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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주택공사가 12일 분양원가 전면공개 방침을 유보했다. 사실상 분양원가 공개를 백지화한 셈이다. 대한주택공사의 원가공개 백지화 이유에 대해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원가를 공개할 경우 침체된 건설경기를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원가공개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주택공사는 지난해 6월 대법원이 "분양원가 공개는 영업상 비밀이 아니다. 분양가격이 정상적으로 산출됐다면 그 산출근거를 공개해도 주공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리 없다"고 판결하자, 2002년 이후 공급된 아파트 88개 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작년 11월 박세흠 주공 사장이 "올 12월 안에 분양 원가를 전면 공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분양원가공개 방침, 그때 그때 달라요

 

그러나 주택공사는 사법부의 판결에 의해 마지못해 공개하겠다고 약속한지 1년이 다 되도록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할뿐 공개하지 않았다. 13일 아침 분양원가 공개 백지화 방침이 언론에 보도되자  "다시 백지화가 아니라 아직도 검토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단한 배짱이다.

 

주택공사가 원가공개를 극렬히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들은 지난 몇 년간 주택공사가 시민의 땅을 공익이란 명분으로 강제로 수용하고, 조성되지도 않은 택지와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되팔아 땅장사, 집장사를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로 인해 주택공사는 분양가 공개하기가 두려운 것이다. 집장사하여 서민들에게 분양가 바가지를 씌운 일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조직의 해체까지 주장하는 여론이 생길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공사는 속내를 감추고 경기침체 분위를 걱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틈타 슬그머니 분양원가 공개 방침을 백지화하고 넘어가려 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공사는 오판을 하고 있다. 분양원가공개는 시대적 흐름이다. 지난 2월 15일 청주지법 충주지원은 민간기업에 대해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건설, 임대한 것으로 분양원가 산출과정 및 분양업무의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며 "최초 입주자 모집 당시 주택가격 건설원가 산출내역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하였다.

 

사법부의 이 판결은 국민의 세금이 지출된 사업은 투명성 보장은 물론 부당이득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민간기업이라도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한건설협회는 자체적으로 조사하여 고분양가를 책정하는 건설업체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하여 자정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주택공사는 전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셈이다.

 

공기업인 주택공사의 주인은 국민이다. 주택공사는 주인인 국민의 요구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주택공사는 집장사로 폭리를 취하지 말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주택공사가 오히려 아파트 분양가를 폭등시키는 데 앞장섰다.

 

주택공사는 '공기업도 기업'이라는 장사논리로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망각한 채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했다. 국민들은 주택공사에게 집 없는 서민들에게 집값 바가지 씌우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동안 원가보다 높게 분양가를 책정하여 취한 수입은 모두 부당이득이다.

 

주택공사는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개혁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걱정하고 있겠지만, 지금 먼저 할 일은 국민들에게 약속한 분양 원가를 공개하고, 부당하게 취한 모든 이득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 분양원가 공개할까?

 

 대한주택공사 원가공개는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대한주택공사 원가공개는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을 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주택공사의 원가공개 백지화 방침은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 보름만에 발표되었다. 이는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서민 주택정책의 의지를 시험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의 최대 실정인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바로 국민대다수가 요구했던 원가공개를 거부하면서 시작되었다.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은 외면하고 소수의 건설업계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여 집값을 폭등시키자 국민들이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외면했다. 그 결과 선거에서 번번이 패했고, 결국 정권도 한나라당에 넘겨주고 말았다.

 

주택공사의 분양원가 공개 백지화 방침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민 주거안정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대통령, 사법부, 국민의 요구를 모두 무시했던 오만한 주택공사의 행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에 따라 국민들은 이 정부의 정책 평가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원가를 공개한다면 환영 받을 것이요, 공개하지 않는다면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국민들은 참여정부가 못한 원가공개를 이명박 정부가 할 수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윤순철 기자는 경실련 시민감시국장 입니다. 


#주택공사#원가공개#이명박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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