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마 집에 있을 수 없었다. 바깥에서 봄바람이 오라고 손짓하는데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들로 나섰다. 아내는 호미와 바구니, 나는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역시 봄바람이 우리 더러 나오라고 부른 이유가 있었다. 이날따라 봄바람이 오버액션을 하는 바람에 들꽃들이 정신이 없었다. ‘살랑살랑’이 아니라 ‘휙휙휙’이었다. 하얀 꽃, 보라 꽃, 노란 꽃 등이 봄바람을 타고 삼바 춤을 추고 있었다.
그건 분명히 안단테가 아니라 포르테였다. 들녘이 온통 무도회장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들꽃들의 춤과 향기와 자태에 정신을 잃은 것은 나였다. 이 모두가 우리를 불러낸 봄바람의 작품이었다.
나는 들꽃들과 낭만을 즐길 때 아내는 고사리, 냉이, 씀바귀 등을 캐느라 바빴다. 들녘에만 나오면 나물에 관심을 더 주는 것은 아내의 특질이었다. 흡사 옛날 옛적에 아낙네는 콩밭 메고, 서방은 한량이 되어버린 듯. 그렇게 나는 봄 들녘을 카메라에 주워 담느라 바빴고, 아내는 바구니에 주워 담느라 바빴다.
아내의 바구니에 나물이 차니 집에 갈 때가 되었고, 나의 카메라에 사진이 차니 돌아 갈 때가 되었다. 아내도 허리를 펴고, 나도 허리를 펴고. 그 순간 아내도 봄바람이 고맙고, 나도 봄바람이 고맙고.
우린 그렇게 사월의 봄을 한 아름 주워 담아 일상으로 돌아갔다.
-2008. 4. 20 일요일 오후 더아모의집 봄 들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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