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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을 촉구하는 26차 촛불문화제에서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함성을 외치고 있다.
2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을 촉구하는 26차 촛불문화제에서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함성을 외치고 있다. ⓒ 권우성

나라 바꾸자며 아내 끌고가 투표했습니다 

촛불문화제에 참여하시는 대다수 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는 30대 중반의 평범한 가장입니다. 요 며칠 동안 여러 언론을 통해 촛불문화제와 경찰 및 정부의 행동을 보고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우선 저는 아주 어릴 적부터 선거철이되면 부모님으로부터 민주정의당, 민자당, 한나라당 이런 말들만 들으며 커왔습니다. 제 본가와 고향이 대구경북, 그 쪽입니다. 부모님은 선거 때가 되면 선거 전단 한 번 꼼꼼이 보시지 않고 그냥 매번 여당을 찍고, 선거권이 생긴 이후론 저도 (부모님 영향이 크겠지만) 별 생각 없이 여당을 밀고 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5년간 참 살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요. 그 5년 동안 솔직히 노 대통령 험담 많이 했습니다. 지난 총선 및 대선 때는 선거하기 싫다는 아내를 끌다시피해서 투표를 하고 왔습니다. 나라 바꿔야 한다고….

저런 사람 뽑자고 투표한 게 아닌데...

 1일 새벽 서울 삼청동 청와대 입구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한 여성이 경찰의 강제해산 작전 도중 피를 흘리며 쓰러져 안전지대로 옮겨지고 있다.
1일 새벽 서울 삼청동 청와대 입구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한 여성이 경찰의 강제해산 작전 도중 피를 흘리며 쓰러져 안전지대로 옮겨지고 있다. ⓒ 권우성


그런데 요 며칠간 제 생각이, 제 신념이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이건 아니다…. 저 어린 학생들, 평범한 시민들,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정주부들에게 경찰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대한민국 경찰이 지난번 중국 유학생들 폭동에는 그렇게 조용하더니 요즘은 왜 이러나…. 솔직히 대한민국 경찰이 맞나 싶습니다.

아내에게, 5살난 아들에게 부끄럽네요. 저런 사람들 찍어 주자고 이끌고 나가 투표한 제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TV에서 나오는 전경의 폭행 장면에 아들 녀석이 경찰 아저씨가 사람을 때리는데 엄마 같은 여자를 막 때린다고…. 아빠가 여자는(엄마는) 지켜주랬는데 저 경찰 아저씨는 여자를 때린다는 말에 뭐라 해줄 말이 없었습니다. 아들 녀석의 말에 순간적으로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저도 촛불문화제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언론이 아닌 제 눈으로 시민들 손에 촛불 말고 몽둥이나 과거 화염병 같은 것들이 들려있는지 확인 좀 해보려고요. 그 많은 언론 속에서도(조중동 속에서도) 아직은 그런 것들은 못 발견했네요.

하지만 아직까진 나가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제가 안 벌면 힘들어져서 여러분과 함께할 용기를 못냅니다. 그래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네요. 지금의 비폭력 문화를 지켜주세요. 그리고 몸조심하세요. 다치지 마시고 여러분들의 의견이 잘 전달되어 국민이 정부를 잘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오네요. 모두들 다시 한 번 건강 조심하세요.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봉사하겠습니다."

참 웃깁니다.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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