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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필자는 그간 정치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필자가 '정치'에 남긴 흔적들은 그 반대로 말하겠지만, 여하튼 필자는 정치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정치 세계는 '나와는 상관없는 곳'이거나 '내가 나설 일이 아닌 다른 영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상당수 시민들이 그렇듯이, 필자 역시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자'는 태도를 보여왔다. 다들 자기 전문 영역이 있는만큼 잘하든 못하든 그걸 서로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떡 한 번 먹어보기도 전에 필자는 평소 생각을 스스로 뒤집어버렸다. 솔직히, 이명박 대통령께 그 책임을 돌리고 싶으나 그분도 역시 정신이 없을 테니 일단 내 책임으로 해두련다.

 

성격에서 대해서 한 마디 하자면, 필자는 시끄러운 것을 상당히 싫어한다.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동참하려는 생각이 많아도 시끄러운 곳은 되도록 피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아픈 곳은 없어도 쉽게 피로를 느끼는지라 애써 조용한 곳을 찾는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시끄러운 일이 없고서는 단 하루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인 여의도정치에 무슨 대단한 관심을 가졌겠는가. 게다가, 밀실정치와도 같은 국정운영으로 일관해 온 100일짜리 정부에는 더더욱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런데, 그같은 습관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이명박 취임 100일 기념일은 내가 '도전 1000일' 시작하는 날

 

진짜 이런 경우는 없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그가 취임한지 백일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날마다 달력을 보며 확인한 경우는 없었다. 이런 '경우없는 짓'은 해 본 적이 없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희한한 일을 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왜 필자가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글을 써주어야 하는가 말이다. 결국 나를 위한 그리고 민주시민을 위한 글을 써야 한다. 그래야 이 글이 의미를 지니고 역사에 남으리라.

 

취임 100일 기념잔치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초대받은 바도 없다. 물론 갈 수도 없을 테고 갈 생각도 없다. 다만, 취임 100일을 맞이한 이명박 대통령께 가볍게 안부인사 전하면서 필자는 필자대로 내 할 일을 준비해보련다.

 

'도전 1000일'을 시도하고 싶다. 1000일은 대략 2년 반을 조금 넘는 기간이다. 대통령 임기 반 정도는 함께 국정운영에 동참(?!)할 수 있다. 물론 청와대에 들락거릴 수는 없다. 거리도 멀거니와 들여보내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필자 역시 청와대에 들락거리고픈 생각은 없다.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멍하다(?).

 

'도전 1000일'은 이명박 대통령을 멀리서 보좌하며(?) 시시때때로 조언하려는 계획을 담고 있다. 날마다 조언을 해드리며 1000일을 채우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차라리 5년 간 1000일을 채우는 게 더 나을 듯하다. 긴 기간이니 일련번호도 붙여야겠다. 걱정스러운 건 일련번호 다 채우기 전에 뭔 일이 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보니 '도전 1000일'을 다 채우기도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시도는 하고 싶다.

 

나라살림을 앞장서서 이끌어가는 대통령 보좌 업무를 더이상 정부와 청와대에만 맡길 수는 없다 싶다. 물론 시민인 필자가 먼저 나서는 일은 없을 게다. 그럴 수도 없다. 다만, 제3자가 보는 시각을 들을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하는 대통령이 보기에 안쓰럽다. 나 아닌 상대방 시각으로 자신을 보지 못하는 대통령이 보기에 안쓰럽다. 그래서 시민으로서 할 일을 찾고 싶다.

 

거리 민심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는 대통령을 위해 시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섰으니 필자 같은 이는 생활 민심을 대통령께 보고드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물론, 대통령 의중에 맞는 보고를 하는 게 아니라 세상 민심 그대로 전하고 싶다.

 

시민기자, 시민보좌관 신설 건의를 생각하다

 

필자는 현재 대통령께 때때로 편지를 쓰고 있다. 생각지 않게 벌써 세 번째 편지를 썼다. 앞으로도 편지는 수시로 보낼 생각이다. 아무래도 편지 보낼 일이 많을 듯하다. 쓰고 싶지 않아도 쓰게 될 일이 그만큼 많을 것 같다는 말이다.

 

시민으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일은 정부 관계자, 대변인, 대통령실장 및 비서관들과는 다른 모양새를 지닌다. 우선, 각계각층 시민들 목소리를 담아가는 일을 하는 게 좋겠다. 직접 거리를 다닐 필요성도 있고, 시민들 생활을 살펴볼 수 있는 각종 지역 간행물들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시장이나 광장처럼 사람이 많이 오가며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곳을 다녀보는 일은 가장 손쉽고도 꼭 필요한 일일 게다. 이렇게 시민 보좌관이라는 새로운 직종이 이명박 정부에 필요한 시점이다.

 

다들 알다시피, 시민기자들 활동 모습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시민 스스로 언론이 되고 기자가 된다. 순수한 시민 역할은 언제나 발휘된다. 그렇다면, 정부 역시 시민 보좌관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세상 민심을 그대로 읽어내고 또 민심이 스스로 그 얼굴을 내미는 새로운 언론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면, 그와 마찬가지로 정부 조직에도 '시민보좌관'이라는 새로운 직종이 생길 법하다. 정부는 이같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생활 속 조언을 무심코 그냥 지나치지 말기를 바란다.

 

'시민보좌관은 누구를 말하는가? 시민보좌관은 무슨 일을 하나? 정부와 청와대는 이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또 어떻게 협력해야 하나?'

 

있지도 않은 직책, 생기기 어려운 직책을 혼자 생각해보고나니 무엇부터 생각해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누가 뭘 진짜 도와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무슨 직책을 실제로 받은 것도 아닌데 뭘 이리 혼자서 상상하고 정리하는 것일까? 하긴, 대통령께서 생각할 게 워낙 많아서 일을 제대로 못하시는 듯하니 필자같은 평범한 시민이라도 바쁠 수 밖에...

 

여하튼, 필자는 시민보좌관 제도 신설을 정부와 청와대에 넌지시 건의해본다. 그저 농담 수준이 아닌 것만은 알아주기 바란다. 단, 청와대 직속이니 대통령 직속이니 하는 식으로 어딘가에 묶어두려고 하지 마시라. 그건 '시민' 보좌관에게 어울리는 옷이 아니니 말이다. 시민기자제처럼 자연스런 활동을 보장하고 오히려 도울 일을 찾아보시라, 하고 충고하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축하드린다. 무엇보다 시민의식을 고취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하신 대통령과 정부에 감사인사도 드리련다.


#이명박 취임 100일#도전 1000일#시민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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