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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들강아지를 쪼고 있는 새도 봄날을 즐깁니다.
버들강아지를 쪼고 있는 새도 봄날을 즐깁니다. ⓒ 임윤수

봄을 봤습니다. "이게 봄이다" 하고 손가락질해주는 이는 없었어도 어느새 새싹과 꽃모양으로 다가온 봄을 봤습니다. 어떤 봄은 버들강아지로 피어났고, 어떤 봄은 파릇파릇한 새싹으로 돋았습니다.

 

사람들만 봄을 맞이하고 꽃을 즐기는가 하였더니 새들이 먼저입니다. 휘휘 늘어진 버들가지에 올라선 새들이 콕콕 해대는 부리 질에 철모르게 돋아 있던 버들강아지들이 곤욕을 치릅니다. 버들강아지와 새들이 뭐라고 뭐라고 잡담을 하지만 자연에 귀를 닫은 인간으로서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새와 버들강아지가 주고받던 말이 반가운 인사였는지 아니면 살아가는 지혜를 나누던 담소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었을 겁니다.

 

저쪽 버드나무는 노란 버들강아지를 틔웠고, 이쪽 버드나무는 연녹색 이파리를 틔웠지만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무성한 이파리에 덮여 구분이 되지 않을 겁니다. 땅바닥에서는 해쑥이 올라오고, 노랗게 피어난 생강나무 꽃 너머에는 철지난 망개가 아직 입니다. 해쑥 몇 잎을 뜯어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어봅니다.    

 

봄날

( 1 / 12 )

ⓒ 임윤수

질겅질겅 씹어대는 해쑥에서 파란색 쑥물이 배어나오고 흙맛 가득한 쑥향이 우러납니다. 너무 진한 쑥 맛에 혓바닥은 파래지고 콧등조차 얼얼합니다. 꿀꺽 침 한 모금을 마시고 나니 뱃속도 파래지고 날숨조차 향기로워지는 기분입니다.

 

한 쌍의 물오리는 물가에서 노닐고, 외톨이 까치는 질경이풀을 쪼아댑니다. 찰카닥거리는 셔터소리에 놀란 새가 포르르 하고 날아갑니다. 턱 괴고 바라보던 봄날은 저만큼 지났습니다. 가는 세월도 챙기지 않으면 내 것이 되지 못하니 다가오는 봄날이나 챙기렵니다.

 


#버들강아지#생강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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