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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필사적으로 눈물을 감추려

 

.. 아직 마티스는 로냐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내 고개를 들었고, 로냐를 보았습니다. 그 순간 마티스의 눈과 로냐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마티스는 로냐가 민망할 정도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필사적으로 눈물을 감추려 했습니다. 로냐는 소리를 내지르며 아빠에게로 달려가 그의 팔에 안겼습니다 ..  <아스트리드 린드그랜/김라합 옮김-산적의 딸 로냐 (2)>(일과놀이,1992) 109쪽

 

“거기에 있다는 것을”은 “거기에 있는 줄을”로 다듬고, “그 순간(瞬間)”은 “그때”로 다듬습니다. “마티스의 눈과 로냐의 눈이 마주쳤습니다”는 그대로 두고 싶다면 그대로 둘 일이지만, “마티스와 로냐는 눈이 마주쳤습니다”로 손보아도 됩니다. “로냐가 민망(憫?)할 정도(程度)로”는 “로냐가 안타까워할 만큼”이나 “로냐가 안쓰러이 느낄 만큼”으로 손질하고, “아빠에게로 달려가 그의 팔에 안겼습니다”는 “아빠한테 달려가 팔에 안겼습니다”로 손질합니다.

 

 ┌ 죽기로 : 죽음을 무릅쓰고 있는 힘을 다하여

 ├ 하냥다짐 : 일이 잘 되지 않을 때에는 목을 베어도 좋다는 다짐

 ├ 죽기살기로

 ├ 죽음을 무릅쓰고

 │

 ├ 필사적(必死的) :죽을 각오로 열심히 하는

 │   - 필사적 용기 / 필사적 투쟁의 결과 / 필사적인 탈출 /

 │     필사적으로 매달리다 / 우리는 이번 일에 필사적이다

 ├ 필사(必死)

 │  (1) 반드시 죽음

 │   - 필사의 운명

 │  (2) 죽을 힘을 다함

 │   - 필사의 각오 / 필사의 노력으로 최선을 다했다

 │

 ├ 필사적으로 눈물을 감추려

 │→ 억지로 눈물을 감추려

 │→ 끅끅대면서도 눈물을 감추려

 │→ 애써 눈물을 감추려

 └ …

 

 “죽음을 무릅쓴다”고 하는 ‘필사’인데, 딸아이 앞에서 눈물을 감추는 일도 “죽음을 무릅쓰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뭐, 눈물 감추기도 이처럼 할 수 있습니다만, 좀 어거지라는, 지나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자리에서는 ‘애써’나 ‘서둘러’나 ‘재빨리’ 같은 낱말을 넣어 보면 어떻겠느냐 싶습니다.

 

ㄴ. 필사적으로 건너가는

 

.. 웅덩이와 산 사이를 가로막는 아스팔트는 더없이 무서운 천적이 되고 말지요. 필사적으로 건너가는 어린 성체들은 사정없이 밟혀 죽습니다 ..  <박병상-우리 동물 이야기>(북갤럽,2002) 179쪽

 

다 자라서 생식능력이 있는 짐승을 ‘성체(成體)’라고 한답니다. 그러면 “어린 성체”는 어떤 말이 될까요? 이 보기글에서는 “어린 개구리”나 “어린 두꺼비”로 적어야 알맞습니다. ‘사정(事情)없이’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남김없이’나 ‘끔찍하게’로 다듬어도 됩니다.

 

 ┌ 필사적으로 건너가는

 │

 │→ 살겠다고 건너가는

 │→ 목숨 걸고 건너가는

 │→ 죽음을 무릅쓰고 건너가는

 └ …

 

사람들이 다니려고 놓은, 아니 자동차가 다니도록 놓은, 아니 자동차가 아주 신나게 내달리려고 놓은 찻길에서 죽어가는 짐승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흔히 ‘길죽음(로드킬)’이라고 하나, ‘죽임길’이나 ‘죽이는길’이나 ‘죽음길’이라고 해야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마구마구 내달리는 자동차는 멈추어 주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이 길을 건널 때에도 자동차는 멈추려고 하지 않습니다. 건널목 푸른불이 들어와도 멈추기를 싫어해요. 이런 판에, 시골길 건널목 없는 한갓진 곳에서 개구리며 두꺼비며 뱀이며 멧토끼며 삵이며 고라니며 오소리며 너구리며, 자동차들이 ‘그래, 너 먼저 지나가렴’ 하고 느긋하게 멈추어서 기다려 주겠습니까.

 

ㄷ.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 우리는 보도에 서 있는 군중 쪽을 쳐다보며 혹시 그 중에 아는 얼굴이 있는지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오히려 그들은 혹시 우리 중에서 아는 얼굴을 만날까 봐 그저 눈을 내리깔고 있을 뿐이었다 ..  <시몬 비젠탈/박중서 옮김-해바라기>(뜨인돌,2005) 31쪽

 

‘보도(步道)’는 ‘길’이나 ‘거님길’로 다듬습니다. ‘혹시(或是)’는 ‘어쩌다가’나 ‘어쩌면’으로 다듬어 줍니다. “그 중(中)에”는 “그 가운데”로 손질하고, ‘군중(群衆)’은 ‘사람들’로 손질합니다.

 

 ┌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

 │→ 죽도록 찾았지만

 │→ 눈빠지게 찾았지만

 │→ 있는 힘을 다해 찾았지만

 │→ 있는 힘껏 찾았지만

 │→ 미친 듯이 찾았지만

 └ …

 

아는 얼굴이 있는가를 “죽을힘을 다해서 찾는다”는 대목입니다. 얼핏 이 대목만 스치고 지나가면, 뭐 이런 말이 다 있느냐 싶지만, 이 보기글은, 1940년대 어느 ‘유대인 수용소’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실낱처럼 느껴지는 끈이라도 잡고 싶어서, 자기를 도와줄 아는 사람을 찾고 싶어서 그야말로 눈을 크게 뜨고 죽기살기로 사람들 얼굴을 살펴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같은 때, 우리들은 으레 “눈이 빠지게” 찾아본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주 “미친 듯이” 찾아본다고도 합니다. 뜻만 살리면서 “있는 힘껏 찾는다”든지 “온힘을 다해 찾는다”고 해도 어울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적#우리말#우리 말#적的#필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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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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