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30년대에 사진술이 발명되자 회화는 특정한 사물이나 현실을 극명하게 재현하는 것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화가 개인의 개인적인 감수성과 미적인 주관을 바탕으로 외부세계를 표현하는데 몰두하게 되었다.
 
하지만 19세기 예술 사진가들은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서 현실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것을 포기하고서 회화를 닮으려고 노력하였다. 그 후 20세기 초반부터 1950년대까지는 사진의 본질이라고 인식한 기계적 기록성과 사실성을 새로운 사진미학으로 인식하고서 그것에 충실한 사진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또 다시 1950년대 이후부터는 세상을 바라보는 사진가의 주관을 중요하게 여기는 작품들이 발표되었고, 1960년대부터는 사진과 미술이 만나면서부터 사진의 표현 영역이 넓어졌다. 특히 1980년대에는 포스모더니즘 미술가들이 사진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사진과 미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하였고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표현매체 중에 하나로 인식 되었다.

 

한국사진도 1995년 광주 비엔날레 이후 사진에 대한 미술계의 인식이 변화되었고 2000년 이후 부터는 대형 화랑과 미술관에서도 사진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크고 작은 사진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다.

 

특히 한국미술에서 가장 큰 영향력 있는 사립미술관인 리움이 운영하는 로댕 갤러리에서 2001년 구본창 사진전과 2006년 강홍구 사진전을 기획한 것을 비롯하여 최근에 김아타 개인전까지 개최한 것은 사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김아타는 세계적인 사진전문 출판사인 애퍼츄어에서 작품집이 발간되고 뉴욕 국제사진센터(I. C. P)에서 초대하여 개인전도 개최한 작가이므로 그 의미가 좀 더 남다르다.

 

김아타는 초기에는 다큐멘터리적인 사진작업을 하였지만 1990년대부터는 현대 철학의 이론을 수용하여 ‘해체’ 시리즈라는 좀 더 밀도 있는 작품을 발표하였고, 그 후 진행한 ‘뮤지엄 프로젝트’는 ‘애퍼츄어’에서 작품집이 발간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로댕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는 ‘온 에어(ON AIR)’ 시리즈는 뉴욕 국제 센터에 초대받아서 전시되기도 했다. ‘뉴욕국제사진센터’는 세계적인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를 비롯한 매그넘 소속 사진가들 중에서 일찍 유명을 달리한 작가들을 추모하기 위해서 설립된 사진교육 기관이자 영향력 있는 사진 전시장이다.

 ‘Atta Kim : On Air’
‘Atta Kim : On Air’ ⓒ 김아타

 ‘Atta Kim : On Air’
‘Atta Kim : On Air’ ⓒ 김아타
 ‘Atta Kim : On Air’
‘Atta Kim : On Air’ ⓒ 김아타

이번 전시회에서는 ‘온 에어’시리즈 외에도 이전에 발표한 ‘해체’ 시리즈와 '뮤지엄 프로젝트’도 빔 프로젝트로 소개되고 있어 회고전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은 장 노출로서 뉴욕과 북경 거리를 찍어서 모든 것이 사라지고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거리를 보여주는 작품들도 있고 마우쩌둥과 부처의 모습을 얼음으로 조각한 다음 그것이 녹는 과정을 장 노출로 촬영한 사진도 있다. 그리고 인도의 타지마할과 남녀의 정사장면을 연출하여 여러 컷 찍은 것을 디지털프로그램에서 합성하여 사라진 것 같이 보이거나 겹쳐져 있는 최종 결과물도 전시하고 있다.

 ‘Atta Kim : On Air’
‘Atta Kim : On Air’ ⓒ 김아타

김아타는 ‘온 에어’시리즈를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명제로 설명한다. 이번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초대형 사이즈이고 전체적인 톤도 모두 로우키 하다. 그리고 외형적으로 보이는 느낌도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 마찬가지로 무겁게 느껴진다.

 

작가는 선불교의 화두를 시각화 하려고 노력하였는데, 그것이 서양인들에게는 동양적인 철학적 사유의 산물로 인식된 것이다. 김아타의 작품이 보는 이들의 시선과 감성을 자극하고 압도하는 것은 전시작품이 초대형 사이즈라는 것과 로우키한 톤 그리고 진지하게 느껴지는 주제 때문이다. 그리고 동양에 대해서 신비롭게 바라보고 생각하는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도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Atta Kim : On Air’
‘Atta Kim : On Air’ ⓒ 김아타

작가는 카메라 메커니즘과 대형 필름의 특성을 유효적절하게 이용하고 그것을 불교적인 사유로 포장하였다. 그 결과 감동적인 최종 결과물이 생산된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 느껴지는 점도 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지나치게 구호적으로 느껴지고 스타일리시하게만 보여지는 점도 없지 않아 있다. 어쩌면 시각예술로서 표현할 수 있는 철학적인 사유의 한계에 이르러서 생긴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좀 더 아쉽게 느껴지는 점은 김아타 전시회 자체가 실제보다 과대 포장되었고 내용보다 표현형식에 대한 홍보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젊은 사진가들이 선호하는 카메라포맷이 대형 카메라이고 김아타가 사용하는 8*10 대형카메라도 자연풍경 사진을 찍는 일부 아마추어 작가들과 젊은 작가들까지 사용하는 카메라포맷이다. 그리고 장 노출과 다중 합성도 보편화된 표현방식이다. 그러므로 표현방식 보다는 주제에 대한 좀 더 밀도 있는 설명과 최종 인화물이 필요했다.

 

사진은 시각예술이므로 시각적인 포장이 무엇 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예술가로서의 순수성과 진정성도 중요하다. 그것이 좀 더 강하게 느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김아타의 로댕 갤러리 전시회는 사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라는 점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사진문화가 좀 더 성숙되기 위해서는 국내외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이 좀 더 많이 발굴되어야 하고 그것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필요하다. 이번 전시회가 한국사진이 좀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기간: 2008-03-21~2008-05-25 장소: 로댕갤러리  


#김아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