과 근거를 제시하기보다, ‘미국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측면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MBC는 <재협상 왜 못하나>(6/3, 김주만 기자)에서 “미국이 재협상을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없다”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서진교 박사와 “서로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줄게 없고 각종 경제 군사협정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이화여대 최원목 교수의 인터뷰를 담은 뒤 “재협상이 안돼 협정 자체를 파기할 경우에는 무역분쟁이 벌어져 자동차 등의 수출에서 보복 조치를 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한번 국가 간의 맺어진 약속을 되돌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급하게 이뤄진 협상이 다시 한번 아쉬움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MBC <자율규제 효과있나?>(6/4, 홍기백 기자)도 앵커가 “지금 재협상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까?”라고 묻자, 기자는 “재협상 요구는 곧바로 국제사회에서 정부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이) 설령 우리 정부의 설득이 통해 재협상에 응한다 하더라도 미국이 다른 부분에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미국산 자동차 관세율을 당장 내리라거나 방위비 분담금을 더 부담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고 서비스 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요청도 있을 수 있다”며 “결국 신인도 하락과 시장 개방이라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재협상을 통해 쇠고기 시장을 지킬 것인가를 놓고 선택을 해야 하는 셈이다”라고 진단했다.

 

KBS도 <요구관철 방안은?>(6/3, 김원장 기자)에서 “미국이 이를(재협상) 그냥 받아줄리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라며 “극단적으로 우리 정부가 통상 마찰과 대외 신인도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협상을 파기하는 방법이 있지만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외교는 주고받는 것이고, 만약 우리가 이미 결정 난 사안을 거스르려 한다면 미국은 무엇이든 돌려받으려 할 것”이라는 홍대 강준하 교수의 인터뷰를 전한 뒤 “결국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대안도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합의를 대가없이 되돌릴 수는 없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재협상 방법은?>(6/3, 박전식 기자)에서도 “실제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미국내 FTA통과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여야 정치권이 장외가 아닌 국회에서 쇠고기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언급했다.

 

SBS는 별도의 꼭지로 재협상 가능성을 진단하지는 않았지만 <재협상 여부 관건>(6/2, 김성준 기자)에서 “재협상 요구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다 재협상을 강행할 경우 한·미 FTA가 무산될 수도 있다”며 “이 때문에 청와대는 재협상이 빠진 쇄신안으로 민심 수습이 가능할지, 아니면 FTA무산을 감수하고라도 재협상 카드를 꺼내들어야 할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3사는 국민들의 재협상 요구를 비교적 충실하게 전달해왔다. 또 정부의 ‘자율규제’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정부가 재협상에 나설 경우 초래된 우려를 중심으로 재협상의 전망을 내놓고,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만 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들에게 ‘쇠고기 수입’과 미국의 보복조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주장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미 양국 정부가 2007년 4월 한·미 FTA협상을 타결하고도 미국 쪽 요청으로 그해 6월 노동·환경 등 7개 분야에서 사실상 재협상을 벌였다.

 

미 민주당 대선후보 오바마도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과 달리 현실에서는 재협상이 이뤄져왔다.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재협상할 수 없다는 식의 자세야말로 우리 정부의 대미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 MBC와 KBS는 전문가들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큰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인터뷰만 담았지만, 그렇지 않은 전문가의 의견도 많다. 외교안보연구원의 연구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양국 의회 비준은 미국 쪽 사정을 보면 어차피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나 가능한 일”이라며 “미국 정부의 수용 여부와 별개로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는 게 꼭 나쁜 협상 전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MBC가 “미국이 재협상을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없다”는 발언만 인용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서진교 박사는 한겨레 <“재협상의 길 있다…이 대통령이 물꼬 터야”>(6/5, 5면)에서 “한국 정부가 추가 요구를 하면 미국이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을 것”, “쇠고기 문제는 통상 협상이 아닌 위생검역에 관한 것이고 설사 한국 정부가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요구를 한다고 해도, 한국민의 건강을 고려해 하는 조처라 미국 쪽이 반대급부를 요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외교안보 분야 전직 핵심 관계자도 “이미 수입하고 있는 걸 중단하는 게 아니므로 한국 정부가 재협상을 요청하더라도 미국 쪽이 다른 사안과 연계해 경제 보복을 가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내다봤으며,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수입위생조건은 국민 건강과 관련한 기술 협의이므로 다른 일반 공산품 등과 연계시켜 협상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방송3사는 보다 적극적으로 재협상을 다뤄주기 바란다. 미 쇠고기 수입이라는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지상파 방송의 역할을 잘 수행하던 방송3사가 재협상 요구가 비등해진 지금, “재협상은 불가능하며, 재협상을 할 경우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한다면,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다. 방송3사가 다된 밥에 코 빠뜨리는 오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미쇠고기#방송보도
댓글

민주사회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언론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인식 아래 회원상호 간의 단결 및 상호협력을 통해 언론민주화와 민족의 공동체적 삶의 가치구현에 앞장서 사회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