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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꽃의 색깔에 대해

오랫동안 사색한 적이 있다

왜 봄이 되면

개나리·생강나무·산수유나무 같이

노란색 꽃들이

제일 먼저 피어나는지

그 까닭이 몹시 궁금했던 것이다

언젠가

좀 안면 있는 식물학자에게 물었더니

아마도 노란색이

햇볕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색이 아닐까 라는

영양가라곤 반푼어치도 없는

가설을 되뇔 뿐이었다

 

시간이

굼벵이처럼 기어가는

지루한 봄날엔 가끔

개나리꽃같이

싼 티 나는 옷을 걸치고

생강나무같이 불경스런 노란색으로

머리칼을 물들인 후

산수유꽃같이 도발적인 눈빛을 한 채

신파극 배우처럼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를

맘껏 활보하고 싶을 때가 있다

 

지나칠 만큼 햇볕에 깊이 연루된 생을 살아가는  

나라는

나무 한 그루.


태그:#꽃 , #노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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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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