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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에 똑 떨어지고 국회에 갔습니다. 원래 싸움이란 것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법이지요. 그런데 다리 밑에서 1:1로 하는 싸움이라면 지더라도 동네 창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 총선거란 것이 동네방네 구경꾼도 많고 신문 방송에서 중계를 하기 때문에 패배한 사람은 사람들 만나기가 여간 꺼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낙선한 아픔도 아픔이지만 실제로는 위로와 격려를 받는 순간이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아무리 억울하게 패배를 했다 하더라도 어떠한 구실을 갖다 대더라도 패배자일 분입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동네에 돌아다니면서 낙선 인사를 하는 것처럼 고욕이 있을까요? 그래도 저는 한 가지 다행스런 일이 KBS <미디어 포커스>를 시청한 분과 그렇지 않은 분들이 나뉘어 설전을 벌이곤 합니다. "아니 <문화일보>와 <조선일보> 놈들이 어찌 그렇게 치졸하게 정치보복을 할 수 있느냐?"는 <미디어 포커스>를 시청한 분들입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어쩌자고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렸느냐?"는 <미디어 포커스?를 보지 않은 분들입니다.

 

자~ 아무튼 검찰이 수사를 착수해 발 빠르게 수사를 하고 있으니 법정에서 진실은 가려지겠지요. 총선이 끝난 지 3주일이 지났습니다. 이제 제가 낙선을 했다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지역행사에 가도 국회의원이 두 명입니다. 낙선 국회의원과 당선 국회의원. 둘이 나란히 앉아 행사를 지켜봅니다.

 

당선자와 처음 맞닥뜨린 지난 일요일 체육행사에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거 때는 당으로 나뉘어 싸우지만 당선되면 그 분이 우리 지역의 대표입니다. 당선자가 잘 해주어야 국가도 우리지역도 발전합니다. 저도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습니다. 당선자자 잘 할 수 있도록 박수 한번 크게 쳐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저기서 휘파람 소리가 나며 오히려 저에게 더 많은 박수를 보내주더군요. 참 감사한 국민들입니다.

 

"낙선 후에는 저를 안 찍어준 유권자가 원망스러웠습니다. 1주일 지나자 그래도 저를 찍어 준 지지자들이 고마웠습니다. 또 1주일이 지나자 기왕 떨어진 것…. 저를 뒤돌아보라고 안 찍어준 유권자까지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낙선 국회의원이든 현역 국회의원이든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야 변하지 않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좋아 하시는 분들보다 제가 더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어제그제 이틀 동안 국회에 나갔습니다. 제가 문화관광위원회 통합민주당 간사의원이기 때문에 법안심사소위원장입니다. 총선 후 낙선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하는 아마 첫 번째 임시국회일 것입니다. 낙선은 했지만 임기는 5월 29일까지입니다. 17대 국회 마지막 법률안 처리를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제가 속한 문광위 법안소위는 정원 6명에 공교롭게 당선자 3명 낙선자 3명입니다. 당선자 1명을 제외하곤 5명이 출석했습니다.

 

오후 3시부터 꼬박 4시간 동안 5명이 모여 앉아 처리를 기다리는 14개 법안 중 9개를 처리했습니다. 회의 시작 전에는 당선과 낙선의 구분이 명확했지만 회의에 들어가자 이런 경계는 없어졌습니다. 치열하게 토론하고 의결을 했습니다. 시간 일정상 회의를 마쳤는데 꼭 통과시켰으면 하는 법이 있었습니다. 매우 이례적으로 아침에 한 번 더… 회의를 하자.

 

그래서 저는 "내일 문광위 전체 회의가 10시에 열리니 1시간 전에 법안소위를 한 번 더 열어 처리하자"고 제안했는데 다른 의원들도 흔쾌히 동의하더군요. 그래서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 마지막 법안소위에서 통과 된 것이 '잡지진흥법'입니다. 17대 국회 문광위 마지막 통과 법인 셈입니다. 

 

어제 10시 30분에 열린 문광위 전체 회의에서는 법안소위에서 처리 된 문화재보호법 일 부 개정 법률안 및 잡지진흥법 등 10개 법안이 탕탕탕 통과되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진행 된 문화재청 업무보고 그리고 오후 2시에 속개 된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을 상대로 한 업무보고와 질의 등 문광위 회의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문화부 회의의 두가지 이슈는 유인촌장관의 문화부 산하 기관장 사퇴 압력의혹과 문화와 조선의 정청래 죽이기 사건의 처리 여부였습니다.

 

참 거시기 하더라구요. 제 문제가 다른 국회의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때로는 동정과 동의…그리고 때로는 분노와 한숨이 오고갔습니다. 당을 떠나서 직위를 떠나서 누구나 언제든지 언론에 부당하게 보복을 당하거나 뭇매를 맞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에는 모두 다 공감하였습니다. 그것도 국회의원의 언론개혁에 대한 언론의 정치보복은 더더욱 안 된다는 공감대. 그 사례가 제가 된 것이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저는 어째든 낙선한 국회의원이지만 5월 8일 정치분야 대정부 질의를 하게 됩니다. 임기가 남은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해 신랄하고도 날카롭게 문제점을 지적할 것입니다. 5월 13일은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위원장을 불러 업무보고를 듣고 질의를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정말 17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5월 23일에는 제가 속한 문광위 10개의 법안에 대해 제안 설명을 하고 표결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17대 국회의원으로 마지막 할 일이 있습니다. 4년간 정들었던 의원회관 306호 방을 빼는 일입니다. 4년간 헌법기관으로서 땀이 묻었던 각종 서류와 기념품들 그리고 국회의원으로서 지켜왔던 자부심과 의무감들을 들고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동네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혹시 여의도에 가 있느라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민심의 바다로 이제 다시 출항을 합니다. 부족한 사람을 국회의원까지 만들어 준 국민들께 감사하며 여의도여~안녕.

 

2008년 4월 30일

임기가 한 달 남은 국회의원 정청래 올림

덧붙이는 글 | 다시 일상에서 국민을 만납니다. 


#언론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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