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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사진은 광고사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데, 특정한 제품의 이미지를 극대화해서 소비자를 유혹하는 광고사진은 사진가의 감각이 잘 드러난다. 특히 빛의 이용과 프레임과 앵글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사진가의 원초적인 감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광고 사진뿐만 아니라 예술사진에서도 정물은 중요한 표현대상이다. 대중들과 가장 폭넓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재 중에 하나가 정물이며, 일상적인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사진가가 카메라 렌즈의 광학적 특성과 필름의 화학적 특성을 잘 이용하여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킨 결과물이 정물 사진이다.

 

사진사적인 특정한 이즘(ism)이나 경향에 관계없이 많은 사진가들이 선호한 소재 중에 하나가 정물이다. 미국형식주의 조형사진의 대표적인 사진가인 에드워드 웨스턴(Weston, Edward)이 찍은 ‘피망’사진은 인간 신체의 특정 한 부위를 연상 시킨다. 본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새롭게 해석된 결과물인데, 사진가의 조형감각과 사물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각이 잘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정물사진작품이다.

 

정물사진은 단순히 사진가의 감성과 감각의 결과물 일 때도 있지만, 개념적일 때도 많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패션 사진가 어빙 펜( Irving Penn) 의 ‘담배꽁초’시리즈이다.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사진에 속하는 정물 사진도 외형적으로는 감각적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대부분 개념적인데, 그 중에서 섹슈얼리티가 느껴지는 메이플 소프의 ‘꽃’사진과 절제된 프레이밍이 인상적인 잰 그루버의 일상적인 사물을 찍은 정물 사진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사진에서도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활동한 현일영이 찍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물을 찍은 사진들은 동 시대의 다른 작가들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 준다. 단순하면서도 조형성을 추구하는 그의 사진작품은 후대의 작가 한정식, 민병헌 등에 의해서 계승되어져 조형적인 사진에 대한 한국사진미학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진가들이 표현대상으로 삼은 정물사진의 전통적인 소재는 꽃. 채소, 과일 등 과 같은 자연물이지만, 현대사진에서는 인공적으로 생산된 제품도 표현대상으로 선택하고 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사물들이 표현대상이다. 현대사진에서 표현대상으로 삼는 정물 사진의 소재는 사진가의 정체성과 더불어서 현대성을 잘 반영하는 사물들이다.

 

 '빨간사진'
'빨간사진' ⓒ 김광수

 

이번에 전시하는 김광수 작가의 정물사진이 그것에 해당 된다. 그가 찍은 정물사진은 표현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이후에 디지털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새로운 이미지로 재구성 한 것 이다. 그리고 카메라 렌즈의 광학적 특성을 이용하여 육안으로는 느끼기 힘든 사물의 특정한 느낌을 조금은 과장해서 보여 주고 있다.

 

평소에 특정한 사물들을 보고서 떠오른 아이디어와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창조한 결과물들이다. 작가는 늘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메모하여 자신의 작품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사물들을 새롭게 창조한 공간에서 만나게 하여 현실을 초월한 또 다른 의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이미지가 디지털기술과 어우러져서 현대성을 반영 하는 감각적인 결과물로 탈바꿈한 것이다.

 

 '황홀한충돌'
'황홀한충돌' ⓒ 김광수

 

사진가를 비롯한 시각 예술가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나 소재는 자신들의 직, 간접적인 경험과 또 다른 욕망의 산물이다. 그래서 그 최종결과물에서 예술가들의 정체성이 느껴지는 것이다. 작가가 소재로 삼은 체리사탕, 초콜릿, 장난감 자동차, 사과. 파프리카 등도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경험 또는 욕망과 연관된 사물들이다. 체리사탕과 초콜릿 그리고 장난감 자동차는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의 연장선상에서 선택한 소재이고 사과와 파프리카는 작가의 무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는 특정한 욕망의 상징물이다. 그것을 작가의 미적인 감수성과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구성 한 것 이다. 그 결과물이 이번에 보여주는 디자인 감각과 컬러 감각이 잘 조화된 현대적인 사진이미지들이다. 작가는 남다른 컬러감각과 풍부한 상상력이 가장 큰 장점인데,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에서도 그것이 잘 드러나고 있는 것 이다.

 

작가가 이번에 보여주는 최종 결과물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을 재료로 삼아서 그것들을 디지털프로그램과 카메라렌즈의 광학적 특성을 이용하여 재배치하거나 감각적인 카메라워크로 표현한 것인데, 보는 이들은 그 결과물을 보고서 보편적인 언어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초현실적인 시각적 체험을 하게 될 것 이다. 그것은 작가의 감각적인 표현력과 소재들이 유기적으로 상호의미작용 하여 현실 밖의 또 다른 현실세계가 펼쳐졌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이다.

 

동 시대의 건축공간들은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데, 이번에 전시하는  정물사진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마치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보는듯한데, 새로운 회화주의 사진이자 디지털 매체 환경을 적극적으로 잘 수용하여 생산한 창조적인 이미지들이다

 

덧붙이는 글 | 전시장소: 인사동 갤러리 NV
전시기간:2008년5월1-15


#정물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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