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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눈 내린 병풍산을 오르고, 영광 야산을 헤매고, 화순에도 가고, 담양 대덕리에도 가고 백암산에도 가고 장성호에도 가면서 봄꽃을 찾아 무던히도 다녔다.

 

병풍산에서는 쥐똥나무 열매가 수확이었고, 영광 야산에서는 토끼똥이 나를 반겼다. 화순에서는 눈을 파헤치며 찾은 복수초 싹에 행복해 했고, 불갑사에서 변산바람꽃과 노루귀와 꿩의 바람꽃을 찰칵하면서 비로소 접사의 즐거움을 몸으로 안았다. 

 

장성호에서는 모터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 복수초를 보는 행운을 안았고 백암산에서는 개감수 싹을 보며 신기해 했다. 남창골에서는 얼레지 한 무더기를 보고는 감격했고 청색 노루귀를 보러 간 담양에서는 눈 속에서 새싹을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복수초, 노루귀, 산자고, 꿩의 바람꽃. 이들이 내게 안겨다 준 행복은 적지가 않다.

 

그런데 기적은 딴 곳에 있었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헤매는 내가 불쌍턴지 하느님은 내게 크나큰 선물을 주셨다. 4월 3일은 그 조물주의 은총을 확인하는 날이었다. 오후 세 시. 카메라를 들고 혹시나 하고는 나는 우리집을 다 둘러보기로 했다.

 

앞마당에서 출발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광대나물, 보라색 제비꽃, 흰색 제비꽃, 봄맞이, 수선화 꽃망울, 살구꽃, 산자고, 홍매, 백매, 분홍노루귀, 길마가지나무, 진달래, 개나리, 보춘화들이었다.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현호색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 어찌 단가 한 수 부르지 않을쏘냐.

 

봄맞이

겨우내 지둘러서 이제야 낯 내밀어

마당가 돌틈새에 뿌리를 내렸다가

봄소식 좀 늦을세라 앞다투어 벙그네

 

노루귀

산자락 잡목 틈새 그늘을 찾았다가

물기도 머금고파 계곡에 노닐더니

오늘은 다사론 햇볕 머금어서 벙그네

 

광대나물

마당가 돌 틈새에 옹색히 뿌리내려

죽은 듯 자리잡아 숨마저 죽이더니

새 봄에 뉘 뒤질세라 붉은 자태 뽐내네

 

산자고

낙엽 새 삐쭉히 얼굴을 내밀더니

밤 새워 달려왔나 숨 한 번 고르다가

새초롬 피어났도다 줄무늬도 하얗게

 

홍매찬

눈 속에 피어나서 설중매 되고잪아

한 겨울 설한풍에 되짚어 그렸어도

타고난 빙질옥골은 때가 되어 벙그네

 

백매찬

매화야 어이타가 세월을 앞질러서

눈 속에 피고자던 염원을 뒤로 두고

이 봄에 양광 벗삼아 저렇게도 하얗나

 

개나리

어머니 무덤가에 저 홀로 앉아서는

봉분 속 어머님이 행여나 외로우실까

꽃 잎도 다 못 만들어 네 잎으로 피었네

 

보춘화

다소곳 접은 날개 좌우로 내밀어서

연황색 저 깊은 곳 조물주 염원 담아

새 봄에 누구라 먼저 봄 소식을 알리네

 

살구꽃

살구꽃 핀 마을은 인정도 많다는데

내 집 앞 대문가에 혼자서 버티다가

오늘은 새하얀 꽃을 탐스럽게 얹었네

 

진달래

뒷산에 오르다가 산자고 하나 보고

돌아서 뜸한 새에 양지쪽 한눈 팔아

얻은 게 꿈에 그리던 두견화가 맞는가

 

제비꽃

누구는 흰제비꽃 꿈 속에 그리다가

못잊을 죽마고우 한 많은 素望 담아

저 여린 보라 꽃잎을  하나 둘둘 하얗네

 

수선화

연초록 꽃망울을 담았다 오래도록

잎 사이 밀어오던 튼실한 꽃대궁을

하마면 확 터트릴까 온 몸으로 버티네

 

현호색

저런 꽃 어디가면 행여나 볼까 보아

눈 들어 온 천지를  오늘도 해맸거늘

내 뒷산 돌아다보니 저 놈들이 옹크려

 

혼백이 아찔하여 잠깐새 정신들어

되돌아 여기저기 그놈들 집을 찾아

현호색 초대를 받아 행복 속에 빙그레


#봄맞이#노루귀#보춘화#진달래#현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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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와 시와 문학과 야생화 사진에 관심이 많아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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