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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강재섭 대표가 박희태 김덕룡 선대위원장, 안상수 원내대표 등과 악수하고 있다.
1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강재섭 대표가 박희태 김덕룡 선대위원장, 안상수 원내대표 등과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2008년 4월 9일을 기점으로 민주화 시대가 마침내 결산공고를 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에 개혁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습니다. 보수에게는 희희낙락을, 진보개혁에겐 아득한 낭떠러지를 안겼을지라도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합니다.

 

정치의 본령은 국민의 '밥'에 있으니 밥술을 뜨기 위한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만, 경쟁과 성장만이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 가치와 나눔에 인색하지 않은 신보수를 기대합니다. 또한, 대안의 민생 의제와 정책으로 생산적 민주주의를 갈고 닦아 출중해진 기량의 새로운 진보도 기대합니다. 정치는 이념과 정책이 다른 상대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발전하는 역동적 생물이니까요.

 

공짜 없는 18대 총선 결과

 

18대 총선 결과 한나라당은 안정의석 목표치인 168석에 못 미치는 153석이니 절반의 성공인가요? 민주당은 81석을 획득했으니 선전했다고요? 그것이 과연 정확한 판세 분석일까요? 범 보수와 범 진보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전체적으로 보아야만 향후 과제와 실천 경로가 밝혀집니다.

 

총선 결과를 봅시다. 18대 총선 (잠정)투표율 46.0%. 한나라당 153석(50.3%), 민주당 81석(23.5%). 여기에 친박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한나라당 입당을 기다리는 친여 무소속까지 더하면 보수진영은 200석 내외의 의석을 획득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수의 압승입니다.

 

그러나 민주당과 진보양당(민주노동당 5석), 창조한국당(3석)은 다 합쳐도 100석이 안 됩니다. 참패입니다. 지방선거 패배의 경고와 대선 완패에 따른 최후통첩에도 정책이나 감동, 대안이나 비전이 없었기에 이런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민주당과 진보야당이 잘못해도 단단히 잘못한 셈입니다.

 

세상사 모름지기 공짜는 없는 법. 혹자는 과반의석을 차지했다고 국정 운영이 안정될지 두고 보자고 합니다. 저주가 배어납니다. 혹자는 한 번 속고 또 속는 국민이 앞으로 쓴맛을 제대로 봐야 한다고 합니다. 독기가 서렸습니다. 그래서 뭐가 달라질까요?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것처럼 바보스런 짓은 없습니다.

 

50%도 안 돼 당선된 후보들이라고 대표성을 시비 삼아 헌법소원이라도 할 텐가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선택은 주권의 실행이며, 그 결과대로 권력이 배분됩니다. 민주주의는 선거에 의해 전진합니다. 비록 일보전진을 위한 이보후퇴일지라도 민주주의는 멈춰서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겸허히 받아들이자는 것입니다. 국민의 심판은 현명하니까요.

 

다만, 이보후퇴에 따른 '국민의 목소리'를 가슴에 품고 내일의 좌표를 새롭게 설정하면서 민주주의를 다시 작성하는 출발점에 서자는 것입니다.

 

보수대연합-한국사회 개조-신보수주의 시대 가동

 

여의도 정치에 급격한 지형변화를 가져온 18대 총선 결과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과 여야관계 설정은 물론 한국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거침없는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한나라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통해 상임위를 싹쓸이하는 수순에 들어갈 테지요.

 

이재오 이방호 박형준 등 대통령 수족들의 낙선은 이런 정지 작업을 더욱 부채질 할 것입니다. 편차와 기복은 있겠으나 소위 잃어버린 10년을 되돌리기 위한 보수화 '개조' 작업은 전방위에 걸쳐 전개될 것입니다.

 

햇볕정책으로 따스한 기운이 맴돌던 한반도엔 냉기가 감돌고, 대운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시늉을 하면서 치고 나갈 기회만 포착하려 할 것이며, 한미 FTA는 (민주당 내 찬성 당선자 비율을 고려하면) 곳간 열쇠 다툼할 기력조차 없이 대문을 활짝 열지도 모릅니다.

 

재벌 중심의 경제 재편을 위한 출총제와 금산법 등의 규제는 무장해제되고, 조중동의 방송진출로 세뇌와 회유는 본격화되며, 민간의료보험 시범 도입 등으로 사회복지는 고립될 수도 있습니다.

 

88만원 세대를 양산하더라도 소수를 위한 '오뤤지' 교육은 진행되고, 집회의 자유엔 백골단의 몽둥이 찜질이 등장하고, 마침내 개헌이라는 금도를 넘어서고자 박근혜·이회창과의 보수대연합에 매진할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칼바람이 횡행하는 신보수주의 시대가 열리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 칼춤이 이명박 정부 집권 5년 동안뿐 아니라 10년, 20년 뒤까지 신보수주의의 권력을 팽창시키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명박에 견주어도 하등 손색없는 박근혜와 정몽준 등의 보수인사가 널려 있으니까요.

 

민주당 세대교체와 뉴리더 관건, 진보양당 재창당 수준 재정비해야

 

 손학규, 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가 10일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당지도부들과 함께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며 국민들께 인사를 하고 있다.
손학규, 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가 10일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당지도부들과 함께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며 국민들께 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반면에 민주당과 진보야당의 운명은 어떨까요? 이번 총선 목표인 개헌 저지선 100석을 획득하지 못한 데다, 손학규와 정동영 등 당 대표와 대선후보의 낙선으로 민주당은 사면초가입니다. 헤매는 와중에 당권이 걸린 전당대회가 돌파구 역을 하겠지만 집안싸움에 함몰될 가능성도 큽니다.

 

총선 책임론과 인책론에 (구 민주계) 호남과 (소장파 중심) 수도권 간의 당권 힘겨루기 등이 겹치게 되면 대의는 사라지고 당권만 남는 꼴불견을 연출할 가능성이 농후해집니다. 따라서 중장기적 대안은 아니나 세대교체를 통한 '뉴리더' 탄생이라는 처방전 외에는 다른 활로가 보이지 않습니다.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은 여당의 실세 이재오를 넘어 비례대표(2석)에도 진입함으로써 의회 교두보를 확보한 상황입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17대 총선에서처럼 정당 득표율 13%로 원내 3당이 된 기적을 재현하기엔 애당초 난감한 지형이었습니다. 투표 결과, 분화에 따른 표 분산이 있었고 민주당 표심은 17대와 달리 비틀거리는 고향집으로 몰려간 흔적이 역력합니다.

 

민주노동당이 5석에 머물렀고 진보신당은 정당 득표율에서 3% 획득에 실패한 것은 권영길·강기갑 두 후보의 의미 있는 신승에도 불구하고 책임 공방과 함께 재창당에 준하는 전열정비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와 결별하고 혁신해야 살아남는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거대보수정당 민자당 시대로 역사가 되돌아간 4월 9일. 정치권은 여대야소라 하고 우리는 보대진소라 부릅니다. 실용 대 형평, 경쟁 대 공공, 성장 대 분배의 구도에서 전자가 판쓸이를 한 것입니다. 지방권력-행정권력-의회권력, 3대 권력을 손에 쥔만큼 이명박 정부의 신보수주의 자유화에는 망설임조차 없겠지요.

 

그렇다고 보수와 진보를 넘어 중도로 가자고 할까요. 아닙니다. 정치판이 민자당 시대로 돌아갔으니 그때처럼 최루탄 대 화염병의 한 판 싸움으로 갈까요. 아닙니다. 정치권이 20년 전으로 되돌아간다고 우리조차 보따리 싸서 뒤쫓을 순 없습니다. 진보개혁도 이제 낡은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

 

신보수와 신진보개혁이 새 패러다임을 갖추고 새로운 차원에서 만나 자웅을 겨루도록 해야 합니다. 인간적인 가치와 공평성을 기약하는 미래의 물결이 넘실거리도록 판을 다시 짜야 합니다.

 

하지만 먼저 진보개혁진영을 수술대 위에 눕혀야 합니다. 새로운 가치와 조직으로, 리더십과 비전으로 자기 혁신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여, 몸도 마음도 머리도 무거웠던 '과거'를 도려내야 합니다. 알량한 기득권으로 폼생폼사했던 간판을 송두리째 내던져야 합니다. 그리곤 밑바닥에서 '빡빡' 기어야 합니다. 그럴 때, 생활 속의 소통과 네트워크가 꿈틀거리며 희망이 보일 것입니다. 다시 시작하겠다면 말입니다. 

 

호시우행 자세로 진보개혁의 담론과 여론 생산부터

 

솜사탕같이 풍성하고 먹음직스러운 하얀 구름 아래 샛노란 개나리가 두 팔을 벌렸습니다. 그 사이로 하나둘씩 꽃망울을 터뜨리는 벚꽃을 따라 봄 향연이 그득합니다. 그 길을 벗과 걸으며 자문합니다.

 

'어떻게 다시 이 길을 걸어갈 것인지' 반성하고 성찰하며 고민합니다. 진보개혁 시대의 재도약을 위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어찌 정립할 것인지 탐구합니다. 벗에게 묻습니다. 내일의 진보개혁을 전망하면서 새로운 담론과 의제를 어떻게 생산해야 하는지를.

 

그리고 벗에게서 구합니다. 함께 의지와 지혜를 모으며 희망의 '씨앗'을 심을 때 한국 사회의 미래 비전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을. 두 발은 미련스러울 정도로 묵직하되 눈은 내일을 향한 호시우행의 자세여야 한다는 것을.


#18대 총선#진보개혁진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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