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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오마이뉴스>가 광화문 시대를 접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민 상암동 디지털미디어 시티(DMC)에서 오는 6월 17일부터 22일까지 디지털 문화 축제 '서울 디지털 컬처 오픈'이 열린다. 이번 행사는 버려진 땅이었던 '난지도'의 화려한 변신 이후 처음 열리는 문화 축제로, 그동안 DMC 조성사업의 성과가 '문화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집약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오마이DMC'란 기획연재를 통해 입주자의 '눈'으로 다양한 이웃들을 살펴보면서 DMC의 '오늘과 내일'을 함께 짚어볼 예정이다. [편집자말]
 수색역에서 바라본 팬택계열
 수색역에서 바라본 팬택계열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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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6호선 수색역을 나서면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휴대폰 업체로 유명한 팬택계열 R&D센터다. 주변을 아우르기 충분한 지상 22층 높이에 사파이어 색상 외관이 유려하다. 건물 정면은 슬라이드 폰을 연상시킨다. 위로 밀어 열리는 휴대전화 옆면 모양이 팬택계열(박병엽 부회장)이 어떤 회사임을 상징하는 듯하다.

사옥 준공일에 부활의 날갯짓 시작

팬택 사옥이 DMC 입구에 있다는 것도 상징적이다. 팬택계열의 기업개선작업이 시작되고 어느덧 13개월이 흘렀다. 한 때 쓰레기 매립지로 버려졌던 땅 '난지도'가 최첨단 디지털 미디어 시티로 새롭게 도약한 것처럼, 팬택계열 역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2007년 4월 19일, 팬택 사옥 준공일은 팬택계열에는 더욱 의미심장한 날이다. 팬택계열 기업개선작업이 최종 승인된 날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 날, 공교롭게도 새로운 '둥지' 또한 완성된 셈이다. 바로 그때 눈물을 감출 수 없었던 사람이 있다. 팬택계열 이남진 과장(37)이다.

그는 당장 "한층 올라가기"도 장담할 수 없었던 '둥지'를 누구보다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월급쟁이'다. 팬택 건설추진단으로 시공감독 업무를 맡아 착공일부터 준공일까지 줄곧 현장을 지켰다. 또한, 그는 '2차'를 가려 해도 "맥주집 하나 찾기 어려웠던 동네"의 '목격자'이기도 하다.

지난달 29일 팬택계열 R&D센터에서 이남진 과장을 만나자마자 던진 첫 질문은 그래서 뻔했다. 건물을 볼 때마다 소회가 참….

"남다르죠. 부침이 많았잖아요. 준공 즈음에는 눈물이 나더라구요. 이제는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훈장이라고 할까. 건물, 금방 없어지지 않는 거잖아요. 아이를 데리고 와서 약간 뻥도 칠 수 있고, 아빠가 지은 건물이란다(웃음). 뿌듯하죠."

"흙이 나와야 하는데, 계속 쓰레기만 나오고…"

 이남진 팬택계열 경영지원팀 과장
 이남진 팬택계열 경영지원팀 과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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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다를 '뿌듯함'임에 분명하다. 가설 컨테이너 사무실, 전반적인 공정 관리와 공사비 관리. 여기까지는 다른 시공 감독자 업무와 비슷하다. 물론 더부살이를 하던 회사가 마침내 "우리 집(팬택 사옥)"을 갖게 된다는 생각에 좀 더 "마음이 들뜨기는 했다". 게다가 착공 얼마 전, 그는 아빠가 됐다!

"착공일이 2005년 1월 21일, 우리 아이 생일이 1월 11일입니다. 착공 행사도 크게 했었고, 마음도 많이 들떴죠. 그리고 사직서를 가슴에서 완전히 꺼냈어요. 왜 직장인들이 마음 속에 항상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는 말 많이 하잖아요. 이제는 오직 회사에 충성이다!(웃음)"

첫 삽을 뜨는 날, '아빠'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충분히 짐작 가는 대목이다. 허나 '첫 굴착기'와 '첫 삽'은 확실히 달랐다. 흙이 나와야 하는데, "계속 쓰레기만 나왔다". 쓰레기 처리비용이 추가되면서 공사비는 계속 늘어났고, "공사 못 해 먹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게 '버려졌던 땅'을 실감하는 순간, 그럴 때는 또 있었다고 한다.

"참 황량했어요. 모랫바람만 부는 황량한 벌판이었죠. 공사 초기, 근처 삼겹살집에서 회식을 했어요. 그리고 내기 당구를 치려는데, 동네에 딱 한 곳 있더라구요. 그리고 나온 시간이 10시 조금 넘었나? 몇 바퀴를 돌아도 맥주집 하나 찾기 어려운 거예요. 놀랐죠. 서울 시내에서 밤 10시에 맥주 한 잔 먹을 곳이 없더라. 그랬던 동네가 지금은 많이 바뀐 거죠."

19층에서 멈춰버렸던 새로운 '둥지'

그래도 맥주야 참으면 됐고, 쓰레기는 치우면 됐다. '아직 청춘인 아빠'에게 그 정도 어려움이야. 그렇게 힘들었던 토목공사를 '끝내고', 골조공사가 진행됐다. '한 층, 한 층', 이제 22층도 얼마 남지 않았던 2006년 11월. 팬택계열 위기 소식이 대외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금 사정 악화로 '새로운 둥지' 또한 19층에서 멈춰버렸다. 

"공사 대금 지급을 못 하니까, 업체 핸들링(관리)이 안 되는 거예요. 공사비 문제로 몇 차례 공사가 중단됐었어요. 1주일 이상 현장이 올스톱(공사 중단)된 적도 있었죠. 그래도 공사 안 한다 뭐라 할 수도 없고… 진짜, 현장에 들어오면 고개를 못 들고 다니겠더라구요.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어요."

 팬택계열 R&D센터
 팬택계열 R&D센터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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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동료들이 모두 길바닥에 나앉을 판이기도 했다. '전셋집'을 내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내 집' 준공예정일에 맞춰 '방 빼는 시기'를 모두 맞춰 놓은 상황, '공기 지연'에 이 과장의 "속은 바짝바짝 탔다". 설상가상, 함께 공사 현장을 지키던 절친한 동료마저 떠나갔다.

- 준공백서 팬택(건설추진단) 참여자 명단을 보니까, 한 사람이 중간에 퇴사했던데요?
"건설추진단 내에서 비슷한 직급이고, 무척 친한 사이였어요. 같이 자주 술도 마시고, 특히 어려웠을 때는 '저 건물 끝까지 다 올릴 수 있을까' 함께 걱정도 많이 하고 그랬었는데… 평소 자기 일을 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던 친구였어요. 회사 어려운 사정도 퇴사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팬택이 좋아서 떠나지 않아'라고 굵게 써주세요"

 이직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남진 과장은 "팬택이 좋았기 때문"이라면서 "이 말은 굵게 써 달라"며 웃었다.
 이직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남진 과장은 "팬택이 좋았기 때문"이라면서 "이 말은 굵게 써 달라"며 웃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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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장 자신은 "이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진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팬택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이 말은 굵게 써 달라"는 '정치적 발언'이 이어졌다. '사장님 신경 쓰지 마시고…'라며 재차 묻자, "내가 하는 일이 좋았고, 회사가 마음에 들었다"는 '모범 답안'이 되풀이됐다. "정말 솔직히 말씀드린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물론 '단답형 대답'이 곤란한 질문이기는 했다. 팬택계열 입사 전, 이 과장은 인생의 중대한 고비를 맞는다. IMF로 원래 다니던 다른 회사가 휘청거렸다. "급여가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밤새서 일해도 월급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다 이 과장이 팬택계열에 보금자리를 튼 것은 2000년. 남다른 '둥지'임에 분명했다.

아내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회사에 위기가 닥치면서 "요즘 힘들다"는 남편에게, 아내는 "마음 편하게 일하라"고, "자기가 먹여 살리겠다"고 응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년 4월 19일, 마침내 이 과장은 새 집 준공일을 '둥지'에서 맞을 수 있었다. 채권단 또한 팬택계열의 기업개선작업 최종 승인으로 '준공'을 축하해줬다. 물론 잔치까지 기대할 수는 없었다.

"준공식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술 한 번 제대로 먹어줬어야 했는데…(웃음) 준공하고 처음 얼마동안은 잘 실감도 나지 않더라구요. 출퇴근하는 사람들, 사원들로 건물이 꽉꽉 채워져 있다는 게… 빨리 기업개선작업 졸업해야죠. 이 건물도 빨리 다시 찾아와야 하고. 우리 집으로 지었으니까요."

- 끝으로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여의도가 우리나라 금융의 중심으로 성장한 것처럼, DMC도 더 빨리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팬택 역시 그 안에 있어야 더 좋을 테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우리 준영이 동생 갖고 싶은데,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힘들겠죠? 애 하나 더 낳기 힘든 세상이니까. 무엇보다 준영이가 건강하게 잘 컸으면 좋겠고, 집사람 지금 하는 공부 잘 끝내고. 저요? 저는 올해도 무탈하게 직장생활 열심히. 하하하."

다시 꿈틀거리는 팬택, 최근 회복세 두드러져
박병엽 부회장 "올해 휴대폰 판매량 천 만대 넘어설 것"
 팬택계열 R&D센터
 팬택계열 R&D센터
ⓒ pante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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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계열 R&D센터와 기업개선작업은 팬택계열에게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작년 4월 19일에 팬택계열의 기업개선작업이 최종 승인되면서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기업개선작업의 일환으로 DMC 사옥 매각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팬택계열 사옥은 지난해 11월 골드만삭스가 설립한 인수합병 전문 펀드 아지아(AJIA)에 2천억원에 팔렸다.

이남진 과장 등 팬택계열 직원들에게 '다시 찾아야 할 우리 집'이 된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 과장의 '우리 집 마련' 꿈은 언제쯤 이뤄질까. 최근 팬택계열의 '꿈틀거림'을 보면, 반드시 먼 훗날의 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일단 내수 시장에서 팬택계열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달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팬택계열 스카이는 약 1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전월 대비 3%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스카이 하반기 3대 전략폰으로 알려진 KTF의 '네온사인', SKT의 'IM-R300', LGT의 'IM-S340L'도 선보인다.

해외시장에서의 회복세도 두드러진다. 올해 미국과 일본 수출 물량이 작년보다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최근에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AT&T를 통해 '심플(simple)폰'인 '팬택 브리즈'를 출시하기도 했다.

새 정부도 팬택계열 정상화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정부가 구상하는 '이동통신산업 발전 전략' 핵심 중 하나는 2012년까지 연간 휴대전화 생산량을 6억대로 늘리겠다는 것. 이와 관련하여 최근 팬택계열 사옥을 방문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앞으로 300년 가는 회사로 만들어 달라"는 말로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도 '회사 부활'에 최근 잇따라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업개선작업 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으며,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의 간담회를 통해서도 "올해 팬택 휴대폰 판매량이 다시 천 만대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팬택계열의 올해 매출 목표는 2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DMC#팬택#디지털#수색역#상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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