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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의 백화점 여성복 제1과 과장인 쓰바키야마는 '초여름 대 바겐세일'의 첫날, 어이없이 죽고 만다. 어떤 징후가 있던 것도 아니다. 친한 사람들이 그 소식을 들으면 "농담하는 거 아니야?"하는 말을 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그는 이미 죽었고 이제 저승의 존재가 되려 한다.

 

저승으로 가는 길은 어떤 곳인가. 그곳의 오롯이 작가의 상상력에 달려있는데 아사다 지로는 그것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공무원 같은 존재들이 막 죽은 사람들을 '교육'한다. 이승에서 잘못한 것을 반성하게 하기도 한다. 그것에 따라 쓰바키야마는 '음행'의 잘못을 저질렀기에 어느 방에 가서 반성을 해야 한다. 반성을 하면 극락왕생을 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평생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쓰바키야마는 억울해서 동의하지 않는다. 하기야 억울한 것으로 치자면 죽은 것부터가 억울하다. 쓰바키야마의 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병원에 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아내와 아들은 또 어떻게 하는가. 집의 대출금은 어떻게 하는가. 서랍에 숨겨놓은 야한 책과 에로 비디오는 어떻게 하는가. 회사의 사활이 걸린 매출전쟁은 또 어떻게 하는가. 무엇 하나 안심되는 것이 없다. 쓰바키야마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아직 죽을 수가, 아니 죽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는 저승의 존재들에게 말한다. 아직 죽을 수 없으니 재심사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우여곡절 끝에 일주일의 시간을 얻는다. 대신 조건이 많다. 다른 육체로 생활을 해야 하며 자신의 존재를 절대 알려서는 안 된다. 복수 같은 것을 해도 안 된다. 그랬다가는 지옥에 가게 된다. 쓰바키야마는 그것에 동의하고 일주일의 시간을 얻는데, 첫날부터 난감하다. 커리어우먼의 육체로 돌아온 것이다. 그래도 뭔가를 하려고 한다. 그것으로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은 본격적인 코믹버라이어티쇼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것은 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것들이다. 아사다 지로의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은 그 점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죽은 사람이 며칠 동안의 말미를 얻어 이승으로 간다는 설정은 진부하다는 말을 써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아사다 지로가 그렇게 평범한 소설을 썼을 리는 만무할 터,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에는 그만의 매력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승에 와서 자신이 걱정하던 것들을 확인해보려고 하는 차에 전혀 뜻밖의 사실을 알았고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면 어떨까? 예컨대 슬퍼할 줄 알았던 사람이 슬퍼하지 않고 있다거나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신을 대신하는 사람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 말이다. 그것을 아는 것은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다. 시간은 고작 일주일인데 문제는 계속해서 일어나기만 한다.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더군다나 자신처럼 다른 영혼들도 이승으로 와서 그런 일을 겪고 있다면 어떨까? 또한 그들과의 관계가 꼬이게 된다면? 아사다 지로는 쓰바키야마처럼 죽은 것이 억울해서 다시 온 영혼들을 등장시킨다. 야쿠자와 어린 꼬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런 존재들 때문에 자신의 문제만 해도 골치가 아픈데 다른 영혼들의 문제까지 섞인다면? 어떤 황당한 일들이 생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능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시작으로 운을 띄우지만 그 내용은 허를 찌른다. 놀라게만 하는가? 치매에 걸린 아버지나 억울하게 죽은 야쿠자 등은 아사다 지로 특유의 인간애를 톡톡히 보여주며 마음을 적신다. 그러면서도 아사다 지로가 시종일관 코믹함을 놓치지 않고 글을 써가니 즐거움은 또 오죽하겠는가.

 

억울해서 도저히 그냥 죽을 수 없는 사람들이 사후 7일간 벌이는 모험극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그 따뜻함이 일본소설의 맛에 한껏 만취하게 해준다.

덧붙이는 글 | 이 소설은 <안녕 내 소중한 사람>(전2권)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창해(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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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아사다 지로,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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