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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마티즈 '스틱' 있어?" (중고차 사려는 손님을 이끌고 온 호객꾼)
"마티즈 '오토'는 있는데…." (중고차 매매상인)

2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 드넓은 시장을 가득 매운 1500대의 중고차 중에서 손님이 원하는 마티즈 '스틱'이 한두 대 정도는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중고차 매매상인인 김현수(가명·48)씨의 얼굴엔 아쉬운 표정이 짙게 묻어났다.

얼마 후, 또다른 손님과 함께 호객꾼이 나타났다. 다시 한번 차를 팔 기회가 찾아왔다. 호객꾼이 "아반떼 '스틱' 있어?"라고 물었다. 그 차 역시 없다. 검게 그을린 김씨의 표정이 이내 어두워졌다.

그는 기자에게 "경유값 상승 등 고유가의 영향으로 경차·소형차가 많이 나가는데, 그 중에서도 조금이라도 기름을 덜 먹는 스틱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유가 휘발유 가격을 넘어섰다는 기사가 나온 지 며칠 안 됐는데, 중고차 시장은 벌써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유값 상승이 시민들의 생활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그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중고차 시장이다. 전체적인 기름값 상승으로 중고차를 사려는 발길이 뚝 끊겼다. 이 날 시장은 꽤 썰렁했다.

그중에서도 경유 차량의 인기는 그 중에서도 최악이다. 이 날 장안평에서 만난 매매상인과 손님들의 모습에서 경유값 상승 등 고유가 시대의 한 단면이 비쳤다. 

새 차보다 비싼 중고 경차, 몇개월째 안 나가는 SUV

 24일 오후에 찾은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에는 대형승용차, SUV가 많았다. 반면, 경차를 포함한 소형차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24일 오후에 찾은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에는 대형승용차, SUV가 많았다. 반면, 경차를 포함한 소형차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에는 경차와 승용차는 잘 보이지 않았다. 시장을 가득 메운 건 대부분 대형 승용차와 SUV 등이었다. 차 유리에 LPG라고 큼지막하게 써붙인 차량도 눈에 띄었다.

손님이 없어 무료했던 김씨는 기자에게 시장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모닝·마티즈·비스토 등은 없어서 못 판다"고 말했다. 마티즈 가격은 올 3월보다 70만~100만원 정도 올랐단다. 소형차 중에서도 단연 인기있는 건 모닝이다. 심지어 새 차보다 중고차가 더 비싸다.

"엊그제 한 사장님이 딸 준다고 모닝 새 차를 4개월 기다려 1120만원에 샀는데, 딸이 안 탄다고 해서, 한 중고차 매매상인에게 팔았다. 그 상인은 모닝을 다시 1140만원에 팔았다. 중고차가 새 차보다 20만원 비싼 것이다."

그는 "모닝 신차 사려면 4개월 기다려야 하니까, 새 차 같은 헌 차를 새 차보다 돈을 더 줘서라도 사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고유가 시대, 경차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하다.

반면, "경유 차량은 가격이 150만~200만원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김씨는 밝혔다.

"3만3000㎞ 뛴 2006년형 렉스턴을 2250만원에 매입했는데, 2470만원엔 팔아야 명의이전 비용·매장세 등을 빼고 50만원 정도 돈이 남는다. 하지만 사는 사람은 없고, (돈이) 회전이 돼야하니 돈이 안 남더라도 팔려고 한다.

지금 있는 차는 비싼 가격에 샀으니 아주 싸게는 팔 수는 없다. 하지만 앞으론 싼 가격에 매입하려고 하니, 파는 가격도 그만큼 떨어질 거다."

"IMF보다 더 힘들다"... 썰렁한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

마티즈는 평균 1주일이면 팔린다. SUV 등 대형차는 보통 1달이 걸린다. 하지만 김씨는 뒷편의 쏘렌토와 산타페를 가리키며 "작년 9월에 들어왔는데, 아직도 안 나갔다"며 한탄했다.

경유값 상승으로 LPG 차량의 인기도 많이 올랐다. 그는 "7인승 카렌스 LPG를 많이 선호한다"고 전했다.

 2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용답동 중고차매매시장에서 한 손님이 상인과 얘기를 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용답동 중고차매매시장에서 한 손님이 상인과 얘기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시장에는 곳곳에 햇빛을 막는 천막·파라솔 등이 설치돼 있다. 매매상인들은 이 곳에서 손님과 호객꾼을 기다린다. 우산으로 햇빛을 가린 상인도 많았다. 오후 3시께 시장 중앙에 위치한 파라솔로 가니, 그 아래에서 한 시장 상인이 혼자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지난 1979년 시장이 생길 때부터 이 곳을 지켰다는 권혁준(가명·56)씨다. 토요일엔 오전 8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김씨는 "주말에 보통 손님이 다섯 명 정도가 오는데, 오늘은 기자가 첫번째 방문객"이라며 씁쓸해했다. 혼자 고스톱을 치는 이유를 알만 했다.

그는 "고유가 영향으로 작년보다 차가 30% 이상 안 팔린다"며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전했다. IMF 때는 차 가격은 많이 떨어졌어도 매매는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유차가 안 나가서 문제다. 권씨는 "산타페 등 SUV는 가격이 15~20% 정도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며 "그래도 차는 안 나간다"고 걱정했다. 이어 "지난 달 판 중고차 15대 중 경유차는 한 대도 없었다"고 밝혔다.

손님들의 양극화...  "기름값 때문에"- "상관없이 대형차"

 24일 오후에 찾은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의 모습.
24일 오후에 찾은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의 모습. ⓒ 오마이뉴스 선대식

이날 시장은 찾았던 많은 손님들 역시 기름값에 대한 부담을 나타냈다. 가족과 함께 시장을 찾은 40대 남성은 "차를 바꾸려고 나왔다"면서 "LPG·가솔린차를 찾고 있다, 경유차는 기름값 부담 때문에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아무개(30)씨도 "집에 카렌스가 있는데 기름 값이 너무 올라서 연비 좋은 차로 바꾸려고 나왔다"고 밝혔다. "LPG차도 생각해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 대형차나 SUV 등 경유차를 사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왜일까? 오후 5시께 시장 한 편에서 3명의 20대 남자가 호객꾼과 함께 대형차를 찾고 있었다. 이내 맘에 드는 차를 골랐는지, SM5를 타고 시험주행을 하러 시장 밖으로 나섰다.

이를 지켜보던 매매상인에게 "대형차가 많이 팔리느냐?"고 묻자 "저 사람들은 기름값 때문에 작은 차를 고르거나 할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며 "뉴 SM5· NF소나타·스포티지 등 큰 차들을 찾는 손님도 많다"고 전했다.

이날 시장을 찾은 김아무개(39)씨는 "집에 아반떼가 있는데, 주말용으로 쓸 SUV를 살 생각을 했는데, 중고차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나왔다"며 "기름값이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 않고 또 계속 오르지도 않을 테니 쏘렌토·윈스톰 같은 차를 사려고 한다"고 전했다.


#중고차#경유#기름값#장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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