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 청와대 입력
총선을 전후로 한 '이명박식 경기부양'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내수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직접 지시하고, 정부는 세금감면과 규제완화 등 각종 경기부양책 추진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총선 이후 이명박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 드라이브가 본격화되고, 국회 과반 의석 확보가 확실한 한나라당이 이에 동조할 경우 '이명박식 경기부양'은 급속히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하강 국면 속에 정부 차원의 무리한 경기부양이 오히려 물가 상승을 더욱 자극할 수도 있다. 또 경기부양의 효과가 중소기업보다는 특정 대기업에게만 돌아가거나, 자칫 정부 재정만 더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경기둔화 의식한 이 대통령, '물가안정'보다는 '성장'으로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불쑥 '내수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공무원의 선거중립과 일부 자치단체의 규제완화 사례를 차례로 언급한 이후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국무회의에서는 물가안정을 얘기했지만 내수가 너무 위축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내수가 위축되지 않도록 관련 부서에서 관심을 갖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수가 위축되면 서민은 더 어려워진다"며 "그런 점을 챙겨주고 내수가 위축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전반적으로 투자와 소비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자, 이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6일 내놓은 '경제동향보고서'에서 "최근 국내 경제는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완만하게 둔화되는 조짐을 나타내는 가운데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8일 발표한 '2월 소매판매액 동향'을 보더라도, 소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월 소매판매금액은 19조 41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2%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 1월 9.7% 증가에 비교하면,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은행 전경.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은행 전경.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금통위 10일 기준금리 결정... 동결 우세속 향후 인하 쪽에 무게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체적인 경기지표상에 수출은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쪽은 하강 국면으로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소비증가세도 주춤하고 있고, 기업의 투자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언급이 물가보다는 경기부양에 무게가 실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물가안정을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대신 내수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보다 구체적인 대책을 준비하라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이 대통령의 내수 활성화 언급이 금리 결정권을 쥐고 있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한 압박이라는 해석도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수개월째 금리를 동결해 온 금통위에 간접적인 '금리인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

 

시중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그동안 금리인하 여부를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사이에서 대통령이 강만수 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 같다"면서 "당장 10일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겠지만, 5월 이후부터는 (금리인하를 두고) 상당한 고민을 할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쪽은 그동안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동결이, 기획재정부는 경기부양을 통한 성장을 위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9일 "대통령이 금통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내수(진작) 이야기를 꺼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금리는 어디까지나 금통위원들의 현 경제에 대한 고유하고도,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총선 이후 세금 깎고, 규제 풀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듯

 

문제는 총선 이후 전개될 정부 차원의 경기부양대책들이다. 물론 정부에선 '경기부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올해 내세운 6%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최대한 노력'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주로 세금을 줄이고, 각종 기업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출이 우리 경제의 중요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를 늘리거나 고용을 창출하는 부분에선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비와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선 경제부처별로 추진 중인 각종 기업 규제 완화 등을 빠른 시일안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1차관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정책은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민간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조치가 이른 시간 내에 가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정부가 추진중인 내수 진작 대책은 법인세율 인하를 비롯해,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각종 기업관련 규제 완화,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 발표 등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오는 11일 열릴 예정인 경제정책조정회의 때부터는 내수진작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 이후, 국회 과반의석 확보가 확실시되는 한나라당이 정부와 함께 각종 규제완화 등을 담은 법률 개정에 나설 경우 '이명박식 경기부양'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뿐 아니라 경제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따른 부작용에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나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 등은 친기업적이 아닌 일부 소수 재벌만을 위한 친재벌을 위한 정책들"이라며 "이것은 결국 소수 1%를 위한 특혜를 보장해줄 뿐, 일반 서민이나 중소기업의 이득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와 같은 대외 여건과 경기하강 국면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이 무리한 경기 부양을 추진할 경우, 물가 상승과 정부 재정만 악화될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의 몫이 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명박#총선#경기부양#총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