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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죽했으면 그랬겠냐"-"우리와는 상관없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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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 그랬겠나."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우리와 전혀 상관없다."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

 

문국현-이재오 후보의 '대운하 대회전'으로 오는 4·9 총선 최대 격전지가 된 서울 은평을 지역이 5일 이명박 대통령의 이 지역 뉴타운 건설현장 방문으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여기서 비롯된 은평을 발 '선거개입·관권선거' 논란은 'D-2' 총선 판을 뒤흔들고 있다.

 

통합민주당·창조한국당 등은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탄핵 역풍을 노린 것 아니냐"며 총선 막판 총공세를 폈다. 야당은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상의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조사의뢰서·고발장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의 정상적인 국정운영까지 트집 잡지 말라"고 맞받았다. 이재오 후보 쪽은 "우리와 관계없다"며 제기된 논란을 애써 무시하면서도 6일 저녁 유세에서 은평구의 새 뉴타운 건설 공약을 쏟아내며 '뉴타운 바람몰이'에 나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6일 만난 서울 은평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선거개입·관권선거' 논란에 대해 지지하는 후보에 따라 의견이 나뉘었다. 또한 이 대통령 방문에 따른 이 후보의 표 결집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엇갈리는 민심... "선거에 영향 줄 것", "소신대로 투표"

 

이날 낮 12시 반, 서울 은평구의 최대 번화가인 연신내역 주변 시장의 부동산업자 김영식(가명·56)씨는 "지역 주민들은 뉴타운 등 개발에 대한 욕구가 있다, 대통령의 방문은 은평 발전을 위해 이재오 후보에게 표를 실어주자는 분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후 4시께 찾은 인근의 한 백화점 경비사무소에선 문국현·이재오 후보 지지자 2명이 함께 근무를 서고 있었다. 이들은 지지하는 후보는 달랐지만, 대통령의 방문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윤화(60)씨는 "(은평 뉴타운 건설현장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누가 봐도 유세하러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선거 때만 자전거 타는 이 후보보다 새로운 인물이 당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주(59)씨는 "이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내가 봐도 (대통령의 방문은) 문제가 있지만, 이 대통령과 가까운 이 후보를 뽑아야 은평 발전에 힘 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타운에 거부감을 가진 시민들은 이 대통령의 방문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연신내역 인근 시장 한편에서 정육점을 하는 조찬영(73)씨는 "뉴타운에 서민 못 들어간다, 돈 있는 사람들만 갈 수 있지 않느냐"며 "뉴타운 때문에 이 후보를 찍어주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방문과 상관없이 주민들이 소신 있게 투표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구산역에서 만난 이창석(46)·김동욱(46)씨는 "내가 선호하는 후보를 찍겠다"고 강조했다. 연신내역 인근의 지물포 주인 권영진(62)씨는 "대통령이 잠깐 들른 것은 정치적인 의도는 없고, 선거에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국현] "오죽하면 그랬겠나? 민심 거역하는 건 오래 못가"

 

이날 오후 2시 반에는 문국현 후보를 만나기 위해 대조동 순복음교회를 찾았다. 예배를 보는 그를 기다리는 사이 만난 문 후보의 핵심 측근은 이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표 결집 효과가 조금 있겠지만 역효과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관권선거 뿐 아니라, 이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면장갑을 끼거나 10시 이후까지 선거운동을 하는 등 선거법을 위반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이기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만난 문 후보 역시 "오죽하면 그랬겠어요?"라며 '선거개입·관권선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마지막 강행군 때문인지, 다소 피곤해보였다. 하지만 노재동 은평구청장의 뉴타운 관련 항의방문, 선관위의 대운하 반대 집회 불법 규정 그리고 이 대통령의 은평 뉴타운 건설현장 방문 등 잇따른 논란에 대해선 못 참겠다는 등 단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5일 이 대통령이 서울 은평구 뉴타운 건설현장을 방문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다들 의외라고 하지 않나. 굳이 이 예민한 시기에 그렇게 안했으면 좋았을 텐데…. 많은 언론들이 걱정하듯이, 국민들도 걱정하고 있다. 민심을 거역하는 것은 오래 가진 않는다."

 

- 표 결집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나?

"조금이야 있겠지만, 변화를 바라고, 새로운 희망을 심고자하는 은평구민의 힘으로 이겨내려 한다."

 

- 문 후보는 은평구청장의 항의 방문 등 '선거개입·관권선거' 논란 핵심에 서 있다.

"사실, 걱정이 돼서 주초에 깨끗한 선거·공명한 선거를 위한 서약식을 제안했다. 제안하자마자 구청장이 사고치고, 대통령도 그러니까, '그렇게 해서 역전시킬 수 있을까?', '역전시킨들 뭐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 뜻을 겸허히 받는 게 이재오 의원한테도 좋다. 국민적 과제도 많고 산적한 일거리를 해결해야 하는데, 대운하에 이어 국민적 통합을 해치는 이러한 활동을 하는 건 안타깝다."

 

- 어떻게 대응하려 하나?

"노재동 은평구청장에겐 사퇴를 요구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해선 선관위에서 조사를 해달라고 조사의뢰를 했다."

 

[송미화] "오만한 이재오, 여당 되자마자 관권선거 하다니..."

 

이어 오후 3시 반, 서울 불광동 독바위역 앞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는 송미화 후보를 만났다. 막간 인터뷰를 요청하자 "다리가 아프다, 앉아서 인터뷰하자"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느 때보다 바쁜 일요일을 보내고 있는 그의 상황이 엿보였다.

 

여기에 '선거개입·관권선거' 논란이 그를 더욱 짓누르고 있었다. 송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은평 뉴타운 건설현장 방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가 완성됐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우리들이 그 과정에서 못 벗어난 것 같다. 딱히 은평 뉴타운에 무슨 문제가 있거나 국민적 요구사항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있다 해도 선거가 얼마 안 남은 상황인데, 자제해야 마땅하다. 지나가더라도 들르면 안 된다."

 

이어 송 후보는 "(대통령의 방문이) 많은 효과가 있겠다"며 "이재오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의 실세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느냐, 대통령이 오는 것은 명백한 관권선거이고 선거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만큼 급했겠다, 하지만 사람들이 마음 떠났다는 것을 확인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송 후보는 "이 정권이 출범한 지 얼마 안됐는데, 오만하고, 이재오 후보도 몇 차례 가슴 쓰러 내리게 하는 것도 모자라, 여당 되자마자 (관권선거)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 후보와 동행한 그의 남편 임건묵(47)씨 역시 대통령의 방문엔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씨는 "팽 당한 것으로 보였던 이 후보를 이 대통령이 다시 지원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자체분석'을 내놓았다.

 

[이재오] "새 뉴타운 만들겠다"... 대통령 뉴타운 건설현장 방문 적극 활용?

 

오후 5시 연신내역 인근에서 이재오 후보의 유세가 시작됐다. 300여명의 시민들이 이를 지켜봤다. 여기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홍준표·김애실 의원, 이정선 비례대표 후보, 안병용 서울 은평갑 후보, 탤런트 최주봉·양금석씨 등이 참석했다.

 

<오마이뉴스>는 '선거개입·관권선거' 논란에 대한 이재오 후보의 입장을 확인하려 했지만, 이 후보 쪽은 바쁘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했다. 대신 만난 강석준 이 후보 선거사무소 사무국장은 "이 대통령 방문에 대해 우린 몰랐다, 이 후보도 그런 얘기 안 했다"고 말했다.

 

야당의 공세에 "우리와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신경 안 쓴다"고 말했다. '이명박 효과'에 대해선 "정치적인 얘기는 답변 안 하겠다"며 최근 제기된 논란을 피해가려 했지만, 이날 유세에 나선 이 후보는 새로운 은평 뉴타운 건설 계획을 내놓는 등 바람몰이에 나섰다.

 

이 후보는 유세에서 "35년 동안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진관내동 지역에 7조 5000억원을 들여 은평 뉴타운을 만들었다"며 "인근의 역촌·대조·갈현·구산·불광·녹번동 등 은평구 지역에 서부지역 신도시를 건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뉴' 뉴타운 이야기는 계속됐다.

 

"은평구 지역의 저와 안병용 후보가 힘을 합쳐 은평구를 개발하지 않으면, 경기도는 신도시인데 비해, 은평구는 '짝퉁' 도시가 된다. 정권 교체를 위해 몸을 받쳤듯이, 나머지 정치의 꿈을 지역 발전에 묻겠다."

 

이어 그는 "언젠가 통일이 되겠지만, 북한 사람들이 파주·고양 등을 거쳐 이곳에 오면, (뉴타운 개발로) 발전된 은평구를 보고 자신들의 노선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4선 국회의원이 되면, 그 이상은 안 해도 좋다, 지역 발전에만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턱도 없는 '홀로당' 후보가 대운하 하나 믿고 선거에 나왔지만, 자체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강재섭 대표도 "북한산 밑에 대운하 하자는 사람이 어딨냐"며 대운하 이슈를 부각시키려는 문 후보를 비판했다.


태그:#4.9 총선, #은평을, #문국현, #이재오, #선거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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