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엊저녁 21시 출근해 밤새 일했다.
06시까지 8시간 일하고, 08시까지 추가 2시간은 잔업이다.

아침 잔업 시간에 먹으라고 빵과 음료가 지급되었다.
아침 06시, 허기를 달래려고 빵과 음료를 집어들었다.
그 옆에는 어제 먹다 남은 말라 비틀어진 빵 한조각이 있었다.

나는 하청 노동자고
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원청 노동자라면, 정규직 노동자라면, 쓰레기통에 버리고도 남았을 빵.
그 말라 비틀어진 빵 한조각이 내겐 멀쩡하게 보였다.

엊저녁 받은 새 빵은 고구마 앙금빵.
사랑스런 딸이 유난히도 좋아하는 빵.
난 어제 타놓은 그 새 빵을 무심코 뜯어 먹으려 했다.
그 순간 사랑스런 딸이 빵 위에 어른거리며 나타났다.
"아빠, 나 이 빵 좋아하는데…."
해맑은 웃음을 머금은 채 딸은 말했다.

난 슬그머니 어제 나온 고구마 앙금 빵을 가방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말라 비틀어진 빵 한조각을 꺼내서 물었다.
마치 깡마른 과자마냥 으드득 거리며 부서졌다.
조심스럽게 말라 비틀어진 빵 한조각을 씹어 삼켰다.
음료수도 한모금 먹어가면서.

오늘 아침 나는
원청 노동자라면 당연히 쓰레기통에 버렸을
정규직 노동자라면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을
그 말라 비틀어진 빵 한 조각을
음료수와 함께 다 먹었다.
배고프니까.


#비정규직#노동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