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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수 KBS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은 무척이나 충격적이다. 한국의 대표 공영방송이자 국가기간방송의 위상 문제가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와중에 그 위상을 책임져야 할 최고 책임자가 무책임하게 발을 빼겠다고 나선 것이 인간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금수 KBS 이사장은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한겨레> 신문 창간 초기부터 노동관련 글을 통해 이 땅의 노동환경의 개선과 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해 온 분이기도 하다. 그의 글은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구체적이고, 또 현실적인 균형 감각을 잃지 않아 노동문제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돕고 그 관심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런 그이기에 KBS 이사장이라는 막중한 역할이 주어졌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 중요한 고비에 그 자리를 내놓겠다고 한 것은 아무리 보더라도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판 깬 김금수 이사장, 분명하게 자신 입장 밝혀야

 

물론 그동안 김금수 이사장이 겪었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정연주 KBS 사장을 퇴진시키기로 작정한 듯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의 개인적인 친분 관계도 있어 더욱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전하고 있는 것처럼 그의 사의 표명이 최시중 방통위원장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공개된 것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것처럼 황당한 일도 없다. 정말 그 때문에 사퇴한다면 그가 지금껏 쌓아온 공인으로서의 이력과 신망은 뿌리부터 무너져 내릴 것이다.

 

개인적 대화 내용은, 더욱이 서로 외부에 발설하지 않기로 한 약속은 지켜지는 게 옳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김금수 KBS 이사장의 만남은 결코 사적인 만남일 수만은 없다.

 

게다가 그 자리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정연주 KBS 사장의 퇴진을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면 이는 더 이상 비밀스런 사담일 수 없다.

 

어찌 그것이 그 비밀을 지켜야 할 사적인 대화일 수가 있는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어떻게 그런 요청을 해놓고서도 그 비밀이 지켜지리라고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김금수 KBS 이사장은 그런 황당한 주문을 받고서도 어떻게 그것에 대해 '친구와의 약속'을 내세워 침묵할 수 있는가?

 

만약 김금수 이사장이 정말 '친구와의 약속'을 깬 데 대한 부담 때문에 KBS 이사장직을 그만 두겠다고 한다면 그것을 말릴 일은 아니다. 처음부터 그런 분을 이런 자리에 앉힌 것이 잘못이고, 그런 인물인 줄 몰랐던 것이 불찰일 것이다.

 

김금수 이사장은 이런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일처럼 KBS 이사장직에 다시 복귀할 수는 없다. 이미 그는 판을 깼다. KBS 이사장으로 복귀하겠다면 왜 그가 그런 사의를 표명했던 것인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어떠했던 것인지를 국민과 KBS 구성원들 앞에 정직하게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만약 그가 KBS 이사장직에 되돌아오지 않겠다고 한다면 적어도 최시중 위원장과 어떤 말을 주고 받았는지라도 명쾌하게 밝히고 떠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그나마 그가 공인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지러운 세상이다. 사람에 대한,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까지 죽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김금수#KBS#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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