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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해골의 비밀> 책 표지
<크리스털 해골의 비밀>책 표지 ⓒ 크림슨
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이 개봉됐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크리스털 해골'을 찾아서 남미의 고대 유적지로 떠난다. 크리스털 해골은 마야 문명의 비밀을 담고 있는 유물이자 세계를 정복할 힘을 가진 보물로 묘사된다.

크리스털 해골은 실제로 지구상 여러 곳에 퍼져 있다. 영국의 대영 박물관,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등에서 전시되고 있고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이 해골들이 모두 고대의 진품이냐 하는 것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이 해골들은 모두 공식 발견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간단하게 말해서 언제, 어디서, 누가 이 해골들을 처음 발견했는지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다.

최근에 영국의 전문가들이 대영 박물관과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두 점의 크리스털 해골을 정밀 조사했다. 그 결과 이 해골들은 모두 고대의 진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크리스털을 가공해서 해골 모양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현대의 기술이 사용된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해골들은 고대의 유물로 위장한 모조품일까? 이런 학계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영박물관에서는 이 해골 전시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것도 참 아이러니다.

크리스털 해골의 정체는 무엇일까?

'크리스털 해골'이란 것은 이름 그대로 천연 크리스털을 가공해서 해골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실제 인간의 해골과 비슷한 크기도 있고 그보다 좀더 작은 것들도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이런 해골이 최소 10여 점 이상 있다고 한다.

이것을 소장하고 있는 개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해골이 모두 남미에서 발견된 고대의 진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비로 둘러싸인 마야 문명의 유물이라는 것이다. 정말 이 해골들이 마야 문명의 결정체일까? 왜 하필이면 '크리스털'을 사용해서 '해골' 모양으로 만들었을까?

크리스 모턴(Chris Morton)과 세리 루이스 토머스(Ceri Louise Thomas)가 공동으로 쓴 책 <크리스털 해골의 비밀>은 바로 이런 의문들에 대한 답변이다. 이들 저자는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BBC>에서 방영했고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이들은 과테말라에서 휴가를 보내던 도중에 이 해골에 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고, 호기심에 이끌려서 이 해골의 정체를 찾아 나선다. 해골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박물관의 전문가들을 만나서 해골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크리스털 해골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이것들이 과연 진품이냐'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크리스털 해골을 가지고 전문 과학자들에게 의뢰한다.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속시원한 답변을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쉽지는 않다. 크리스털에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적용할 수 없다. 해골만 가지고는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추측하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해골에 사용된 가공법을 연구해서 제작 연대를 파악하려고 한다.

고대에 사용되지 않았던 도구의 흔적이 해골에서 발견되면, 그 해골은 진품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고대에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던 마야 문명의 주인공들이 평소에 어떤 장비를 사용해서 보석을 가공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크리스털 해골은 진품일까, 모조품일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해골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다. 가장 유명하고 해부학의 분석으로도 완벽한 크리스털 해골은 캐나다의 한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그 해골에 대한 연구 결과를 듣고 싶어한다. 과거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휴렛팩커드 연구소에서 그 해골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이 해골은 순도 100%의 천연 수정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워낙 정교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오늘날의 전자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족히 1년은 걸렸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적의 도구를 동원한다 해도 이런 작품을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도구들의 진동과 열, 마찰이 수정에 잘못 가해지면 수정 전체가 박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소의 한 과학자는 이렇게 탄식했다고 한다.

"말도 안 돼! 이런 해골은 존재할 수가 없어, 존재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과학자의 감탄과는 달리 크리스털 해골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비밀 결사인 프리메이슨의 보물일까. 과거에 성당기사단이 그렇게 찾아다니던 성배와 관련 있는 작품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오래 전에 외계인이 나타나서 툭 던져주고 간 물건일까.

책의 저자들은 해골의 비밀을 찾아서 전세계를 돌아다닌다. 영국과 캐나다, 중남미에 있는 아스텍 문명과 마야 문명의 유적지, 아메리카 인디언의 마을로 종횡무진한다. 그리고 해골의 비밀과 기원에 조금씩 다가가게 되는데….

논픽션이지만 <크리스털 해골의 비밀>은 웬만한 추리소설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어쩌면 논픽션이기에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신비에 싸인 정체 불명의 고대 유물. 이것만큼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유물에 인간과 지구의 비밀이 담겨 있다면 그 호기심은 배가 될 것이다.

'신비고고학 류의 허황된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해골의 자취를 찾아가는 저자들의 태도는 진지하기만 하다. 치유 능력이 있는 신비의 돌 수정으로 해골을 만든 것에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해골은 입을 벌려서 인간들에게 어떤 경고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인간의 미래도 바뀔 것이다. 수정처럼 투명하고 깨끗해질 수도, 아니면 썩은 해골처럼 추하게 될 수도 있다. 작가의 말처럼, 모든 것은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

덧붙이는 글 | <크리스털 해골의 비밀> 크리스 모턴, 세리 루이스 토머스 지음 / 유영 옮김. 크림슨 펴냄.



크리스털 해골의 비밀 - 마야 문명의 신비

세리 루이스 토머스.크리스 모턴 지음, 유영 옮김, 크림슨(2008)


#크리스털 해골#마야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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