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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새벽 서울 효자동 청와대 입구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한 여성이 토끼몰이식 진압작전을 펼친 경찰방패에 밀려 쓰러지자, 경찰이 방패와 군홧발로 공격하고 있다.
1일 새벽 서울 효자동 청와대 입구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한 여성이 토끼몰이식 진압작전을 펼친 경찰방패에 밀려 쓰러지자, 경찰이 방패와 군홧발로 공격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며칠 동안 서울시내 도처에서 벌어진 일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시민들의 정당한 헌법적 권리 행사에 무자비한 폭력으로 답한 경찰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 것일까? 

 

물론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 일부가 도로교통법 등의 실정법을 위반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해도 경찰은 이를 합법적으로 해산시키면 되고 해산에 적극 저항하는 이들은 체포해 추후 법률에 의해 처벌하면 그뿐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난 사흘 간 서울 시내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대응한 경찰 지휘부나 전·의경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완전무장한 데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일부 전·의경들은 자신들의 아버지, 삼촌, 형, 누나, 동생 뻘인 시민들에게 잔인한 폭력을 행사했으며, 경찰 간부들은 이를 방치했다.

 

일부 전·의경들은 곤봉과 방패를 사용해 비무장한 시민들을 무차별 구타하고 물대포와 소화기를 시민들의 얼굴에 직격해 부상자들이 속출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전·의경들은 한 여성의 안면을 방패로 강타해 이를 부러뜨리는가 하면 구둣발로 한 여성의 머리를 수 차례 강타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일부 전·의경들이 휘두른 과잉 폭력에 시민들이 속수무책으로 희생당하는 어이 없는 일이 지난 사흘간 서울시내 한 복판에서 버젖이 일어난 것이다.

 

공권력은 적법하고 최대한 엄격하게 행사돼야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공권력의 행사, 그것도 사람의 신체나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공권력의 행사는 법률의 규정에 따라 최대한 엄격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군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일하게 물리적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찰의 공권력 행사에 대한 실정법의 규정이 매우 엄격한 것은 그래서다.

 

이에 관한 실정법상의 규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조(목적) ②이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집행에 필요한 최소한도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

 

제10조 (경찰장비의 사용등) ③경찰장비를 임의로 개조하거나 임의의 장비를 부착하여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주어서는 아니된다.

 

제10조의2 (경찰장구의 사용<개정 1999.5.24>) ①경찰관은 현행범인인 경우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범인의 체포·도주의 방지,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방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억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경찰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 <개정 1991.3.8, 1999.5.24>

 

②제1항의 "경찰장구"라 함은 경찰관이 휴대하여 범인검거와 범죄진압등 직무수행에 사용하는 수갑·포승·경찰봉·방패 등을 말한다.<신설 1999.5.24>

 

제12조 (벌칙) 이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의무에 위반하거나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전문개정 1988.12.31>

 

경찰관직무집행법 어디에도 비무장한 시민들의 얼굴과 신체를 방패로 가격하라는 규정은 없다. 도주하는 시민의 뒤통수를 경찰봉으로 강타하라는 규정도 없다. 가녀린 여성의 머리채를 잡아채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뜨린 후 군홧발로 짓이기라는 규정도 없다. 시민의 얼굴을 향해 물대포와 소화기를 직격하라는 규정도 없다.

 

설마 이런 행동들을 경찰장구의 필요한 한도 내에서의 사용이라고 강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청수 청장만 빼놓고 말이다. 요컨대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일부 전·의경들은 경찰로서의 직권을 남용하여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반드시 폭력가담자들을 가려내 처벌해야

 

도로점거자체가 불법이라는 둥, 경찰도 고되고 힘들다는 둥, 위에서 시키는대로 할 뿐이라는 둥의 항변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공권력의 담지자인 경찰이 할 소리가 아니다. 실정법을 넘어서 행사되는 공권력은 조직폭력배들이 행사하는 폭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위 진압의 직접적이고도 실질적인 주체인 전·의경들의 인식의 전환을 위해서 또한 향후 시위진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참극을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 지난 며칠간 시민들에게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 폭력을 행사한 전·의경들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은 필수적이다. 물론 어 청장의 즉각적인 파면을 포함해 지휘 선상에 있었던 경찰 지휘관들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함은 긴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익명과 집단의 방패 뒤에 숨어 불법적 폭력을 행사한 전·의경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를 거쳐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해 처벌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물론 동일한 복장을 하고 동일한 무장을 한 전·의경 가운데 폭행가담자들을 색출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가능한 모든 자료를 동원해서 이들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차제에 시위진압 전·의경들을 익명의 무리가 아니라 낱낱의 개인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전·의경들이 착용하는 복장과 장비에 그들의 이름과 군번 등을 부착토록 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가 얼마나 큰 범죄인지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전투복 입은 젊은이들을 제어할 방법이라고는, 자신들의 행위가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뿐일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자보, 뉴스앤조이, 데일리서프,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경#광우병#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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