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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사하게 피어난 목련꽃
 화사하게 피어난 목련꽃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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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자고 나니 세상이 온통 꽃 천지다. 아파트 화단에도 단독주택 담장 너머도 다투어 꽃들이 피어난다. 꽃샘추위가 물러가면서 봄비를 뿌렸다. 비가 그치자 기다렸다는 듯 와글와글 꽃들이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노란 산수유와 개나리가 제일 부지런하다.

그러나 비를 함초롬히 맞으며 피어난 목련을 보노라면 도시에서 피어난 산수유나 개나리는 너무 초라한 모습이다. 산수유는 아무래도 산골짝 하나쯤 뒤덮어야 꽃다워 보인다. 그에 비하면 언덕배기나 길가에 무더기로 피어있는 개나리는 상당히 화려한 모습이긴 하다.

아무리 그래도 하얀 목련꽃 그 화사하고 탐스러운 모습에 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초봄에 피어나는 꽃들 중에서 여왕자리는 단연 목련이 차지한다. 크고 청초한 모습에 단아함까지 갖췄으니 그 아름다움을 다른 어느 꽃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내일이면 피어나리
 내일이면 피어나리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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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스럽게 피어난 목련꽃
 탐스럽게 피어난 목련꽃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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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
-중략-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양희은 작사, 노래 <하얀 목련>중에서

 소담스러운 자태
 소담스러운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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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봉오리
 꽃봉오리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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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한 큰누나 같은 얼굴
 다정한 큰누나 같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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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아래 서면 어디선가 들려올 것 같은 노래, 가수 양희은씨가 노랫말을 지어 부른 노래다.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자라엔 하얀 목련이 진다” 아직 스산한 바람결에 흔들리는 꽃잎 앞에 서보라, 하얀 목련은 그리움이 소록소록 돋아나게 하는 꽃이다.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사근동 산동네 골목길 가난한 지붕 위에 살구꽃이 흐드러졌다. 언덕 비탈에서 늘어진 가지가 다닥다닥 가난한 지붕들이 맞붙은 위로 꽃을 피운 것이다. 마을의 모습처럼 가난해보이지만 너무 초라하지 않고 너무 화려하지도 않은 꽃.

그래서 살구꽃은 고향 같은 꽃이다. 연분홍 꽃 색깔과 소박한 모양이 고향을 떠올리기에 알맞은 꽃이 바로 살구꽃인 것이다. 살구꽃은 홍매화나 복숭아꽃처럼 꽃술이 붉어 화려하지도 않고, 배꽃이나 하얀 매화처럼 너무 하얗지도 않아 화려함이나 고고함과는 거리가 멀다.

 살구꽃
 살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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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동네 가난한 지붕에 피어난 살구꽃
 산동네 가난한 지붕에 피어난 살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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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구꽃봉오리
 살구꽃봉오리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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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수수함이 시골 고향집의 누나나 정 많은 큰형수처럼 정감이 가는 꽃이다. 그래서 동요 고향의 봄에도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라고 살구꽃을 노래하고 있나보다. 또 그래서 이호우 시인도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고 노래했는지도 모르겠다.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 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초당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이호우 시조 <살구꽃 핀 마을> 모두

 고향같은 정감이 가는 살구꽃
 고향같은 정감이 가는 살구꽃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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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이승철#목련꽃#살구꽃#봄비#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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