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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로 읽는 한국현대사1: 8·15해방에서 4·19혁명까지>
<키워드로 읽는 한국현대사1: 8·15해방에서 4·19혁명까지> ⓒ 이매진
어설픈 웃음만이 나돌았고 아직은 두려운 맘이 앞섰기에 희망 어린 외침도 조심스럽게 피어나던 시절. 1945년 8·15해방을 맞이한 대한민국은 많이 변해버린 세상 물정을 모를 수밖에 없는 태아였다.

 

3년 뒤인 1948년에 비로소 세상에 '대한민국'을 낳기까지 대한민국은 아직 어렸고 갑자기 찾아 온 민주주의라는 세상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렇게 해방을 맞은 후 15년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대한민국은 드디어 민주주의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아가게 된다.

 

스스로 이 땅에 '씨앗'을 심던 그날, 우리는 그날을 '4·19혁명'이라고 부른다. 세월에 묻혀 이제는 조금 눌려버린 듯한 그날을 펼쳐보니 시간은 거슬러 가서 1960년 4월 19일을 가리킨다. 정부수립 60주년을 맞이하는 2008년으로부터 48년 전 이야기다.

 

우리는 지금 조금은 세월에 떠밀려 접힌 듯한 그 고운 얼굴을 펴고 다듬어보려 한다. 50주년을 맞기 두 해 전에, '4·19혁명'이라는 한국 민주주의 '씨앗'이 그 척박했던 땅에 뿌려지기까지 어떤 세상에서 자라고 있었는지를 되짚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어렵사리 민주화 꽃을 피웠던 1987년 6·10항쟁에 어떤 열정과 아쉬움을 남겼는지를 되돌아보려 한다. <키워드로 읽는 한국현대사1: 8·15해방에서 4·19혁명까지>가 안내자 역할을 해준다 하기에.

 

'대한민국'호(號) 민주주의, 어떤 세상에서 살았나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대한민국'이 그 모양도 채 갖추기 전에, 나라는 다시 살 떨리는 공포와 끝 모를 포화에 휩싸였다.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이어진 '6·25전쟁'은 어떤 별칭을 붙여야 할지 모를 만큼 가늠하기도 어려운 큰 상처를 이땅에 깊숙하게 새겨버렸다. 일본강점기 30여 년 세월동안 이 나라가 겪은 생채기들이 단 몇 년 만에 아니 단 몇 일 만에 다시 재발했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정권을 추스린 이승만 정권은 1960년에 세상에게서 철퇴를 맞기까지 자신을 위한 보호도구와 치장품으로 사용했던 두려움과 어수선함을 세상을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무기로 사용했다. 어쩔 수 없이 갈라지고 다시 싸우고 또 나누이는 아픔을 겪은 당시 '대한민국'은 어설픈 반쪽짜리 평화에 만족하기보다는 쓰라린 상처가 덧나는 한이 있어도 온전한 평화, 곧 '함께 사는 세상'을 갈망하는 열기로 꿈틀거렸다.

 

그런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시 이승만 정권은 전쟁 전후로 어설퍼진 정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더 힘을 쏟았다. 그러자 세상은 입 없이 지낸 얼음같은 세월을 더는 감추고 있을 수 없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말이 오가는 세상,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숨 쉬는 세상을 꿈꾸는 맘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은 어느 날 갑자기 순식간에 터졌다. 우리는 그날에 '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두려움이 앞선 채 맞은 해방 후 그리고 어설픈 모양새로 출발한 정부수립 후, 대한민국은 12년 장기집권기 동안 '세상이 바뀌는 일'을 겪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라는 '씨앗'이 이 땅에 뿌려지던 날, 그날은 1960년 4월 19일이었다.

 

4·19혁명, 정부수립 60주년을 맞은 2008년 대한민국에 말한다

 

그 굴곡진 세월을 어떻게 다 풀어낼까. 몇가지 굵직굵직한 사건들만 뽑아도 감당하기 어려운 터에 어찌 그 모진 세월을 다 풀어낼까. <키워드로 읽는 한국현대사1: 8·15해방에서 4·19혁명까지>는 그 두껍고 질긴 세월에서 조심스레 특별한 사건들을 뽑아냈다. 그리고 그 세세한 사건들을 역사라는 큰 줄기와 연결시키며 한국현대사 안내자 역할을 하기로 했다. 1993년 출간한 <한국현대사 이야기주머니>를 다듬어서 한국현대사 안내자 역할을 다시 하기로 한 것이다.

 

이 책을 집필한 한국정치연구회는 한국현대사에 관한 2가지 오해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한국 경제발전에서 소시민들이 지닌 열정과 열매가 권력자들의 그것에 비해 가치가 덜하다는 오해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 민주주의가 경제 성장과 더불어 자연스레 찾아왔다는 오해이다.

 

이들이 이런 2가지 오해를 말한 이유는, 4·19혁명이라는 '한국 민주주의의 씨앗'이 이 땅에 뿌려지기까지 그 씨앗을 품어 온 세상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어왔는지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두 개의 오해와 하나의 진실'이라는 이름을 달고 풀어 낸 '여는글'에서 그들은 아마도 그 땅을 살다 간 많은 이름없는 '들꽃'들이 진짜 사실 곧 유일한 '진실'이었다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지금도 세상을 뒤덮고 있는 그 이름없는 '들꽃'들이 중요한 시기마다 이루어낸 결과에 지은이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 뜻깊은 결과에 못내 아쉬움이 배어있다고도 말한다. 이승만 정권 붕괴를 불러 온 4·19혁명이 진정한 민주정권 수립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4·19혁명의 열정이 못내 아쉬움을 남기게 된 이유를 한국정치연구회는 2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4·19혁명을 주도할 세력이 형성되지 못한 까닭에, 그 성과가 지배세력 안에서 정권이 교체되는 수준으로 한정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식 민주주의의 씨앗은 뿌렸으나 그것을 잘 키워내야 할 토양이 여전히 옛 것 그대로였다는 말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4·19혁명 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당시 이승만 정권이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는 상황을 지켜보던 미국은 이미 새로운 동북아전략을 준비하고 있었고 4·19혁명을 계기로 한국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했다. 안에서는 변화를 일으켰지만, 밖에서 우리를 조이고 있던 '보이지 않는 힘'을 꺾지는 못했다는 말이다.

 

정치연구회는 그래도 4·19혁명이 지닌 의의를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몇 가지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4·19혁명의 의의를 재강조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4·19혁명은 이후 민중 부문을 활성화하고 정치세력화하는 전기가가 됨으로써 한국사회의 민주화·자주화운동에 박차를 가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점에서 4·19혁명은 분단과 전쟁 때문에 단절된 변혁운동의 흐름을 복원시키는 과정에서 그 출발점으로 의미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4·19혁명이 제기한 과제는 이후 6·3항쟁, 유신반대운동, 부마·광주 민중항쟁, 6월 민주항쟁 등으로 계승됐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를 확인할 수 있다."(이 책, 276쪽)

 

그렇다. '세상이 바뀌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세상을 바꾸는 일'은 더더욱 쉽지 않다. '바꾼다'는 말을 하곤 다니면 무조건 '빨간 딱지'를 붙이고 다녀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말이 다 사라진 건 아니다. 늘 그런 오해와 싸우고 있는 이들이 지금도 있다.

 

48주년 4·19혁명 기념일을 하루 앞둔 2008년 4월 18일. 내일 하루만, 내일 단 하루만 무의미한 구호로 치장하고 그날을 다시 역사 속에 묻어버리기엔 2008년 대한민국 하늘이 그리 맑지만은 않다. 정부수립 60주년을 맞이하기 전, 50주년에서 두 해 모자란다는 게 뜬금없이 아쉬운, 48주년을 맞이한 어느 기념일이 기념식 한 번으로 훌쩍 우리 머리 위를 넘어가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을 바꾼 일'이 또 한번 있었던 1987년 6월 10일도 지나갔지만. 

 

4.19혁명(www.419revolution.org) 4월 19일(토)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축제는 4.19기념 걷기대회(오후 3시)와 기념음악회(오후 5시)가 있다. 그 외 다른 행사도 4월 내내 각각 진행되어 왔다. 한편, 민주화 운동 관련단체들 누리집을 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 참조.
4.19혁명(www.419revolution.org)4월 19일(토)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축제는 4.19기념 걷기대회(오후 3시)와 기념음악회(오후 5시)가 있다. 그 외 다른 행사도 4월 내내 각각 진행되어 왔다. 한편, 민주화 운동 관련단체들 누리집을 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 참조. ⓒ 민종원
4.19혁명기념도서관(library.419revolution.org) 각종 관련 도서,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4.19혁명기념도서관(library.419revolution.org)각종 관련 도서,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 민종원

덧붙이는 글 | <키워드로 읽는 한국현대사1: 8.15해방에서 4.19혁명까지> 한국정치연구회 지음. 이매진, 2007.

4.19 혁명기념사업 www.419revolution.org
4.19혁명기념도서관 library.419revolution.org
한국정치연구회 www.ckps.net


키워드로 읽는 한국현대사 1 - 8.15해방에서 4.19혁명까지

한국정치연구회 지음, 이매진(2007)


#한국현대사#4.19혁명#민주화#민주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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